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근 vs 최열.
당초 <오마이뉴스>가 구상했던 그림이다. 새만금 사업에 정치생명을 걸었다는 유종근 전북 도지사와 이에 적극 반기를 들고나선 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과의 만남. KBS 길종섭의 쟁점토론팀은 지난 3월8일 방영될 프로그램에서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유종근 전북 도지사와 최열 총장의 '쟁점토론'을 계획했으나 미리 계획됐던 유지사의 공식일정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기독교 방송 역시 이날 오전 8시 유종근 지사와 최열 총장을 동시에 전화로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했지만 최열 총장 단독 인터뷰로 그쳤다. 이어 <오마이뉴스>도 유종근 도지사와 최열 총장이 만나 대담형식으로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유지사측이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각각 단독 인터뷰로 진행했다.
결국 <오마이뉴스>는 지난 27일 유종근 도지사를 만난데 이어 다음 날인 28일 환경운동연합 최열 사무총장을 찾아갔다. 당초 <오마이뉴스>의 기획 의도를 살리기 위해 최열 총장의 인터뷰는 유종근 지사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듣는 것으로 제한했다.
<관련 인터뷰>"굴복할 수 없다, 나는 끝까지 간다"-유종근 도지사 인터뷰
최열 총장은 우선 유지사가 공개토론을 꺼리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새만금 사업은 10조원의 국민혈세가 투입되는 범국민적 공사"라면서 "공개토론을 제안해놓고 이같이 중요한 사업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는 이유를 대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유지사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일부세력의 음모론'과 관련해 "현재 불교, 천주교는 종단차원에서 새만금 사업 반대운동을 하고 있고, 가톨릭, 기독교, 학계인사, 법조인, 의사, 농민과 심지어 어린이들까지도 이에 적극 참여해서 평화적 방법으로 반대운동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 사람들이 전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밖에도 "유지사는 마치 환경단체들이 3조원을 들여 새만금 둑을 허물어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한번도 새만금 둑의 원상회복을 말한 적이 없다"며 "현재의 제방 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주변에 바다목장, 갯벌생태학습장, 해수욕장 등을 개설해 활용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 당초 <오마이뉴스>는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는 유종근 지사와 최열 총장을 한자리에 세워 쟁점 토론을 진행하려 했는데.
"얼마전 KBS 길종섭의 쟁점토론에서 새만금 사업에 대해 토론을 주선한 적이 있다. 이 사업에 찬성하는 쪽 패널로 선정된 사람은 유종근 전북도지사와 한갑수 농림부장관, 반대하는 패널로는 나와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이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종근 지사는 행사 일정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로 패널 참가를 거절했다. 이게 정치 생명을 걸겠다는 사람의 자세인가. 또 기독교방송에서 전화로 양측을 연결해 토론할 예정이라고 해서 출연했는데 유지사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묻고 싶다. 새만금 사업으로 생기는 땅은 1억2천만평이고, 이는 국민 1인당 3평의 땅을 조성하는 것이다. 현재 이 사업에 1조2천여억원이 들어갔고, 만약에 계속 추진된다면 앞으로도 6-7조가 더 들어갈 사업이다. 그렇다면 4인 가족 당 100만원의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 아무리 바빠도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지역차원에서 언론을 동원하고, 이발소 주인과 식당 주인들을 모아서 규탄 집회하고 끝날 사안이 아니다. 유지사는 공개토론에 응해야 한다."
- 유종근 도지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단체들을 향해 음모론을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만해도 의사결정을 하려면 해양생태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 주민의견 등 많은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해 2월 전국 대의원 대회에서 새만금 사업 관련 결의안을 채택했고, 올해 2월에도 역시 같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 불교, 천주교는 종단차원에서 새만금 사업 반대운동을 하고 있고, 가톨릭, 기독교, 학계인사, 법조인, 의사, 농민과 심지어 어린이들까지도 이에 적극 참여해서 평화적 방법으로 반대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전부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말인가. 유지사가 이처럼 경직된 생각을 하는 것은 군사정부 때나 횡행했던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 유지사는 새만금 간척사업에 정치생명을 걸었다고 여러 차례 걸쳐 강조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사직은 유한하다. 아무리 오랫동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하지만 환경운동은 무한하다. 그런 식의 생각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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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건설사업이 이뤄져야 돈이 돈다. 그래야 지역경기가 살아나고...그런 식의 단순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게 우리나라를 망친 것 아닌가. IMF가 초래된 것도 여러 가지 복합요인이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과잉투자다. 시설이 남아돌아서 가동률이 줄고, 그래서 국제경쟁력이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새만금 지역의 인근에는 '군장 산업공단'과 '대불 공단'이 조성됐다. 유지사는 여기를 한번 둘러보아야 한다. 공장이 들어서야 할 땅의 반이 비어 있다.
