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성탄 이브 저녁에 본사에 전자우편 1통이 도착했다. 김제검도협회 송승영 회장으로부터다.


지난 12월17일치 신문에 송승영씨가 도의원에 출마를 선언했다고 기사가 나간지 일주일만에 불출마를 우회적으로 선언한 편지다.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뜻에서 원문 그대로를 싣는다.


-편집자-

----------------------------------------------------------


한 겨울 밤의 꿈


한단지몽(邯鄲之夢), 이는 당대(唐代)의 심기제(沈旣濟)가 쓴 '침중기'가운데 나오는 이야기이다.


당나라의 현종 때의 일이다. 도사 여옹은 한단으로 가는 도중 주막에서 쉬다가 노생이라는 젊은이를 만났다. 그는 아무리 애를 써봐도 가난을 면치 못한다고 신세 한탄을 하고는 졸기 시작했다. 여옹이 보따리 속에서 양쪽으로 구멍이 뚫린 도자기 베개를 꺼내 주자 노생은 그 것을 베고 잠이 들었다.


노생이 꿈속에서 점점 커지는 베개 구멍 속으로 들어가 보니 고래등같은 집이 있었다. 노생은 그 집 딸과 결혼하고 과거에 급제한 뒤 벼슬길에 나아가 순조롭게 승진하여 마침내 재상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역적으로 몰려 잡히는 몸이 되자 "내 고향 산동에서 농사나 지으며 살았으면 이런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았을 텐데, 무엇 때문에 벼슬길에 나갔던가. 그 옛날 누더기를 걸치고 한단의 거리를 거닐 때가 그립구나"라고 자결하려고 했으나, 아내와 아들의 만류로 이를 이루지 못했다.


다행이 사형을 면하고 변방으로 유배되었다가 수년 후 모함이었음이 밝혀져 다시 재상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 후 행복하게 살다가 80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노생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 보니 꿈이었다. 옆에는 노옹이 앉아 있었고, 주막집 주인이 메조밥을 짓고 있었는데, 아직 뜸도 들지 않은 정도의 짧은 꿈이었다. 노생을 바라보던 여옹은 "인생이란 다 그런거야"라고 웃으며 말했다.


필자도 노생과 같은 꿈을 얼마 전에 꾼 바 있다. 탁한 정치 풍토에 나름대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보자는 욕심으로 도의원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먹고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중에 필자를 아끼는 분들의 마음 고생과 아끼던 후배의 죽음을 지켜보며, '과연 내가 택한 길이 꼭 내가 가야 할 길인가?'라는 고민 중에 필자의 꿈을 접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라 판단되어, 아쉽지만 출마를 포기하기로 했다.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꿈에서 깨고 보니 내가 보이고, 주위가 보이고, 세상이 보이고, 인간이 보이기 시작함을 보고 깨달은 바 크다. 비로소 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 온 것이다.


행여 못난 필자의 꿈으로 인하여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마음고생을 하신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고, 도와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하지만, 정녕 꿈이 없다면 미래가 보일까?


2001년 12월24일


한 해를 보내며

-김제시 검도협회장 송승영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