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맞이하여지식인의 역할

-광복절을 맞이하며


오늘은 광복절, 차라리 1910년 한일합방의 언저리를 되짚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한 사회의 흥망성쇠를 위정자들이 좌지우지하는 성 싶어도 사실 그것은 지식인들의 몫이다.


벼슬길에 올라 정치에 직접 관여를 하건 말건 상관없이 그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자들은 다름 아닌 지식인들이라는 것이다. 구한말 한일합방의 소식을 접한 많은 지식인들이 일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일부는 무기를 들고 독립을 되찾기 위하여 싸움터로 나섰다.


또 그 나머지 일부는 국내에 남아 소신껏 독립할 그 날을 위하여 나름대로의 신명을 바친 사람들도 많다.


오늘과 같은 광복절 기념일을 맞이할 수 있는 것도 다 이러한 지식인들의 행동의 산물이다.


구한말 대표적 지식인이자 시인이었던 매천 황현은 한일합방의 소식이 들리자 분연히 목숨을 끊었다. "내가 죽는 것은 황은이 망극해서도 아니요, 딱히 누가 시킨 일도 아니지만, 500년 선비를 키운 나라가 망하는 지경에서 목숨 하나 분연히 내놓을 사람 없다는 사실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원시에 장원급제하고도 평생 벼슬을 하지 않았던 조선의 마지막 대시인 매천은 마지막 절명시를 지었다.


"가을 등불 아래 책을 덮고 옛일을 생각하니, 지식인이 된다는 일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로다."(秋燈俺券懷千古 難作人間識字人)


지금은 학적으로나마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부지기수요, 스스로 지식인연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으랴! 단지 밥벌이 할 수 있는 지식 나부랭이나 머리에 든 자들을 우리는 지식인이라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매천이 말한 그 지식인이란 단지 지식만을 머리에 담은 자가 아니라, 선비(지식인)으로서의 자존심과 정신 기백이 살아 있는 자를 이름할 것이다.


나라가 어렵고 사회가 어지러운 것이 다 지식인들의 죄과이다. 지식인들이 제 노릇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육체노동을 하지 않고 단지 고상한 지식만을 팔아먹고 사는 지식인들이 회피하지 못할 업보인 것이다.


조선말 파쟁으로 정치사회가 어지러웠어도, 그나마 선비 지식인들은 면면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오늘날 다시 나라를 되찾고 광복의 기념일을 지낼 수 있는 일이 어이 매천의 덕택이 적다 할 수 있으리!


근자에 정치인을 탓하는 사람들은 많아도, 지식인의 자세와 행동에 대하여는 관심이 적다. 많은 거짓 지식인들이 활보하며 우리 사회를 어지럽혀도 누구도 그 죄과가 많은 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지식을 담보로 벼슬길에 앉고 때로는 지식의 직책으로 먹고사는 지식인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반성해 볼일이다.


그저 멀뚱히 광복절 공휴일을 즐겁게 놀고 있는 지식인들은 말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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