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 고온속의 '3D 전사들'..
5천도가 넘는 용광로 고온속에서 쇠붙이는 녹아 새로운 용도의 탄생으로 다양한 제 갈길을 찾게 된다.
그러나 그 5천도옆의 뜨거운 현장에서 말없는 작업들은, 그것도 부도난 회사를 살리기 위해 급여의 30%를 감수하고도 그들만의 회사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갈림없이 계속되고 있는 땀의 현장이 있다.
그곳은 바로 오랜 세월을 두고 인고의 고통을 이겨낸 만경의 (유)환영금속이다.
이곳 (유)환영금속의 김찬식(54세)사장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인력부재현상에 대하여 "다시 3D 업종부터 시작하는 헝그리마인드"를 강조한다.
그만큼 그는 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인력수급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그와 반비례하여 그의 가족같은 22명 근로자는 그가 아끼는 '보배'와 같은 존재이다.
각종 주물제품을 전량 주문생산제에 의하여 생산하는 환영금속은, 흄관, 몰드, 상하수도 맨홀덮개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이다.
만경읍 몽산리 만경농공단지내에 대지 2천여평과 건평 500여평을 갖춘 이 업체는, 말 그대로 '깨끗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하지만 길게 누워있는 공장동 내부에서 품어져 나오는 용광로의 열기와 그 안의 16명 생산근로자 전사들의 땀내음은 '청결'보다 더욱 값진 가치로 되돌아 나온다.
연매출 10억원여대의 부가가치없는 영세업종이지만 그들의 손에서 빚어지는 주물은 전국 방방곡곡 '환영'의 이름표를 달고 트럭에 실려지는 것을 보면서 그제서야 그들은 그들 작업복의 먼지를 털어낸다.
사실 우리의 십대들쯤에게 '3D'가 뭐냐고 물어보면 대뜸 '컴퓨터 게임상의 그래픽'이라 말할테지만 격동의 80년대와 90년대말 그 서러운 IMF의 그늘을 스쳐가 본 사람은, 그래도 아직은 '고도산업'의 밑거름이 된 '힘든 업종'이라고 말하고 있다.
3D, 더러움(Dirty)ㆍ어려움(Difficult)ㆍ위험함(Dangerous)의 총체적 의미로서 근로자로서는 견디기 힘든 악조건의 근무환경을 말한다.
한때 이곳에서도 인력수급에 대한 대안으로 인도네시아인 산업연수생 7명을 받아본적이 있다.
다행히 그들은 열심히 일해주었고 연수의 기간이 만료되어 그들의 고국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한국인의 몫이 되어버린 이 주강생산제품 공장은, 사장을 제외한 전 직원이 현장에서 뛰고 있다. 관리이사가 낡은 작업복에 삽을 들고 주형틀을 제작하는가 하면 영업이사인 김정순(55세ㆍ여)씨도 드센 남자들과 같이 소매없는 반팔차림으로 직접 손수레를 끌고 있었다.
이 같은 광경에 대해 김 사장은 "가족과 같은 조직, 조직과 같은 가족을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지난 몇년간 겪은 내우외환의 회사위기에서 서로가 살아남기 위한 삶의 방법론으로 고통의 공유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유)환영금속의 평균급여는 불과 120여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 정도의 급여는 같은 근무여건인 속칭 '노가다판'의 급여보다 작지만, 그들은 이 회사를 사랑한다.
대신 한달에 두세번 회사 전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하고 김 사장 자신도 비싼 자동차나 화려한 사장실을 사양하고 있는 공동의 고통을 꾸려가고 있다.
실제로 그의 좁은 사장실에는 에어컨은 커녕 공장동의 근로자를 생각하면 벽걸이 선풍기도 미안한 생각이 앞설 정도로 사치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행히 회사의 미래는 어두워보이지 않았다. 현재 3개월분 정도의 물량은 확보되어 있고 김 사장 자신의 부단한 영업력 때문에 올해에는 매출이 늘 가능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렇듯 노사가 하나로 뭉쳐 시련을 딛고 있는 환영금속의 가족들은, 그들의 끊임없는 땀속에 회사만은 녹아 내리지 않고 굿굿하게 성장하리라는 믿음하나로, 이 여름 용광로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세상에 보여주고 있다.
오병환 기자 obh@kimjenews.co.kr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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