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과 이성>이라는 리영희 교수의 책을 7·80년대 젊은이들이 즐겨 읽었다. 그 책은 당국에 의해 의식화(?)의 교과서로 여겨져 금서의 목록에 들었던 때가 있었다. 독재의 망령을 쫓는 우리 군상의 우상화를 비판하고 이성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우상은 무엇인가? 형이상학을 형체화한 형이하학의 산물이다.

모세이야기- 보이지 않는 야훼(여호와)에 대한 구체적인 신심을 갖기엔 인간은 너무 나약하고 의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모세가 시나이산에 올라갔을 때 그의 말씀을 기다리는 백성들은 답답하고 고달펐다. 여기에 어떤 우상이 필요했다. 우리를 지켜주시는 수호신이 필요했다. 송아지의 형상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모세는 그들의 나약한 모습을 보고 화를 냈다. 이제 "야훼 이외의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 "우상을 섬기지 말라..."

또 모세 이야기- 모세가 썼다고 알려진 창세기에서 보면 인간은 단지 6일만에 창조되었다. 창조주 야훼는 흙으로 사람(당신)의 형체를 만들어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어 생명을 가진 존재를 창조했다. 그가 인류의 최초의 인간인 '아담'이다. 야훼는 아담이 혼자 사는 것을 좋지 않게 여겨 그를 깊이 잠들게 하고서 그의 갈빗대 하나를 빼내어 이브(하와)라는 한 여자를 만들었다. 이브는 최초의 여자인 셈이다.

삼국유사 이야기- 환웅이라는 힘이 센 부족의 왕이 곰토템사상을 가진 부족의 공주와 정략결혼하여 태어난 아들이 우리민족의 시조인 고조선(서기전 2333년)을 세운 단군 왕검이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곰이 인간이 되는 말도 안 되는 과정으로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이 삼국유사에 나오는 이 설화의 골자다.

창세기에서는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을 설명한다. 그러나 신이 만물을 '창조'한 그 사실이 중요한 것이지 '흙을 빗어' 입김을 불어넣어 창조한 것이 중요한 것인가. 이런 상징은 설명을 위해 동원됐던 설화(신화)의 전개요소다.

이런 창세기는 인류 또는 이스라엘의 실제 역사인가, 설화인가.

우리민족의 시조라 하는 단군은 설화 속의 인물인가.

단군상이 두 번이나 훼손되는 사건이 김제에서 벌어졌다. 기독교 일각에서 단군상 철거운동을 시작으로 단군상이 훼손되는 사건이 전국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김제가 69번째라 한다.

단군이 설화속의 인물일지라도 우리 시조임은 분명하다. 아담이 우리 인류의 시조로 상징되듯이... 단군은 어느 한 종단의 신앙이 아니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의 뿌리이고 건국의 상징이다.

단군상이 신앙의 대상으로 믿는 이들도 있겠지만 단군상은 우리 시조로써 존경의 대상일 뿐이다. 우상이라서 파괴한다면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저지른 '불상파괴'와 같은 테러일 뿐이다.

내가 믿는 종교의 신념이 중요하다고 해서 남의 신념을 배타하는 것은 종교의 본질이 아니다.

'믿으면 구원, 불신은 지옥'이라는 섬뜩한 구호로 선교하는 신앙을 넘은 맹신과 광신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기독교는 사랑(charity)을 행하는 종교다. 즉 기독교는 '사랑으로 다시 얽매는(re-ligion)' 종교다.

또한 이 시대의 새로운 우상(偶像·idol)은 진정 남에게 너그럽지 못한 자기의 '이기심'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런 우상을 먼저 타파해야한다.

이제 그런 분별력있는 이성(理性·logos)이 필요한 시대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