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60여년전에 만들어진 영화 '시민케인'은 영화속 주인공 케인이 '뉴욕 인콰이어리지'를 비롯한 수많은 신문의 발행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애정의 결핍과 이혼 등 수많은 인생역정을 거친후 결국 쓸쓸히 홀로 숨을 거둔다는 줄거리를 바탕으로,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던 한 남자가 결국은 그의 생활이 돌이킬수 없게 잘못되어가는 이야기이다.
이는 권력에 대한 욕망과 너무 큰 야망으로 파멸하게 되는 거물에 대한 고전적 비극이다. 그러나 거부 케인이 쓸쓸히 죽기전에 남긴 '장미꽃봉오리'는 영화속 수수께끼로 남다가, 마지막부분 그의 유품이 불태워질때 케인이 어릴적 타던 눈썰매위에 '장미꽃봉오리"가 쓰여져 있음을 보여주면서 관객의 동정을 얻는다.
그것은 돈과 권력을 얻기전에 소중해 하던 그의 유일한 재산임을 암시로 말해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당시의 신문재벌 윌리암 허스트의 일생을 그린 영화로서 허스트는, 이영화가 자신을 빗대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 매우 불쾌해했다.
당시 허스트는 이 영화의 제작사인 RKO의 광고를 받지 않도록 조치했으며 심지어는 영화를 폐기하는 조건으로 제작비를 보상해주겠다고 제안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요즘 언론이 언론에 의해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며 일부 배부른 언론사주의 행각에 그들만의 코리안드림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사뭇 궁금하다.
언론을 통제하던 권력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다시 자본의 통제가 들어서면서 자사 기자가, 구속되는 언론사주에게 "회장님 힘내세요"라고 외쳤다던 중앙일보, 기자가 마치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도 되는 것처럼 골프접대니 해외여행이니 반대급부를 바라던 정보통신부 출입기자들, 언론의 주요사명인 양비론을 잃어버린 조선일보 등 언론권력의 현상유지에 애착을 보여주는 그들의 모습에, 내 자신이 기자라는 사실을 두고 갑자기 서글퍼진다.
이제 그들은 독자라는 관객에게서 '피해자'라는 동정을 얻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허스트처럼 전보다 더한 권력과 자본으로 비리 그 자체를 덮어버릴 것인가?
차라리 시민 케인처럼 로즈버드의 썰매라도 기억할수 있으면 좋으련만 오늘의 그들은 허스트의 자본으로 그 자신을 재무장하고 있다.
이 저녁 기자의 신분에서 돌아와 식당일에 손이 부르턴 아내의 말없는 미소에게 건네는 얇은 월급봉투는, 신선함과 동시에 낯붉어지는 미안함이 교차해간다.
오병환 기자 (obh@kimjenews.co.kr)
최종편집 : 2001-07-1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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