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사업은 김제지역민들에게 얼마만큼 변화를 가져왔는가?



새만금 간척사업은 전북 군산과 부안 사이를 33㎞에 달하는 방조제로 연결, 여의도 면적의 1백40배에 달하는 4만1백㏊(1억2천만평)의 국토를 새로 만드는 대역사다.



지난 1991년에 착공, 오는 2011년 완공예정인 새만금 사업은 연간 8만6천4백29톤의 쌀을 생산해 식량자급에 기여하고 담수호를 통해 연간 10억톤의 수자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 동안 개발이냐 보전이냐를 놓고 정부와 환경단체간에 끊임없는 줄다리기 싸움을 벌였으나 정부에서는 새만금 사업을 환경친화적으로 계속추진하기로 결정함으로써 개발은 계속이뤄지는 것으로 결론지어졌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역경제는 물론 나라 경제를 위해 마땅이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새만금 사업은 과연 김제지역민들에게는 얼마만큼의 변화를 가져왔는지, 현지 취재를 통해 연재키로 한다.



<편집자 주>



첫번째 이야기-주민들 삶의 터전 잃고 마을 등져



오전 10시, 김제시 청하면 동지산리 신창마을 정자에는 주민 10여명이 담배를 물고 멍하니 만경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제에서 가장 먼저 만경강의 수계가 시작되는 청하면 신창, 갈산마을의 주민들.

새만금 간척사업의 이뤄진다는 청사진이 발표되자 이들 주민들은 농경지와 공업단지, 그리고 담수호의 조성 등 장밋빛 미래 가슴이 부풀었었다.



이들은 공사를 시작한다 해도 당장 생계를 위협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막연하게나마 "그렇게 넓은 땅이 생긴다는데 우리에게도 무엇인가 혜택이 있겠지"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바른 선택의 정답을 내놓기 어려운 기로에 서있는 새만금 사업에 정작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이들 주민들의 분위기는 예상보다는 냉랭하기만 했다.



"10년 전 간척사업이 시작된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모두가 잘 살 줄 알았어요. 그러나 이제 그때 받은 보상금으로는 1년치 수입도 안돼 생계가 막막합니다."



이곳에서 평생동안 살아왔다는 이모(47)씨가 긴 한숨을 내쉬며 말하자 옆에 있던 박(36)씨가 거든다. “몇해 전만 해도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면 빨갱이로 몰릴 정도였지요, 반대하면 보상금도 못 받는데 누가 나서겠어요.”



이 마을 어민들은 2∼3년 전부터 물일을 하면서 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과 팔에 붉은 반점이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장둥어'(망둥어)도 잘 안보이고 갯벌에서 농게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한다.



그 동안 주민들 중 몇몇 사람들은 보상받은 돈을 밑천 삼아 새로운 장사를 시작하는 등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러나 고달프지만 익숙한 바닷일을 그만두고 받은 보상금으로 시작한 사업은 이내 금방 무너졌다.



사업에 실패한 어민은 그 동안 삶의 터전으로 평생동안 살아왔던 고향을 등진 채 새로운 곳을 터전을 찾아 이동했다.



이와 더불어 개발에 따른 보상비 문제와 지역별 이해의 상충 등으로 전통적인 어촌 공동체가 붕괴되었으며, 풍어제, 별신굿 등과 같이 예로부터 이어온 어촌문화도 파괴되어 졌다.



이곳 주민들은 그 동안 봄에는 실뱀장어와 크릴새우류(5월), 농어(4월∼5월), 숭어(연중)를 잡아왔으며, 여름에는 패류, 보리새우와 꽃게(5월∼6월), 백새우(연중)를 가을에는 크릴새우류, 그리고 겨울에는 패류(백합·꼬막·재첩·맛조개 등)등을 잡으며 생활해 왔다.



조개의 경우는 2.5km 앞에 있는 심포 까지 가서 잡았다고 한다. 특히, 이들 주민들 중 부녀자들은 갯지렁이로 생계를 꾸려 가며, 자식들까지 교육을 시킬정도였다.



이들 지역주민들 중 조합원은 68명으로 배는 40명이 가지고 있으며, 어업을 하고 있는 배는 안강망, 삼매망, 유자망 등 3종류다.



