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정치 개혁'뿐 아니라 '언론도 개혁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막상 '어떻게 개혁되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신문 사주와 권력으로부터의 편집권 독립, 언론의 권력화 방지 등 원론적인 수준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서 신문 시장의 90% 이상을 자치하고 있는 거대 중앙 일간지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 언론'이야 말로 '풀뿌리 신문'인 '지역 신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눈길을 끈다.
얼마 전 발간된 장호순 씨의 저서 <작은 언론이 희망이다>는 '왜 지역 신문이 우리 언론의 미래인가'에 대한 해답과 지역 언론의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참고로 저자가 말하고 있는 '풀뿌리 신문(지역신문)'은 지방의 일간지가 아닌 전국의 시,군,구에 한두 개씩은 있는 주간 신문이다.
이 책은 우리 신문의 일그러진 모습을 비교적 차분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지역 신문의 과거와 현재, 더 나아가서는 미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이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은 '참담한 지역신문'의 현주소와 개선 방안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지역 신문에 대한 '오해'를 풀자
저자는 지역 신문의 중요성과 지방자치에 대한 지역신문의 기여도에 대해 "아직도 지방 자치에 언론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들이나 지역행정가들조차 지역 언론이 그 대안이자 해결책이라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과연 거대한 자본으로 중무장하고 있는 중앙의 메이저급 언론사를 겨우 취재기자 4-5명 가량으로 운영하고 있는 지역 신문이 대항해서 승리할 수 있는 것일까? 저자는 지역 언론이 거대 언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틈새 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 신문이 중앙지와 정면으로 대립하기보다는 중앙지에서는 다룰 수 없는 내용을 기사화해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신문이 중앙지의 기사를 흉내내기만 한다면 승산이 없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미국과 영국 등 선진 국가의 지역신문과 <조선일보> 반대 투쟁의'성지'로까지 일컬어지는 <옥천신문>을 지역신문 성공사례로 꼽으면서 논지를 이끌어간다. 이 중에서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옥천신문의 사례이다. 옥천신문은 이미 알려진 것처럼 조선일보 반대투쟁 외에도 제법 굵직 굵직한 지역 특종을 터트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우리 사회 일각에서 심하게는 '사이비 신문', '지역의 소식지' 정도로 매도 당하고 있는 지역신문의 현실을 색다른 시각에서 점검해 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신문의 미래를 그 안에서 찾고자 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가 지역신문이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에 대해서 침묵으로 외면하고 장미빛 청사진만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인원부족으로 인한 지역 언론사 기자의 취재력의 한계, 광고 수익 문제 등 지역신문이 안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점을 되짚어 보면서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부정부패가 드물고, 정보 유통이 원할한 선진국일수록 전체 신문 시장의 점유율에서 거대 중앙지의 비율이 낮고, 지방지의 비율이 높다. 다양한 지방 언론을 통해 소수 거대 언론의 전횡과 여론 독과점이 구조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다"라면서 지역 신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이 작은 언론이 우리 언론의 희망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좀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저자의 주장이 옳은지도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이제 저자의 주장이 옳은지를 판단해 내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재환 기자 fanterm5@hanmail.net
<저자소개>
장호순 씨는 현재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경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언론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반공산주의자 규제에 관한 연방대법원 결정을 다룬 박사 학위 논문을 비롯, '두밀리 분교 대책위'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대표 구속 대책위'에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외에도 <미국 헌법과 인권의 역사>(개마고원)을 저술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1/10/24 오전 12: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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