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박약국과 김제쇼핑센터간 도로가 주변상인들의 경쟁적 물건 내놓기로 큰 혼잡을 빚자, 시가 물건을 들여놓기로 상인들의 약속을 받고 시비를 들여 천막까지 설치해 줬으나 상인들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도로 제구실 못해

김제쇼핑센터의 주 진입로인 이 도로는 지난해 말 김제쇼핑센터를 개장하면서 시가 원할한 교통소통과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도로 양편에 인도를 설치하고 2개의 차선을 확보한 바 있다.

그러나 도로가 개통되자 인근 상인들은 인도를 자신들의 상품으로 무단 점유하고 심하게는 도로까지 물건을 내놓아 소비자인 보행자의 안전 위협은 물론 운전자도 중앙선을 넘지 않고는 통행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시의 단속도 허사

보행자와 운전자가 불편을 겪게 되고 초보운전자는 김제쇼핑센터에 진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되자 쇼핑센터 입점상인은 물론 통행 시민들이 원성이 일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시는 계도와 함께 상인들의 자진협조를 구했으나 지켜지지 않자, 지난 2월과 5월 두차례에 걸쳐 100여명의 공무원과 장비를 동원해 불법천막을 철거하고 노상에 내놓은 물건을 수거하는 등 대대적인 단속을 전개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권두삼 부시장은 각실과 담당급(계장) 75명을 불러 "각 담당부서에서 1개상가를 책임지는 형식으로 노상적치물에 대해 매일 체크하고 고압적인 단속보다는 상인들과 일대일로 인간적인 교류를 갖고 상인 스스로 노상적치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도 끝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상인들은 물건을 들여 놓으려 하지 않고 시와 상인들간의 쫓고 쫓기는 지리한 공방전만 계속됐다.

효과도 없이 천막만 설치

시의 불법천막 강제철거로 인해 불편을 겪었던 상인들은 번영회를 대표로 시와 협상을 벌여 시가 천막을 설치해 주고 상인들은 시민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을 정도로 물건을 진열하되, 인도에 1m를 넘지 않는 조건으로 몇몇 상가의 각서까지 첨부해 약속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는 상인들의 약속을 믿고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이라는 명분 아래 1879만원의 시비를 들여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29일까지 36개점포에 천막을 설치해 줬다.

그러나 상인들은 천막설치 후 몇일동안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 다시 물건을 내놓기 시작하고 또 다시 천막 설치전이나 다를게 없이 돼 버렸다.

시는 상인들에게 멀쩡하게 당한 꼴이 되고, 몇몇 양심있는 상인들을 제외하고는 경쟁적으로 인도를 넘어 차도까지 버젖이 물건을 진열하고 있다.

시민, 시내 상인 불만 표출

사태가 이쯤되자 최근에는 서서히 시내 상가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어디는 시가 앞장서서 불법이라던 천막을 설치해 주면서 , 왜 시내는 단속을 하느냐"는 것이다.

일반 시민들도 "이번 처사는 상가간의 형평성이 맞지 않으며, 시가 명확한 기준이 없이 주먹구구식 졸속행정을 펴고 있다"는 비판과 "거리질서를 위해 막대한 시비를 들이고도 불법행위를 묵인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바른 행정을 펼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번영회 한 관계자는 "상인들도 물건을 내놓는다는 것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잘못된 것을 알고 있지만, 옆 가게가 물건을 내놓으면 같이 할 수 밖에 없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지금은 김장 대목이라 질서가 지켜지지 않지만 김장철이 끝나면 자발적인 정비가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최후수단 '가드레일?'

시는 할만큼 했고 이제 상일들에게 지쳤다는 반응이다. 더 이상은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상인들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원할한 교통소통과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부득이 가드레일을 설치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상인들과의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지만 언제까지 이 문제로 속앓이를 할 수 없고, 이쯤에서 이 문제를 일단락 지어 행정력의 소모를 막아야 한다는 중론이다.

인도, 시민에 돌려줘야

공간이 협소해 상인들이 상품을 진열하는데 애로가 많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물건을 인도는 물론 차도까지 진열하는 데 공감하는 시민은 극히 드문 것이 현실이다.

고객인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접촉사고시 애꿎은 운전자가 중앙선 침범으로 불이익을 당한다면 시민들은 자신의 편리만 추구하는 상인들에게 등을 돌리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상인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또한 가드레일이 설치될 경우 재래시장의 기능마저 상실하게 되는 불행을 초래하게 된다.

시는 조금 더 인내심을 갖고 상인을 설득하고, 상인들은 하루 빨리 인도와 차도를 시민들에게 돌려줘 고객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홍성근 기자 hong@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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