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한(김제농민회 사무국장)

지난 11월14일 카타르 도하에서는 21세기 세계 무역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뉴라운드'가 출범하였다.



세계 무역기구(WTO)가 설립된지 6년만의 합의로 이에 따라 농산물 시장이 실질적으로 개방될 경우 한국 농업은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위기의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농민들의 절박한 마음은 지난 13일 여의도에서 열린 농민대회를 통해 표출되었다. 이번에 개최된 농민대회는 2004년 쌀 재협상을 앞두고 쌀 수입개방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쌀값 폭락을 방치하고 있는 현 정부와, 농심은 외면한 채 정쟁만을 일삼는 여야 정치권, 그리고 농민을 배신하고 쌀값 폭락을 방조하는 농협중앙회에 대한 450만 농민의 분노가 폭발한 대회였다.



정부와 언론은 쌀값 하락의 원인이 쌀 소비량은 줄어든 반면 생산량은 많아 재고가 넘쳐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국민들이 올해 갑자기 쌀밥을 안 먹기 시작했나? 나락 10가마 나오던 논에서 올해는 20가마가 나오기라도 했단 말인가?



쌀 소비량이 줄고, 생산량이 늘어난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들고 나오는 것일까?



이상한 것은 이런 말이 나오면서 산지 쌀값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농협은 시가수매 방침을 천명하였으며 그 결과 쌀값은 가마당 2만원 가량 폭락하였다. 심지어 값싼 외국쌀과 경쟁하려면 국내 쌀값은 더 떨어져야 한다는 말도 나오기 시작하였다.



쌀값 폭락은 단순히 소비량과 생산량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쌀값 폭락의 이면에는 2004년 쌀 시장을 완전 개방하려는 정부당국의 계획된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쌀 시장이 개방되면 국민들은 싼 쌀을 사먹게 되어 좋을까? 결단코 아니다. 우리는 과거 미국으로부터 '밀가루'를 공짜로 원조 받아먹었다. 공짜 밀가루로 인하여 아무도 밀농사는 짓지 않게 되었고 불과 50여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쌀보다 비싼 밀가루를 사먹어야만 한다.



밥을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식량을 수입에만 의존할 경우 우리의 목숨은 식량 줄을 쥐고 있는 자의 손에 달려있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쌀 농사를 포기하고, 농업을 포기한다면 우리나라는 식량의 주권이 없는 나라가 될 것이다. 식량의 무기화라는 말은 결코 가벼운 의미가 아니다. 쌀을 지키는 것은 농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쌀값이 더 이상 떨어지는 것을 막고, 쌀 생산비를 보장받는 것이 우리 농업을 지키고, 우리민족의 식량주권을 지킬 마지막 힘이라고 생각하기에 물러서지 않고 투쟁할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400만석 추가매입분에 대해 시가수매방침을 철회하고 생산비를 보장해야 한다. 쌀에 대한 시가매입방침은 농민더러 빚농사를 지으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또한 정부는 쌀값 안정과 WTO 농산물 추가개방 저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300만석을 빠른 시일안에 북한에 지원을 해주어 재고량을 해소하고 쌀값 상승의 요인을 마련해 주어야 하며 논농사 직접지불제를 1ha당 50만원이상으로 지원하여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쌀 농업을 비롯한 농업 회생책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통일에 대비한 양정제도를 수립함으로써 통일 이후 식량자급율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