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쌀', 위기의 '도작 농업'

늘어나는 재고ㆍ쌀 수입개방 가시권에 의식전환 노력안보여



2004년, 쌀 수익 그'마지노선'



불과 3년 앞이다. 쌀 수입의 개방을 앞두고 어떤 위기의식이 없이 마치 폭풍속의 고요처럼 '풍년가'를 부르고 있는 관내 도작농업인의 구슬땀이 정녕 제값을 받지 못할까 두려워진다.



WTO체제 이후 정부보조금(AMS)감축과 수매가격인상으로 정부수매는 차츰 감소한 반면에 종합미곡처리공장인 RPC의 증설로 농협자체의 매입량은 급격하게 늘고 있는 현상을 우린 지켜보고 있다.



수천년을 내려온 도작문화의 발상지이고 전국 최대의 곡창지대인 이곳 김제는, 쌀 생산이 주농업인 현실에서 3년 앞으로 다가선 쌀 수입개방은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위기의식 부재에 대한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먼저 정부수매물량의 감소폭을 살펴보기로 하자. 지난 94년에 1천5십만석을 수매해주던 정부수매는 지난해에 6백3십여만석으로 줄어들고 올해에는 5백7십만석으로 그나마 더욱 줄일 계획이다.



이는 WTO협정으로 단계적인 정부보조금 감축으로 매년 750억원 수준의 국제간 감소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반비례하여 농협 자체 매입량은 지난 95년에 58만6천석이던 것이 97년에 3백6십만석, 그리고 지난해에는 5백4십여만석에 이르게 되었다.



이는 다시 말해 정부와 농협의 수매물량이 지난 5~6년간에 걸친 감소와 증가의 계수조정으로 상호간 비슷한 물량수매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잃어가는 쌀 가격경쟁력



여기에 쌀 자체의 가격경쟁력이 잃어가고 있어 문제점의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쌀의 생산자 가격이 일반적인 정곡시세로 80kg 1가마에 약 15만5천원선을 보였다.



그러나 전체적인 식생활패턴의 서구화로 1인당 쌀소비가 줄어들어 오는 2020년에는 1인당 쌀소비량이 70kg정도로 예상되어진다.



이는 지난 95~96년도에는 1인당 쌀소비량이 103kg, 지난해에는 93.6kg의 소비량을 보여주고 있는 것에 비하면 소비량의 감소는 불보듯 뻔한 사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이런 결과로 작년 국내 연간 수요량이 3천5백만석 정도인데 쌀의 국내생산량은 3천6백77만석으로 나머지 3백40만석의 물량은 재고로 남게되었으며 이에 전국 400여개의 미곡처리장은 쌀을 덤핑으로 판매해야할 지졍에 이르게되고 이는 다시 RPC들의 금융부담으로 남게된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이런 상황으로 개인RPC들의 부채비율은 갈수록 늘어나고 결국 도산의 길을 걷게 된다.



이제 2004년에는 쌀 1가마에 12만원이 예상되며 2005년에는 쌀수입의 개방이 실시되어 2010년에는 국내 쌀가격이 26%정도 떨어진 1가마당 10만원 정도에 가격대가 형성되어 국내산 쌀의 경쟁력은 없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중국북방지역인 삼강평원에서 우리 입맛에 맞는 자포니카 계열의 쌀을 남북한이 합한 면적보다 넓은 1백70만ha에서 생산되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의 1/4정도이기 때문이다.



넘치는 쌀 재고, 떨어지는 계절진폭



또한 이와는 별도로 현재의 재고누적추세로 보아 2450만석의 쌀재고가 예상되는 가운데 금년 가을이면 현재의 쌀값에서 2만원대의 가격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그에 반해 농업용 자재와 농약, 농기계는 가격이 상승되어 농업생산비는 높아져 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농산물 저고가정책과 농가들의 농가부채는 농민들에게 금융비용의 부담을 가져와 농업을 포기하는 사태로 이어지고, 한가구당 평균 농가부채가 4천만원대에 이르러 최근에는 연대보증으로 연쇄적인 농가도산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 속속 사례로 발표되고 있다.



최근 농민들은 정부와 농협에 쌀 수매물량의 확대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의 수매물량은 매년 AMS감축에 따라 750억원씩 감소하고 수매가격이 상승될때에는 그나마의 감소폭이 더욱 확대될수 밖에 없다.



더욱이 여기에 재고누적으로 인한 계절진폭이 떨어지면서 금년도 쌀 수매사업이 불투명해질수 있다.



공매곡이 시중에 방출된다는 소식과 계절진폭이 마이너스대로 떨어지면서 쌀을 판매하지 않고 원료곡을 창고에 쌓아둘 경우 쌀시장의 왜곡현상을 더욱 부채질할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농협은 농협대로 사업능력을 초과하여 쌀을 매입할 경우 연도이월(구곡화)현상을 가져오게되고 이는 불가피한 저가판매를 불러오게 된다.



또한 정부수매가와 농협 매입가의 차이가 커지는 기현상으로 농협매입가 인상에 대한 압력이 커져 농협의 경영손실 등 구조적인 갈등원인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쌀값변동이 불확실한 상태에서 매입물량, 가격책정, 매입시기 결정 등에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농협측의 매입기준이 모호해져 책정된 기준을 정하지 않고 제현율판정기 등 객관적인 자료에 의하기보다는 육안으로 식별하는 관능검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져 자칫하면 수매가 결정을 놓고 농협과 조합원 사이의 예기치 않은 진통이 뒤따를수도 있는 것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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