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봉면 상궐리가 고향입니다"

서울에 살고 있는 김제사람들의 시선은 습관적으로 한번쯤 남쪽을 쳐다보는 것이라고 전해진다.


소영철(42세·진봉초교·만경중 졸업)씨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신촌인근 서강대학교 밑에서 풍천장어·추어탕집을 경영하고 있는 그가, 꺼내는 첫마디는 "고향에서 오셨지요? 정말 반갑습니다. 식사부터 하십시다!" 라는 다분히 호의적이고 정감어린 마음의 포옹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아마 한끼밥의 배부름보다 더 가슴 진하게 다가오는 따뜻함이랄까?...


15년전, 아버지와의 사별이후 홀로된 노모를 모시고 혈혈단신 상경하여 어렵사리 6년전, 지금의 이 자리에 '마포수산'이라는 횟집을 열어 경영을 하던 소씨는, 최근 뜻한 바가 있어 장어구이 및 추어탕·붕어찜으로 업종을 변경했다고 한다.

장사가 안되서이기 보다는 소위 말하는 계절진폭을 줄여보기 위해서 과감히 변신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서울에서 이적지 못가져본 마포사람이다. 그래서 인근의 마포사람들은 그를 '마포맨'이라고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진봉초등학교 45회 졸업생의 재경동창회장이며 재경호남마포연합회의 사무국장도 자처하여 꾸려 나가고 있으며, 여기에 마포 서강산악회 회장과 마포거북이산악회의 총무이자 마포지역발전협의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며, '마포'에 관한 단단한 지기로서 '김제인'의 위상도 한껏 드높이는 '억척이'의 활동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활동이력서보다는 그가 경영하는 음식점은 분명 '맛'에서 멋진 출발을 시작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에게 자신있는 메뉴를 골라보라고 권하자 그는 대뜸 '붕어찜'을 선택한다.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붕어야 할수 없이 춘천인근의 의암호에서 잡아오지만 붕어찜에 얹혀 나오는 시레기는 순수한 김제산이기 때문"이란다.


김제의 선후배나 친구가 마련해준 시레기는 김장철에 서리를 두 번 정도 맞은 것을 사용하여 서울에서 흔하게 맛볼수 없는 정통'시골스타일'을 요리해내는 원칙을 결코 비껴가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당연한 결과이겠지만 120석 규모의 55평 그의 가게는, 손님이 먼저 알아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소씨가 '청주댁'이라 부르는 그의 아내 김명숙(42세)씨의 손맛도 일품이다. 인공감미료를 많이 쓰지 않는 추어탕은 자연산 향료로서, 말 그대로 '옛날식'으로 만들어져 내오면서 2년전 작고한 소씨의 어머니 윤정순(당시 72세)씨의 음식맛을 그대로 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소씨는 "어머니라는 큰 나무"를 회상하고 있다. 숨가쁜 서울생활을 서로가 이겨가며 '맛'과 '가격'으로서 살아남기 위한 모진 고생을 부부가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제 2호선 지하철 신촌역 6번출구로 나서면 서있는, 그의 음식점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분명 김제인의 향수를 달래는 소주한잔과 덕담이 이어지는 장소가 될것이 분명하다.

▲연락처(서울 711-1504, 풍천장어·추어탕)


오병환 서울주재기자 seoul@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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