-기록은 제목만, 내용은 인터넷에서..-


모처럼 일요일에 한가한 시간을 보내 다가 문득 "벽골제라도 가서 바람이나 쏘이고 오자"는 아내의 말에 벽골제로 향했다.


벽골제에 도착해 보니 얼핏봐도 칠팔십대가 넘는 자동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사람들이 벽골제에 와 있는 걸 보니 벽골제가 김제에서 휴식과 교육을 함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해 간다는 걸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방문객중 몇 쌍의 연인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가족 단위의 나들가 분명했다.

그들중 대부분은 초등학교 학생들과 함께온 가족들이 유난히 눈에 많이 들어 왔다.


아이들에겐 생소하지만, 옛조상들이 사용했던 갖가지 농사 기구를 열심히 설명하는 부모들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나도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딸에게 학교에서 옛날에 사용된 농사 기구에 대한 숙제가 있을 지도 모르니 미리 대비하는 마음으로 전시된 유물들의 설명을 노트에 기록하게 하고 전시물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하였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노트에 적고 있는 것은 기구의 명칭이나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아닌 제목만을 써내려 가는 것이 아닌가? 이에 당황하여 "나중에 내용을 잘 알아볼 수 있도록 내용도 함께 기록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니 "내용은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려고 했죠"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딸아이의 이런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획일적 주입식 교육과 기계적인암기식 교육이 우리 교육의 병폐란 말은 많이 들었지만, 역사적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냄새맡아 자기의 감정을 바로 손으로 쓰지 않고, 점차 '디지털화' 되어가는 우리아이들을 볼 때 '세대차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왠지 씁슬한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