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10억원 안팎 적자 불가피

최근 정부가 발표한 쌀 수매정책에 대해 농민들이 허탈해 있다. 매년 정부의 수매량은 줄어들고 농협과 미곡종합처리장마저 작자를 이유로 쌀 매입을 꺼리고 있어 농민들이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농협을 점거한 채 정부의 수매가로 쌀을 매입해 줄것을 요구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농협은 농민들의 요구를 받아줄 경우 엄청난 적자에 시달려야 하는 부담을 안게 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있지 않은 한 해결책은 없다는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그럼 과연 쌀 대책은 없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올 가을 사상 유래없는 쌀 값 하락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이 농협의 쌀 수매가 결정을 앞두고 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선 농협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김제지역 농협들이 대부분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들이 올해 자체 수매가를 농민들의 요구대로 수용하면서 일단락 됐다.


그러나 이로 인한 농협의 적자폭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자칫 막대한 재정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관내 7개 농협의 수매가 결정은 앞으로 도내는 물론 전국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제농협을 비롯해 부량, 광활, 금만, 공덕, 봉남, 백구농협 등 7개농협은 지난 6일까지 이사회를 열고 올 자체 수매가를 당초 농민들이 요구한 벼 40㎏ 한포대당 5만7760원(쌀 80㎏ 15만8840원)선으로 결정했으며, 진봉농협도 벼 40㎏ 기준으로 시가 5만2천원보다 가마 당 6180원이나 비싼 5만8180원(쌀 80㎏ 16만원)으로 결정했다.


도내 대부분의 농협이 자체 수매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진 이번 김제관내 7개 전 농협의 수매가 결정은 다른 지역으로 급속하게 파급돼 전체 수매가를 주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동안 농민회 등 농민단체 회원들은 진봉농협 등 관내 7개 농협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쌀 생산비를 보장하는 수매가 결정'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특히, 지난 3일 진봉농협에서는 조합관계자와 농성 중인 농민들간에 마찰이 발생, 조합 간부가 다치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진봉농민회는 지난 4일 진봉미곡처리장에서 관내 농민 등 2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에 '쌀생산비를 보장하는 농협의 자체수매가 결정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진봉농민회는 이날 결의문에서 "정부와 농협은 모든 쌀 값 하락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전가하는 등 농민들을 불모로 삼고 있다"면서 "쌀값 하락은 그 동안 미곡종합처리장간의 과당경쟁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농민회는 또 "쌀 값 폭락을 부추기고 있는 수탁판메제 도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쌀 생산비를 보장할 수 있는 수매계획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수매둘러싸고 농협과 농민 마찰


지난 5일부터 산물벼의 추곡수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매가 시작됐으나 관내 농협의 경우 농민들이 농협을 점거한채 농협이 수매하는 쌀을 정부 수매가에 사줄 것을 요구, 농협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농민들이 농협을 점거한 채 농협이 수매가에 사줄 것을 요구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농협을 통해 농협 자체 매입량을 시가에 매입토록 하겠다는 발표만 해놓고 후속대책을 발표하지 않아 빚어진 현상이다.


그 동안 정부는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550만석을 또 농협을 통해 400만석을 시가 매입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산물벼의 수매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아무런 후속조치를 내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시가매입을 놓고 농민과 농협이 극명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현재 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농협이 정부수매가 2등 기준인 80㎏들이 가마를 기준으로 15만8840원에 매입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 시가는 이보다 가마 당 8700원 가량 밑돌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농민들의 요구대로 시가에 사들일 경우 엄청난 적자에 시달려야 하는 입장이다.


더구나 쌀값이 현 시가보다 오를 기미보다는 내릴 기미가 높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시가에 사들여 적자를 볼 경우 웬만한 농협은 모두 파산직전으로 내몰린다는 게 농협의 주장이다.


실제 진봉농협의 경우 농민들의 점거농성 등에 밀려 올해 6000톤을 계약재배로 시가보다 훨씬 높은 40㎏들이 조곡기준으로 시가 5만2천원보다 가마당 6180원이나 높은 값에 사들이기로 했으나 이 경우 쌀값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9억3천만원의 적자를 고스한히 떠안아야 하는 입장이다.


더구나 이 농협은 이미 지난 9월말 현재 쌀 사업으로 2억6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이후 적자폭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쌀 수탁판매제도는 속임수


이 같은 현상은 현재 김제관내 농협 모두 마찬가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시가보다 높은 값에 매입할 경우 설령 쌀 값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농협에 따라 최고 10억여원 안팎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형편에 놓여 있다.


하지만 농민단체들은 우선 농협에서 수매가에 매입하고 적자는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제농민회는 말도 안되는 수탁판매제도를 즉각 철회하고 김제지역 농협 RPC의 자체매입가격을 15만8840원 이상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사실 정부의 추곡수매가 또한 쌀 생산비를 보장하기에는 터무니 없이 낮은 가격이다"며 "해마다 농약과 비료, 농기계 등 생산비는 꾸준히 올라가고 있음에도 추곡수매가는 동결되거나 소폭인상(4%이하)으로 억제돼 왔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미곡종합처리장을 운영하는 도내 조합장들은 지난달 24일 정부 수매가의 80~90% 사이에서 자체 수매가를 결정해 수탁판매하기로 결정했었다.


이것은 정곡 80㎏ 한가마당 1등 가격으로 환산해도 13만3천원에서 14만9천원까지 선도금을 주고 내년에 농가가 원하는 시기의 쌀 시세에 맞추어 추가로 정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이 수탁판매제도는 엄청난 속임수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농협의 수탁판매제도는 쌀 값의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 정미소나 양곡매입상들은 농협의 자체 매입가격(수탁판매제도의 선도금)에 맞추어 쌀 매입가를 정하기 때문에 농협의 매입가격은 그대로 시중의 쌀 값이 되는 것이다는 것.


결국 수탁판매제도는 당초 내년에 쌀 값이 오를 가능성을 차단하고 오히려 현재의 자체매입 가격대로 쌀 값을 떨어뜨리겠다는 의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제농민회 이창환 사무국장은 "수탁판매제도는 쌀 값이 오를 경우에 추가로 쌀 값을 정산하고 쌀 값이 내리면 농협에서 손해를 감수하겠다는 것은 말만 그럴 듯 할 뿐 본질은 쌀 값이 오르거나 말거나 농협은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그냥 팔아주기만 하겠다는 것으로 땅집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김재수 기자 kjs@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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