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사회로부터 부여받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언론은 개인이나 특정집단의 사유물이어선 안 되며, 언론사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 언론은 전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는 진정한 국민의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 신문사 소유지분제한, 경영 투명성 확립, 편집권 독립, 독자주권실현 등을 담은 정기간행물 등록에 관한 법률(이하 정간법)이 개정돼야 한다."
신문개혁촉구 전국 자전거대행진의 취지다.
제법 쌀쌀한 늦가을 날씨에 사흘째를 맞는 신문개혁촉구 자전거 대행진이 31일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민경중 언론노조 CBS지부 위원장, 한명부 진행팀장, 이상철 언론노조 EBS노조지부 교육부장, 박병완 방송기술인협회 회장 등 20여 명의 전국 주자들은 전날과 같이 충남 논산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한 뒤 몸을 풀고 오전 8시50분 다음 도착지 김제를 향해 페달을 밟았다.
주자들은 충남 논산부터 전북 익산까지 오르막길이 많은 탓인지 많이 힘들어 했다. 비탈길을 올라갈 때면 거친 숨소리와 함께 힘든 모습이 역력했다. 내리막길에서는 고비를 넘긴 탓인지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격려하는 등의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신문개혁 정간법'이란 문구가 새겨 있는 노란 조끼와 자전거 뒤에 '정간법 개정'이란 깃발을 휘날리며 힘찬 레이스를 전개했다. 논산 연무읍을 통과, 충남과 전북의 접경인 익산면 연산리(오전 10시30분)에 들어선 주자들은 전라북도란 표지판을 보며 '전북까지 왔다는 생각'에서인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사흘째 첫 합류한 언론노조 CBS노조지부 민경중 위원장(주자)은 "페달을 하나하나 밟을 때 신문개혁이 빨라질 것으로 믿는다"며 "언론이 변화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언론개혁이 되려면 편파왜곡보도를 자행한 조선일보를 반드시 끊어야 된다"고 역설했다.
오전 11시45분 전북 익산시 레포츠 공원사거리에 도착한 자전거 대행진팀들은 전교조 익산지회, 민주노총 익산지부, YMCA익산지부 등 14개 전북시민단체 회원 30여 명의 힘찬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들 중 10여 명은 자전거대행진에 합류, 전국주자들과 함께 전주까지 자전거를 타며 고락을 같이 했다.
전주 출발전 익산역에 들린 자전거 주자들은 조선일보반대 익산시민연대에서 준비한 '신문개혁, 정간법개정, 조선일보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전날 대전에 이은 다섯 번째 신문개혁 촉구 집회를 가졌다.
익산참여연대 손문선 사무처장 사회로 진행된 익산역 집회에서 첫 인사말을 한 신문개혁촉구 자전거대행진 김동민 상임집행위원장은 "조선일보반대 1인 시위를 해준 익산시민단체 여러분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며 "자전거 행진은 신문개혁촉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홍보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국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또 그는 "일반 국민들에게 정간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기 위한 캠페인에 모두 동참하자"고 말했다.
전교조 익산지회 한은수 지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신문개혁을 위해 전국 자전거 투어를 하고 있는 여러분들을 전북 14개 시민단체를 대표해 환영한다"며 "언론개혁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끝까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자 및 전북시민운동단체들은 익산역 집회가 끝나고 신문개혁국민행동 홍보팀이 전날 발행한 신문개혁 홍보지를 익산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이날 전북 민언련 유홍관 운영위원은 맛있는 점심 식사로 선수들을 위로했다. 그는 "이런 운동에 참여하고 싶은데 일상일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우리를 대신해 신문개혁에 앞장선 자전거 홍보팀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전했다.
점심식사 도중 신문개혁 국민행동 이강실 본부장은 "신문개혁이 중요하다"며 "이 기회(자전거투어)를 통해 국민에게 정간법 개정 필요성을 정확히 알릴 수 있도록 많은 홍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신문개혁국민행동 전북본부와 전북연대회의 언론특별위원회는 '언론개혁을 위한 대장정, 먼길 오시느라 수고가 많았습니다. 신문개혁촉구 전국자전거대행진단'이란 문구가 쓰인 플래카드를 식당 주변 담벼락에 걸어놓아 자전거 대행진 주자 및 스텝들을 흐뭇하게 했다.
익산을 출발한 주자들은 전주시 호남제일문(오후 2시50분) 통과, 여섯 번째 집회장소인 전주시 중앙동 객사(오후 3시40분)에 도착,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고 전북대 사물놀이 동아리 '해동'은 흥을 돋구는 사물놀이 공연으로 선수들을 환영했다.
'아직도 계도할 신문이 남았단 말인가. 대표적 예산낭비, 계도용 신문구입 예산을 폐지하라'는 신문개혁국민행동 전북지부가 준비한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중앙동 '객사' 집회가 시작됐다.
