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배달된 <한겨레 21>의 표지 이야기가 '남자의 눈물'이다. 표지가 사뭇 흥미로워서 얼른 폐이지를 넘겨 읽어 보려는 그 짧은 순간, 이 글의 내용이 조금은 짐작이 간다고 생각하며 빙긋 웃었다. 읽어 보니 역시 내가 예상했던 그리고 평소 생각했던 내용과 비슷하다.
신촌에 가면, <카타르시스 남성 눈물방>이 있다고 한다. 울고 싶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눈물 흘리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한다. 이러한 눈물방이 생길 정도이니 사실 남자들은 울 장소가 별로 없는가 보다. 아니 울 장소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남자들은 울지 못하도록 심리적으로 억압을 받아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남자들도 울고 싶을 일이 없겠는가? 어찌보면 여자들보다 남자들이 울고 싶은 순간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단지 '울고 있는 남자는 남자답지 못하다'는 사회적 교육을 암암리에 받아온 결과 남자들은 '울지 말아야 한다'라는 억제심리를 강하게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남자들은 울고 싶어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눈물 흘리기 기능이 퇴화해 버린 것은 아닐까? 여자들은 과연 눈물 흘리는 남자들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아마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기야 갈수록 남자 아이들이 여성화되는 현상이 두드러지는 사회다. 반면에 여자들은 조금 더 터프해지고 남성다워지기도 한다. 물론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니 이것은 아마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우리가 지닌 남성다움이나 여성다움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대하여 약간은 거부감이 있다. 자식들을 키우면서도 내 아들이 좀 더 사내다워지기를 은근히 기대하는 심리가 없지 않다.
불현듯 뒤돌아보면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과거 남성들이 차지하고 향유하던 점적인 많은 업종과 지위들이 여성들로 채워지고 있어서, 이제는 더이상 직업만으로 남녀를 구분 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은 것이다.
따라서 현대의 남성들이 전통적인 '남성다움'을 발휘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자꾸 줄어만 간다. 그러면서도 어릴 적 부터 받아온 사회교육의 영향으로 남성다워야 한다는 심리는 간직하고있기 때문에 남성들이 심리적으로 안주할 곳이 줄어드는 것이다.
현대 남성들은 내부 심리적으로 억압받고 외부적으로 영역을 잠식당하는 지경인 것이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는 울고 싶은 상황은 많아졌지만 외형적으로는 울지 못하는 곤궁한 처지이다.
통계조사를 해보면, 남성들 스스로도 우는 남자들은 처량하고 불쌍해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남자들이 운다고 해서 나쁜 점은 거의 없다. 오히려 적재적소에서의 눈물은 많은 장점을 주기도 한다고 한다.
남성다움이나 여성다움에 대한 인식의 파라다임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 눈물을 흘리는 남성이 약해 보이고 처량해 보인다는 선입견을 지워야 한다. 남성들의 눈물도 억제되지 않고 흘러야 할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물론 여성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은 더 많이 바뀌어야 하지만...
눈물을 흘리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러한 정신적인 면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육체적 건강에 유익하다고 한다. 울고 싶은대도 참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울고 싶은 때는 울어야한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이다. 그러한 반면에 또 웃음도 대단히 많은 사람이다. 영화나 드라마 중에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을 잘 참지 못하여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주위 가족이나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애써 눈물을 억누르거나 찔끔 떨구어진 눈물을 남모르게 훔쳐버리고 만다.
가만 생각해 보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오래 사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여자들은 눈물을 어디서나 흘려도 되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서 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꼭 즐거운 경우가 아니라도 항상 웃고 사는 일과 더불어, 울고싶을 때 속시원히 울 수 있다면, 우리는 즐겁고 건강하게 살수 있을 것이다. 악어의 눈물만 아니라면...
남성들이여....웃고 살자,
그리고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울고 살자.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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