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선(주부·서암동)


창문소리에 자꾸만 서성거리면서, 또 다른 나를 생각하면서, 거울속의 내모습을 바라본다. 내일 떠나는 여행의 설레임일까? 급한일 접어두고 어디든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아름다운 5월.


정든 집을 떠나 여행하면서 바라보는 나의 모습, 당신의 모습, 예쁜 두 아들의 모습, 내 이웃의 모습도 낯선곳에서의 바라보는 모습은 더 새롭고 아름답게 보일것만 같은 마음이다. 분홍색 나팔꽃 한송이를 바라보듯이····.


가방을 꾸미면서도 설레임보다는 감사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더 가슴을 저리게 한다. 남편에 대한 고마움일까?


고마운 마음속엔 내포된 마음이 많은 것 같다. 행복한 삶은 어디에 기준을 주고 살아야만 서로의 마음에 '평화'라는 웃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5월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기는 하다. 우리가족은 남해안 일대와 경주를 여행코스로 정했는데, 창문을 열고 달리는 여행길은 뭐라 비교할까? 아카시아 향기만으로도 난 시인이 되어 있었다.


첫날은 목포 유달산의 경치, 애들과 함께 올라간 정상에서의 시내의 풍경, 여수에서의 남편 친구가족과의 만남은 또다른 감정이 있었다. 밤에 본 돌산대교, 돌산공원의 야경과 밤바람은 15년전의 대학시절로 나를 돌려보냈다. 음악이 흐르고 바다에 비친 불빛은 내안에도 물난리가 있는 듯 젊은시절 사랑하고 싶은 소나기를 만난 듯 감당못하는 물오른 설레임이었다.


비가오는 둘째날 통영시를 거쳐 경주에서 묵기로 했다. 통영시는 바다를 낀 도시라서 그런지 아름다운 도시인것 같다. 아름다운 실비가 계속내리는 하루,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했던 젖은 얼굴들이 자꾸 아른거리는 하루다.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만 마음의 여유를 느끼면서 내 마음의 미운생각을 저버릴까? 많이 담담하고 편안해진 마음으로 시간의 흐름속에 우린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을까? 가끔씩 콧노래를 부르면서 얘기하는 사랑하는 내짝, 개구쟁이들의 잠자는 모습도 너무 사랑스런 시간들이다. 세월과 함께 깊어가는 사랑을 어쩌지 못해 파도소리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수평선을 바라보듯 지금껏 나만을 생각하면서 살아왔는가 싶은 생각에 매우 부끄러운 마음이다. 행복그래프를 꿈꾸면서 살아온 12년, 아름답고 쓸쓸함의 행복그래프, 결혼생활은 만만한 막대그래프는 아니다. 사랑하면서 용서하면서 ···.


셋째날 경주에서의 비오는 풍경은 조금은 울적한 마음이었다. 모처럼의 여행인데 애들한테 미안한 마음이다. 비오는 날의 산은 마음의 청량제 역할이다. 세상에 사는 동안 다하는 말, 못하는 말들을 사람은 저마다의 가슴속에 품고 산다. 꼭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기 어려운 일들을 비오는 날은 커피를 마시면서 내마음을 다진다. 우산을 쓰고 다니면서 경주의 유적지를 견학하면서 아들과 오랜만에 많은 얘기를 하면서 산책을 했다. 훌쩍 커버린 진영이 모습이 더욱 대견스럽다. 이제는 삶의 터전인 우리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비는 여전히 내린다. 아름다운 봄비와 많은 얘기를 한 채 3일간의 비 여행을 마치고 김제에 왔다. 내 가슴속에 그리움과 아카시아꽃 향기를 꼭꼭 담아가지고 왔다.


하늘이 참 예쁘고 고운 아침나절 난 또 내 가족을 위해 주부의 손을 바삐 움직여야 한다.


남편의 늦은 귀가, 예쁜 아들들을 위해 오늘 저녁찌게는 뭐가 좋을까?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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