전북 민언련 박민 사무국장 사회로 열린 '신문개혁촉구 및 자전거 대행진 환영' 집회에서 신문개혁국민행동 성유보 본부장은 "힘든 자전거 투어를 3일째 전개한 주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이렇게 많이 모인 전북시민단체 여러분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신문개혁을 위해선 국민이 일어나야 한다"며 "국민들에게 파고든 신문개혁운동이 바로 자전거대행진이다"라고 소개했다.
전북참여연대 서지영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1894년 전봉준 장군이 민주정부수립을 위해 싸운 곳이 이곳 객사 터"라며 "전봉준 장군 정신을 이어 받아 신문개혁에 노력하자"고 말했다. 자전거투어 한명부(전국언론노조 지도위원) 팀장은 "우리 사회에 신문개혁과 교육개혁이 중요한데 한 가지도 이뤄진 것이 없다"며 "페달을 힘껏 밟아야 신문개혁 한 가지라도 실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북참여연대 김남규 감시국장은 "전주시 예산에서 계도지가 차지한 비율이 타 지방자치단체에 비해 많다"며 "계도지를 없애는 지름길은 전주시 계도지 예산 폐지"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정간법 개정해 신문개혁 이룩하자' '반민족 친일신문 조선일보 반대한다' '대표적 예산낭비 계도지 예산 폐지하라' 등의 구호가 집회에 장에 메아리쳤다. 또 조선일보 편파왜곡보도 등 과거 행적에 대한 신문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익산에서 전주까지 자전거투어를 한 전북참여연대 박진화(25) 간사는 "전국 신문개혁촉구 자전거대회에 동참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구간만 동참했다"며 "지나친 지역인사 동정보도 등 편파왜곡보도가 시정될 때까지 신문개혁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전주집회에 동참한 문규현(새만금생명평화연대 상임대표) 신부는 "편파왜곡 자행한 보수신문은 없어져야 한다"며 "민주적 정간법 개정이 반드시 이번 회기 내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문개혁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전주에서 김제까지 자전거 투어에 동참했다.
오후 4시20분 전주를 출발한 자전거 대행진 팀은 전주대입구(오후 4시40분)를 통과해 오후 5시40분 행사장소인 김제 시청 앞에 도착, 전북시민단체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제시민센터에서 미리 준비한 '계도지 예산 폐지하고 시정 홍보비 삭감하자' 플래카드와 함께 3일째 마무리 김제 시청 집회가 시작됐다.
전북민언련, 김제시민의 신문 등 30여 명의 시민 사회 언론 단체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사회를 맡은 김제시민센터 이봉원 공동대표는 "계도지 예산 폐지를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신문개혁을 위해 노력해 준 자전거 투어 동지 여러분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성유보 본부장은 "군사독재억압을 뚫고 87년 민주화 운동에 성공한 국민들이 이제 다른 형태인 언론에게 탄압을 받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아침에 거울을 보듯 세상사는 얘기를 신문이란 거울을 통해 보는데 이들이 거짓말로 농락하고 있으니 이를 바로잡기 위해 이제 국민들이 나서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전북 바른언론시민모임 팀장은 "올바른 언론을 갖기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우리도 바른 언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김제까지 자전거행진을 펼친 문규현 신부는 "이번 서울 구로을, 동대문을 그리고 강릉에서 승리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승리의 원인을 언론이라고 말한 저의가 무엇을 뜻하겠냐"며 "보수정치인과 보수언론을 향해 끝까지 싸워나가자"고 역설했다.
전주부터 김제까지 자전거 투어와 집회에 동참한 전북대 분자생물학과 박순영 학생은 "안티 조선일보 운동을 펼치고 있었지만 언론바로보기 운동은 실천기회가 없었다"며 "이번 투어를 통해 언론개혁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집회에 동참한 전주경실련 안자섭 조직위원장은 "언론개혁 없이 나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며 "이 나라 국민이 주인이 되는 언론환경을 위해 다같이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날 김제시민센터는 집회가 끝나고 김제계도지 예산 삭감의 뜻을 김제시청에 전달했다.
신문개혁 기치를 내걸고 전국순회에 나선 전국 자전거 대행진 행렬은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를 출발, 29일 경기 오산, 30일 충남 논산, 31일 전북 김제에 도착했다. 11월 8일 서울에 도착할 예정인 이들은 평균시속 20킬로미터, 하루 평균 140킬로미터(총 1500킬로미터)를 연이어 달리게 된다
김철관 기자 3356605@hanmail.net
▲ 전주에서 김제로
31일 오후 전주에서 김제로 향한 신문개혁촉구 자전거 행렬
ⓒ2001 김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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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들에게 현금 전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