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상고 교사 김환진씨

동료·친구·지역민과 제자들, 추모비라도...지금으로부터 28년전, 1973년 "유신개헌은 장기 집권을 유지하기 위한 잘못된 정치개헌"이란 말을 했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심한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돌아온 김제시 금산면 금산상업고교 교사 김환진(당시 43세)씨.


김교사에 대해 이아무개씨(66·금산면) 등 지역주민들과 그의 부인 박정자씨(65·금산면, 사진)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김교사는 광주 조선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1967년 12월에 금산면 금산상업고등학교 강사로 부임하여 1968년 10월에 사회과목으로 정식 교사로 임명되었으나, 1973년 7월 21일 의원면직처리되어 1977년 10월 20일 사망했다"는 것이다.


김교사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역주민과 부인 박씨의 진술을 종합해보면 "수업시간에 <유신개헌에 의한 통일주체 국민회의 대의원 제도가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장점과 단점을 설명했지만 장점은 거론하지 않고 단점에 대한 내용만 외부로 흘러나가 당시 1973년 6월말경 김제경찰서에 소환되어 조사받은 결과 별다른 혐의가 없이 풀려났지만, 1973년 7월초경 수업도중 중앙정보부 전주분실(이하 중정) 대원에게 끌려간 후 3일만에 돌아왔으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멍투성이었다"고 당시 목격한 지역주민이나 부인 박씨는 그때의 모습을 생생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그후에도 중정에서 "다시 유신개헌이 잘못되었다고 발설하면 아무도 모르게 죽여 버린다"는 협박과 강박감 때문에 친구들, 동료교사, 문병객들에게조차 아무말도 하지못한 채 지낸 김교사에게 1973년 7월 10일경 김제교육청으로부터 '유신개헌 반대교사'라는 이유로 사표서를 제출하라는 명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할 교육청으로부터 하루에도 몇번씩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재촉을 받은 김교사는 더이상 견디기 힘들어 결국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교육청은 1973년 7월 21일날 의원면직 처리에 이르렀다는 것이 부인 박씨의 이야기다.


이와같이 평소 의협심이 강한 김교사는 화가 치밀어 몸이 붓고 목이 부어 올라 시름하다 병이 악화되어 1975년 6월 30일 전주예수병원에 입원하여 진단받은 결과 화로 인한 임파선암으로 판명되어 치료를 받던 중 1977년 10월 20일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 박씨와 지역주민들의 증언이다.


그 후 부인 박씨는 파출부일을 하는 등 어려운 생활때문에 여러차례 이사를 하는 동안 남편에 대한 자료가 분실되어 사진 한장만이 부인 박씨에게 남아 있을 뿐이다.


이처럼 김교사에 대한 죽음을 이제와서 다시 거론하는 이유에 대해 박씨는 "비록 남편은 죽었지만 누구보다 정의롭게 산 남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에 뜻있는 친구와 동료 그리고 지역주민과 제자들은 김교사 추모비 건립을 위해 노력중이지만 명예회복이 급선무라 잠시 보류상태인걸로 알려졌다.


이들은 "김교사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모든 사안을 정확히 알고있는 만큼 김교사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이대로 묻혀 둘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다시한번 국민의 정부에 호소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인터뷰>


-부인 박정자씨-


보상이 아닌 명예회복을 위해


"젊은 나이에 유신체제권력에 휘말려 억울하게 세상을 등져야 했던 남편의 사인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과 교사로서의 명예를 회복 시켜주는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입니다"라며 고 김환진 교사의 부인 박정자씨(65·금산면)는 말했다.


유신체제에 반대하는 내용을 말했다는 이유로 중정에 끌려가 폭행과 고문을 당한 이후 교육청으로부터 '유신개헌 반대교사'라는 이유로 사표를 강요받고 결국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할 수 밖에 없었던 김교사에 대해 "저의 남편은 정말 사직서를 제출하고 싶지 않았어요 뚜렷한 이유없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이유였죠"라고 부인 박씨는 이야기했다.


더구나 김교사의 퇴직과 투병생활 그리고 임파선암으로 사망까지 이르는 동안 가정형편은 극도로 악화되어 부인 박씨는 파출부와 식당일등을 하며 5남매를 키우는 등 어려운 살림을 이끌어 왔다.


"자식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한게 한스럽다"는 박씨는 어려운 생활보다 더욱 힘들게 만든것은 김교사가 사상범이라는 누명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편의 형님이 당시 남원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었으며, 저의 아버지도 김제 금산지서장과 면장을 지낸바 있는데도 사상범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었고, 이 때문에 자식들에게도 진로의 길이 막혀있는 상황이다"고 눈물을 흘리면서 "어려운 생활속에 먹고 살기 바빴지만 청와대에 남편의 누명과 진상규명에 대한 탄원서를 올렸으나 그때마다 묵살당했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김태영 기자 (kimty@kimjenews.co.kr)

최종편집 : 2001-05-1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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