취재진이 그곳을 찾았을 때 마침 강변에 위치한 정자에서 쉬고 있는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새만금 사업에 대해 묻자 신창마을에 산다는 정모(52)씨는 "만경강은 20년 전부터 오염되어 왔습니다. 배수처리장이 5·6년전에 생겼지만 공업단지의 배수는 깨끗하지 않습니다. 나는 간척해도 살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상금은 4천만원∼5천만원이라고 했지만 아직 3분의 1밖에 받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을 선모씨가 받았다.

"어업권이 없는 사람은 보상금은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에게는 거의 보상이 없었습니다. 40척의 배는 무허가로 보상이 없었지요. 자신이 그 배로 어업을 하고 생계를 꾸리고 있었다는 것은 수협에 가서 조사하면 곧 알 수 있을 것인데도 보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을 사람의 40%는 받지 못했습니다. 보상금도 3년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업허가권은 5년이라는데도 말입니다. 그 4천만원도 아직 받지 못했습니다. 양식은 7년간의 보상으로 3억원 이라는데도 불구하고 어업은 3년간의 보상으로 4천만원 이라는 것은 이상합니다.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인지 정보공개를 요구할 작정입니다."



또 그는 갑자기 정자를 내려가더니 차안에서 서류뭉치 하나를 꺼내 가져왔다.

"이것이 정부가 보상금액의 근거로 하고 있는 자료입니다. 너무나 형편없는 자료예요. 이것을 조사한 사람은 군산대학의 교수라고 하는데 지금은 군산대학에 없습니다. 있을 수 없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로 갔는지도 모릅니다. 외국으로 도망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는 노기 가득한 얼굴이었다.

이내 주민들이 쉬고 있던 정자는 갑자기 새만금사업에 대한 토론장으로 변했다. 대부분 이곳 주민들은 어업과 농업을 병행해서 하고 있다. 어업에서의 수입은 2천만원∼3천만원으로 요즘 물고기의 종류는 줄었지만 실뱀장어가 좋은 벌이가 되고 있다.

농업수입은 3천만원 정도로 모두 합쳐서 6천만원 이상이 된다.



"사실 나는 지금은 여기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익산시로 이사했습니다. 여기에서 45분 걸리지요.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도 도시쪽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45분 거리이므로 나는 이곳에 와서 고기잡이를 하기도 하고 쌀 농사를 하기도 하고 건축 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모든 것이 싫어져 버렸어요. 보상문제가 나오고 나서 이 마을은 재미없어졌습니다."라고 말하는 박모씨.



그의 말에 따르면 보상금이 나온 사람 나오지 않은 사람 금액이 많은 사람 적은 사람 등 가지각색이고 그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다고 한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박씨는 오늘은 오전부터 마을사람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 그의 속마음은 말은 그렇게 해도 여전히 이 마을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러나 박씨의 아이들은 장차 이 마을에서 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씨는 "배를 가진 사람도 공사를 반대합니다. 환경을 생각해서 반대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체로는 반반인 상태입니다. 20년 전에 이런 의견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요."라고 말을 건넨다.



그 동안 만경강은 이곳 주민들이 이 땅에서 어업을 시작하고부터 계속 많은 것을 제공해 왔던 것이다. 이번 취재를 하면서 가장 의문을 느낀 것은 어떤 마을에서건 어업수입의 겨우 1년분 정도의 보상금으로 인해 미래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이곳 강변에는 수십 척의 배가 오랜 세파에 시달려온 이들의 마음을 입증이라도 하듯 난파된 채로 그대로 방치돼 있다.



배를 만들었던 조선소도 이제는 폐그믈망만 쌓인 채 방치되고 있어 보는이의 마음을 서글프게 했다.



이렇듯 현지 주민들은 생계에 커다란 타격을 입거나 아예 삶의 터전을 상실하게 된 경우도 대부분은 국가적 필요와 공익성을 내세운 사업 시행자들 논리 때문이다.



자연환경과 지역주민들의 삶에 돌이킬 수 없는 커다란 변화를 초래한 새만금사업이 얼마만큼 지역주민들에게 삶의 윤택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미래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재수 기자 kjs@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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