유지사의 생각대로 갯벌을 매립해서 산업공단을 조성하려면 10조-15조가 들어간다. 새만금을 막은 뒤 염분을 빼고 땅 3미터나 복토해야 한다.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다 국민의 세금이다. 지금 계획이라면 2011년에 완공될 것이다. 모든 작업을 종료하려면 새만금 사업은 최소한 15년 공사다. 유 지사는 그 때까지 지사직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 20년 후의 문제를 자신이 책임진다고 하는 지 모르겠다."
- 유지사는 환경단체들이 주장하는대로 새만금 둑을 무너뜨리려면 최소한 3조원이 더 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청난 예산낭비라는 주장이다.
"우리는 한번도 새만금 둑의 원상회복을 주장한 적이 없다. 새만금 둑 33㎞중 19㎞를 막았다. 원상 회복은 불가능하다. 100년된 나무를 자르고 하루 아침에 원상회복될 수 있다고 보나. 우선 우리는 현재 막아놓은 19㎞의 방조제 안쪽이 벌써부터 썩어들어가고 있어서 바다 물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한쪽을 트고, 현재의 제방 위에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거나 주변에 바다목장, 갯벌생태학습장, 해수욕장 등을 개설해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의 제방 사이에 교량을 설치해서 생태관광지로 만들 수도 있다. 새만금 둑을 그대로 두면서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환경단체들이 새만금 둑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은 말은 억지 궤변에 불과하다.
- 유지사는 간척하면 갯벌이 없어진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실제 인근 비안도 어민이 수중조사해 본 결과 새로운 갯벌이 생성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갯벌은 육지의 영양분이 물에 씻겨 내려오면서 쌓이는 것이다. 둑을 만든 다음에 바깥에 만들어지는 것은 엄밀히 갯벌이라고 할 수 없다. 그건 영양분과는 관계없고 정화능력과도 관계없다. 그리고 갯벌이 생기려면 수만년이 걸린다는 것은 상식이다. 금방 뚝딱하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엉터리 지식이다.
10년전에 서산 갯벌 매립지에 가서 인근 바다물 속을 저인망으로 긁어올려보았던 적이 있다. 그물에 걸린 것은 대부분이 불가사리였다. 불가사리가 많다는 것은 이미 생태계가 죽어 있다는 증거다. 조개도 불에 데인 것 처럼 울퉁불퉁하고 안은 완전히 썪어서 악취가 났다. 망둥어도 10마리중 5-6마리는 머리에 혹달리고 등어리에 지느러미가 달리는 등 기형이었다. 갯벌이 없으니까 육지의 오염물질이 바다로 그대로 유입돼 생긴 현상이다.
- 유지사는 환경단체들은 합리적이거나 과학적인 근거로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엉터리 수치를 갖다붙인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가치를 환산하는 데 있어서 어떤 방식을 도입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가.
"정부가 새만금 사업을 추진했던 주된 논리는 '식량안보'차원이다. 하지만 우리는 쌀이 남아돈다. 쌀을 수출해야한다고 하는 데 수출 시장에 내놓았을 때 우리나라 쌀의 시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 5배 이상 비싸다. 경쟁력이 있겠는가. 매년 정부가 수매에 나서는 데 그것 역시 재정부담만 커질 뿐이다.
