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320미터, 모악산 청룡사


그곳엔 정적이 있다. 해탈과 관음보살의 넉넉한 미소가 경내에 그윽할뿐 선방 나뭇살사이로 모악의 너그러움이 서역의 햇살을 받아 숨소리조차 가늘다.


청룡사, 금산사와 거의 같은 천년의 역사를 지녔으면서도 음유의 이름을 지닌 산속 숨어버림으로 불가에서는 익명의 스님들만이 찾을 정도로 경내가 고요하다.


먼 발치 아래 금산사가 나즈막히 보일 정도로 해발 320미터 모악산 중턱에 자리한 청룡사는, 주지스님인 월정스님이 손을 내저으며 절의 알려짐을 극구 만류할 정도로 구도와 스스로의 깨달음이 필요한 정적의 구도장이 되길 진정 원한다.


정유재란때 소실된 이후 근 60년전에 복원된 청룡사는 5년전의 공찰(암자에서 절로 승격)을 거쳐 현재는 조계종 제 17교구 말사로 등록되어 있다.


웅장한 금산사 정문 옆길을 따라 계곡을 거쳐 사과나무밭 오솔길을 뒤로하고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면 비온뒤 구름을 딛고 청룡사 너른 정원을 먼저 맞게 된다.


여기 선방 한켠에서 하얀 고무신을 끌고 나온 월정스님은 "절은 모름지기 어머니 젖가슴처럼 보호받을수 있는 자리여야 한다"며 말하고 "모악은 우리 인간의 엄메로써 어미가 자식을 품은 형상"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스님은 불교의 근본적인 취지는 "마음을 닦는게 바로 구도이고 기복이 아닌 무소유의 불가 가르침"이라고 합장한다.


고려 문종때 혜덕광사가 창건한 이래 절제된 한국미를 자랑하는 관음전과 아담한 잔디밭은, 스님이 설법하는 금강경의 아상, 인상 등 네가지 화두와 지(地),수(水),화(火),풍(風)의 풍수지리사상의 참뜻이 안개비를 타고 쌓여만 갔다.


모악정 가는 길 청룡사 산사밑에는 월정스님 스스로 농사져 가꾸고 있는 사과나무 800여 그루와 홀로선 산중문답의 스님들 메아리같이 맑은 계곡물이 연신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오병환  ob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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