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밑에서...

막연한 의심이 서성거리던

예전의 그 다리엔 지금 우리가 없다

원평천 기억을 거슬러 오르던 외갓집 배나무

송사리며 피라미며

한때의 오후를 배부르게 하던 천렵은 사라지고

고기병 저혼자 거나하게 취하던

온수집 처마 밑의 아버지는 그물을 놓은 채

참으로 돌아오지 않을

막걸리 세월만을 그려대고 있다.


금산사 돌아가는 초입의 실개천엔

오리알터 저수지 늘 넉넉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사는 것에 배부른

예전 낮은 웃음들을

오남매는 추억하고 있는지...



식구들아



그 옛날 마이크로버스 한가히 거닐던

자갈밭 봉남길이 문수사 너머 도장리 고개 가파른

까까머리 그 소년이 짐짓 세월을 못이겨

제 머리에 백발을 이고지고

참으로 가볍지 않던 삶을 잠시 내려놓아

이리로 오렴


그 아버지의 아들이 아버지가 되어

그 어머니의 딸들이 다시 어머니가 되어


손물려 주는 습관처럼 인생이란

이름없는 들국화보다 더없이 자리하는 것.

그래서 이리로 오렴


청도리 귀신사 넘어 당신의 어머니가 들꽃처럼 피어나서

또다시 내리백이 사랑이 되리라 믿어가며

울음보다 더 깊은 혼자 절로 웃음에 눈물을 닦고

어머니 무덤가 안주없는 소주에 먼 길 명복이나 따를까



<글ㆍ사진 오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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