새만금 사업에 포함된 땅은 1억2천만평이다. 이중 3500만평은 호수가 되고 8500만평의 농토가 생긴다. 농토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20년이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년동안 6조원이 투입된다. 이를 역산하면 평당 7만원이다. 그런데 농사를 지으려면 5천여평은 있어야한다. 3억5천여만원 들여야 5천평을 살 수 있다. 그런데 현재 그쪽 농토의 시가는 2-3만원 수준이다. 외국에서 이미 일반화된 갯벌의 경제성 평가를 떠나서 단순 계산해도 경제성을 논하는 것은 말도 않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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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마이뉴스 이종호 |
"그건 안된다. 정부가 농토로 지정해 간척사업을 하는 것이다. 최원석 전 동아건설회장도 김포매립지를 농토로 용도변경하려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만약 산업단지를 위해 매립된 땅을 용도변경한다면 정부의 신뢰성은 무너진다. 식량안보차원에서 추진하다가 농사 안짓고 공장을 만든다면 누가 정부를 믿겠는가."
- 유지사는 사이버 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일 좋은 것은 직접 나와서 토론하는 것이다. 사이버토론이 정지된 화면이라면 공개토론은 활동사진이다. 이처럼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직접 나설 용기가 없다면 문제다."
- 새만금사업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91년부터 사업을 추진했는데 왜 이제와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 당시에도 나는 반대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많은 사회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페놀사건 등 이 사안에 대해 전적으로 매달릴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또 10년전에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와 경제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갯벌 생태계가 하수 오염을 분해시키는 능력이 인정되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는 전주의 10만톤 종말처리장의 40배의 정화능력을 갖고 있다. 그걸 포기할 수는 없다. 하다못해 칼국수에 들어가는 바지락 조개 하나가 하루에 오염된 물 15리터를 정화시킬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
땅을 매립한 상태에서 육지의 오염물질을 처리하려니까 수십개의 종말처리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도 바다로 그대로 들어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우리나라 갈치는 50%이상 일본에서 수입한다. 생태는 95%가 수입이다. 그간 간척사업을 통해 어족의 서식처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
-환경단체들은 새만금 사업이 진행되면 수질오염 때문에 그 근방에 그린벨트 만들어지고,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선전하고 다닌다는데.
"수자원은 절대 안좋아진다. 의암댐 물은 너무 오염돼 얼지도 않는다. 소양댐은 가장 상급수만을 모아놓은 곳인데 지금도 적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만경강과 동진강 주변에는 가축폐수가 심각하다. 그걸 깨끗하게 하려면 수십배의 비용을 들여야 한다. 결국 주변 지역 개발을 제한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실질적으로 볼 때 전라북도에서 얘기하듯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 정부가 새만금 사업 결정을 4월 중순경으로 미뤘는 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나.
"4월 15일에는 결정할 수가 없을 것이다. 국무조정실장도 바뀌었고, 수질조사기획단의 찬반토론도 거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전북지사가 이 사업에 대해 결정할 아무 권한도 없다는 것이다. 유지사는 지금 월권하고 있다."
- 새만금사업이 지금까지 추진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환경단체 뿐만 아니라 교계, 학계에서도 반대하고 있는 데.
"새만금사업 추진세력은 이익집단이다. 농업기반공사와 건설업체, 하청업체, 그 지역에서 장사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대한민국 전체의 극소수이다. 하지만 이익집단이기 때문에 결집력이 강하다. 반면 국민 대다수는 반대하지만 결집력이 약하다. 따라서 우리는 교계, 학계, 법조계, 시민체 등 공익집단이 나서서 여론화시킬 예정이다. 결국 이 사업이 추진되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 새만금 사업에 대한 반대여론은 유신 때의 저항보다도 더 클 것이다."
-3월 19일부터 농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31일까지 1차 새만금 사업 반대를 위한 농성을 끝내고 평가토론을 가질 예정이다. 4월 한달동안은 정부가 고민할 시간을 줄 것이다. 5월부터 2단계 투쟁에 돌입한다. 국제적 연대와 종교계 기도회, 시민사회단체도 적극적으로 국민참여를 모을 준비한다.
인간의 가장 큰 빚은 자연으로부터 진 빚이다.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엄청난 생명체를 죽이는 것이다. 바다가 죽고, 조개가 죽고, 철새가 죽으면 그 다음은 인간이다. 그건 자연의 법칙이다. 창조적으로 국력을 모을 수 있는 결단은 유지사가 아니라 대통령이 해야 한다."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 minifat@ohmynews.com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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