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걸린 바이올린에 볼가강의 슬픈 뱃노래가 잠긴 곳..

에디뜨 삐아쁘의 가슴 시린 샹송 한구절이, 삶에 지친 사람들의 귓가를 돌아나와 막 커피 잔에 내려 앉았다.


붉은 벽돌을 뒤로 한 그리 넉넉치 않은 쇼파들 위에 러시아 볼가강 한가운데를 흐르던' 에이 우흐넴'의 슬픈 뱃노래가 벽에 걸린 바이올린에 잠긴 듯, 18평 크지않은 공간에 숙성된 와인만큼 세월과 격리된 자리잡음이 더욱 싫지 않았다.


그 흔한 구절의 팝송도 아니고 그렇다고 익숙한 음계를 떠난 클래식 계열은 더더욱 아닌, 칸소네 등 유로피안 음악이 실내를 메우고 있는 특별한 공간, 거기에다가 4·50대라면 익숙할 7·80년대의 포크송까지 간간히 흘러나와 세상에 대한 피안을 꿈꾸게 한다.


까페 볼가(Volga)는 이렇게 흔하지 않게 진정한 의미의 까페로서 자리하고 있지만 정작 알려야 할 간판은, 금만사거리 부근 눈에 띄지 않게 '올 사람만 오라'는 식으로 존재자체가 미미하다.


3년째 이곳을 '나홀로'테마공간으로 꾸려오는 40대 후반의 김윤희씨는, 단지 이곳의 드러나지 않는 여전한 익명성이다. 그것은 정작 그 자신이 주위의 권유에 떠밀려 어쩌다 하게 된 세상과의 대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그녀의 일상이 되어버린 '볼가'는, 유럽풍의 실내분위기와 지극히 동양적인 주인네의 이미지가 하나의 언밸런스풍경처럼 어우러져 그녀 자신이 이곳의 소품이 되어버린 느낌으로 남아 있다.


창문하나 없는 밀폐된 공간이지만 오히려 그런 장치들로 인해 낮은 조명아래 바깥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되는 고립이 아이러니칼한 안락감으로 와닿을수 있는 곳. 그래서 그녀는 "이곳을 찾는 분은 하루를 이야기 하든지 아니면 인생 전체를 이야기하든지 자신안의 위안을 얻고가라"는 부탁을 잊지 않는다.


그런 설정때문에 술에 취한 손님들이 한잔의 스카치와 헤이즐럿 커피에 독백을 묻어두다가, 취기는 잃고 평온을 얻어가는 이유가 그로테스크하게 병존하는 것 일까?


20년 묵은 AKAI 릴데크와 트럼본, 그리고 연대를 알수 없는 트럼펫이 걸린 벽을 뒤로 하고 와인글라스가 거꾸로 걸려 있는 바텐에 앉아 J&B 스카치한잔으로 세상시름을 다 덜어낼 수는 없겠지만 말수 적은 주인네의 엷은 미소가 마치 오래 있었던 느낌으로 '고립'을 중화시켜 내갔다.


볼가는 테이블 7개의 좁은 공간덕분에 다수의 손님을 받을수도 없지만 세상한켠 비켜서고 싶은 사람들을 위하여 '도란도란' 소수의 낮은 목소리를 지향한다.


그 흔한 화분하나 없고 장미꽃 하나 없는 역설적 아름다움이 은은하게 베어나와, 여기에서는 혼탁해진 영혼들의 노화를 정지시키는 '일탈의 머무름'일수 밖에 없다.


이렇듯 우리는 어쩔수 없이 '세상관계'의 틀안에서 살수밖에 없지만, 그 영역 밖에 한발을 내딛고 싶다면 까페 볼가는 분명히, 그곳 비상구에 씌여진 메모처럼 잠깐이나마 "I LOVE SINGLE LIFE"를 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임에 틀림없을 것 같아 보였다.


오병환 기자 embago@hot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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