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부대변인(원광대 객원교수) 라경균



신록이 우거진 어느날 오후.


등에는 개나리 봇짐에 동전 몇냥을 손에 쥐고 김삿갓인냥 전국을 방랑하던 개와 닭이 어느날 우연히 전라도 완산땅 완산칠봉 정자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게 되었다.


먼저 개가 닭에게 점잖게 물었다.


"여보슈 계씨, 예전에 계씨들은 새벽녘이 되면 목청 돋구어 울어 가람들을 깨워 일터로 보내곤 했는데 요즈음 계씨들은 벙어리가 되었는지 통 울지를 않는다 말이요"하고 묻자 닭이 발끈 화를 내며 "예끼 여보슈 거모르는 소리 그만 하세요, 3년전만해도 내가 소리를 질러 깨우면 사람들은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나 각자 일터로 나갔는데 요즈음은 이집 저집 너나할것없이 다 실업자가 되어 방에서 구들장을 지키고 있는데 누구를 깨워 일터로 보낸단 말이요. 괜슬이 깨웠다가는 그 사람들의 5, 6월 삼계탕감 밖에 더되우."


머쓱해진 개를 향해 닭이 되 묻기를 "그러시는 견공께서는 요즈음 귀머거리 봉사가 되었소, 예전의 견공들은 밤잠을 자지 않고 집을 잘 지키더니 요즈음은 집에 도둑이 들어와도 못보고 못 들었는지 안보고 안들은 건지 통 짖지를 않으니 어찌된 일이요?"



이 말을 들은 개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예끼 여보슈 그런말 마시오. 예전에 주인양반께서는 도둑 잘 지키라고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예뻐해 주셨는데 요즈음 우리 주인놈부터 시작해서 옆집, 앞집, 뒷집 모두가 도둑놈 천지인데 누구를 보고 짖고 누구를 잡으란 말이오"


양상군자가 판치고 득세하며 실업자가 대량생산된 이 시대의 자화상 참으로 복창이 터지다 못해 통곡을 하고 싶은 우리네 심정.


십수만명에 이르는 결식아동은 오늘도 허기진 배를 수도꼭지를 빨며 물로 채운다. 중소기업은 한달이면 수백군데씩 도산하고 있고 서민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고 있다.


국민들은 세금고지서 받아드는 순간 심장이 내려 않고 있는데 이 정권은 국민들의 주머니는 쥐어짜면 돈이 나오는 요술주머니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정녕 이 정권은 국민들을 봉으로 아는 무책임한 모르쇠정권 사오정 정권이란 말인가?


"대통령마마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로 시작되어 "대통령마마 황공무지로소이다"로 종지부를 찍은 안동수 전 법무장관의 '43시간 가문의 영광' 파문에 이어 친인척간에 위장하여 부동산을 핑퐁식 변칙 거래한 오장섭 건설교통부장관의 불법을 동원해서라도 살아남고 출세하면 된다는 '철새 정치적 보신철학'과 '7대 의혹 사건'은 결국 민주당 당내 소장파의원들의 반란을 불러 일으켰다.


집권당으로서의 존립의미조차 상실해 가는 민주당내에 그나마 이성의 목소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래도 한줄기 희망으로 보인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청와대와 민주당 어느 누구하나 '내탓이요'하는 사람은 없고 전부 '네탓'뿐인 핑퐁식 책임공방만 벌이고 있다.


이제라도 정권의 동맥경화 증세를 치료하기 위하여 제왕적 친정체제를 포기하고 대화와 시스템에 의한 정치를 복원시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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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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