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자식을 둔 사람이라면 일생의 하 많은 일들 중 자식 기르기 만큼 어려운 일이 없음을 느낄 것이다. 또 그것을 농사에 비유한다면 어떤 농사가 자식 농사 만큼 어려울 것인가.


그 어려운 일을 우리 나라 부모들은 그악스러울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잘도 해내고 있다. 그 힘은 물론 자식 사랑의 지극함에서 우러나온 것이지만, 거기에 자식 교육을 통하여 신분 상승과 대리 만족을 얻기 위한 욕구까지 겹쳐 무서운 힘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런 경우, 자연히 자식에 대한 기대 수준은 높아지게 되고, 자식은 감당키 어려울 만큼의 큰 기대와 무리한 요구 및 지나친 간섭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 과잉 보호에 의한 자주성과 의지력의 약화 때문에 부적응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요즘 들어 이러한 문제가 열악한 가정 환경으로 인한 일탈 행위와 함께 심각한 청소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옛날에 나무를 심어 가꾸는 기술이 타인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탁월한 원정이 있었는데, 구가 그 비법을 묻자 "나무의 천성을 알아 그 성질대로 자라게 해 줄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무를 지나치게 사랑하고 걱정하는 나머지 그 성질은 무시한 채 맹목적인 정성만 쏟다가 실패하는 수가 많다. 아침에 보고 저녁에 또 어루만지고, 심지어는 손톱으로 긁어 생사를 경험해 보기도 한다. 그런 무모한 사랑이 오히려 나무를 해치는 것이다. 나는 나무를 잘 자라게 하는 어떤 비법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천성을 알아 스스로의 자람을 해치지 않을 뿐이다"라고 대답했다.


<고문진보>라는 옛 책에 나오는 이야기 한 토막인데, 그 글을 읽으면서 문득 아이들을 기르는 일 또한 그렇게 나무를 가꾸듯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이들은 자식의 앞길을 일찌감치 자기가 정해 놓고, 그 길로만 이끌며 무조건 따르도록 강요한다. 그 길이 아닌 어떤 생각이나 행위도 용납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어떤 인간'으로 키울 것인가 보다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으로 키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이 대개 그러하다.


자식을 자신의 취향이 빚어낸 이상형으로 만들기 위해 지나친 간섭을 하기보다는 꿈을 심어주고 더 넓은 세계를 보여 주어서, 스스로 가치를 추구하고 주체적으로 이성적 판단을 내리며, 그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게끔 옆에서 도와나 줄 일이다. 부모는 어차피 자식의 평생을 돌봐 줄 수 없는 것, 아무리 마음이 안 놓이고 급하더라도 느긋이 지켜보면서 자식 스스로 인생을 주체적으로 방향 잡아 바람직하게 꾸려갈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도와 주는 조역이어야 하는 것이다.


과잉 보호와 간섭에 의해 길러지는 아이는 눈앞에 훤히 보이는 길은 쉽게 빨리 달릴 수 있을지 모르지만, 멀고 험한 길을 달릴 수 있는 능력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단거리 경주에 능한 선수일 뿐 뛰어난 장거리 선수가 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떤 고난과 슬기롭게 해치며 꿋꿋하게 달리는 건강한 장거리 선수로 자라야 한다. 인생은 비단길만이 아닌 가시밭길도 걸어가야 하는 긴 여로 같은 것이므로...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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