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압구정동에서 열려
"마음만은 만경벌판 그 시절로 향했습니다"



"형님 얼굴이 많이 좋아졌는디요" 서울생활 십여년의 익숙한 서울말씨에도 불구하고 김제에서 올라온 고향의 선후배간 인사는 이렇게 구수한 고향말씨로 시공을 넘나들고 있었다.



지난 14일, 압구정동 구정중학교 운동장에는 제 6회 재경 만경중·고 동문체육대회가 열리면서 초대받은 이필선 시의원등 재향동문 20여명이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 내리자, 재경동문들의 힘찬 악수세례부터 받아야 할 정도로 뜨거운 환대가 곳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시작된 행사에서는 주최측인 재경동문회장 곽계흔(16회·카팍 및 윤원유통 대표)동문은 짧은 인삿말을 통해 "김제에 있는 재향동문들이 고향에 내려가면 늘 환대로서 맞아주곤 해서 내심 가슴 뿌듯했다"면서 "조촐한 자리이지만 마음만은 중·고시절 만경벌판에서는 가운데 서울과 김제가 한몸이 되는 자리가 되자"고 당부했다.



이어 만경중·고 총동문회장인 박영엽(중 7회졸·전 김제시청 자치행정국장)동문은 "이번 행사를 통하여 동문간의 애정을 돈독히 하고 만경중·고로서의 동문인 긍지를 가지고 서로를 도울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동문회의 발전은 곧 모교의 발전으로 이어질수 있는 기본토양임을 인식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졸업동문 1만5천여명으로 알려진 만경중·고는 지난 1949년에 개교한 이래 수많은 인재를 배출해 왔으며 최근에는 세팍타크로·태권도·골프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관내 서부지역의 명실상부한 교육의 전당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학교 출신인 만경고등학교 김광웅(중6회·고3회)교장은 "동문들의 모교에 대한 관심이 타교에 비해 월등하다"며 "오늘 모인 재경동문들의 참석을 보아도 이를 미루어 짐작할수 있지 않냐?"고 반문하면서 '성실·노력·협동'의 모교교훈이 주었던 의미를 가슴벅찬 감정으로 설명해 나갔다.



오전 11시, 각 기수별 축구종목을 시작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나이의 많고적음을 떠나 서울의 중심부인 압구정동을 훈훈함으로 가득 메우면서 점점 열기를 더해갔다.



특히 김제에서 버스편으로 20여명의 동문들을 인솔하고온 고복영(18회·김제원예유통슈퍼 경영)재향동문회장은 "동문인 곽인희 김제시장이 모친상을 당해 같이 올라오지 못해 유감이나 재경 동문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흐뭇하다"고 전한 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동문들은 마음만은 학생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개교 52주년을 맞은 모교에 대한 역사와 반세기를 걸쳐 형성된 동문들의 애정을 우회적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가족 이어달리기 및 축구·족구·줄다리기 등 다채로운 종목과 이벤트가 행해진 하루였지만 이날 행사의 백미는 재경동문과 재향동문이 펼친 축구경기였다.



40·50대의 날렵치 못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장 가운데에서 부여잡고 넘어지면서 서로가 서로를 확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가운데, 경기끝에 권하는 시원한 생맥주만큼이나 결과에 관계없이 한자리에 있다는 것 만으로도 연신 웃음만이 일렁거렸기 때문이다.



오후 5시, 행사는 종료되고 각자의 생업으로 되돌아가기 전에 그들의 악수가 굳어지면서 잠시 숙연한 가운데, "만경강 구비구비 기름진 벌판/장하다 이 고장은 뜨거운 정성.."으로 불려지는 모교의 교가속에 재향동문을 실은 버스가 되돌아가자, 다시 일년을 기약해야 되는 긴 아쉬움만이, 남은 재경동문들의 눈가에 언뜻 스쳐 지나감이 역력해 보였다.



오병환 서울주재기자 seoul@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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