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제지역이 조합장 선거로 떠들썩하다. 특히 일부지역에서는 과열양상의 선거전을 보이고 있어 상당한 선거 후유증도 예상되고 있다.


조합장은 단위농협의 대표로서 조합경영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다. 그러면서 조합원을 위한 최대의 봉사자여야 한다.


특히, 뉴라운드의 출범과 쌀값하락 등으로 가뜩이나 농촌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어 조합장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이에 따라 현재 치러지고 있는 관내 조합장 선거의 실태를 점검해 보기로 한다.<편집자 주>


조합장 리더십 현실적인 과제로 대두


이번 민선조합장 선거는 1989년말 농협법 개정에 따라 조합장 자리가 임명직에서 선거직으로 전환된 후 네 번째 치르는 선거다.


현재 관내농협은 읍·면을 관할구역으로 해 동일한 사업목적과 성격을 갖는 경영체로서 14개가 있으며, 상임이사제를 도입한 공덕농협을 제외한 13개 농협에서 조합장에 의해 독립적으로 각각 운영되고 있다.


조합장은 타 기업체처럼 임직원 중에서 승진의 단계를 거쳐 조합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농민조합원 중에서 직접 선출하게 되며, 지역농협의 최고경영자로서 그리고 지역사회 최고지도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은 농협경영에 지대한 영향뿐만 아니라 조직의 성패를 판가름하기 때문에 조합장의 리더십에 관한 문제가 현실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느 조합장은 리더십을 발휘해 조합원과 임직원의 신망, 그리고 사업실적을 고양시키는가 하면, 대다수의 조합장들은 리더십을 가지길 원하지만 실지로 성취하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한마디로 조합장의 리더십 발휘여부는 지역농협의 경영과 지역사회발전의 속도를 좌우하는 주요한 변수로 그 결과는 조합장선거에서 당락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협조합장은 무엇인가?


현재 조합장의 보수는 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결정하며 조합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연간 3천만원 안팎. 여기에 판공비 성격의 지도사업비가 얹혀진다.


조합장은 조합에 일정액을 출자한 조합원에 의해 선출되는데 관내의 경우 단위조합별로 1천-5천명 내외의 조합원을 보유하고 있다. 조합장은 조합직원의 인사와 예산, 그리고 각종사업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물론 최종 경영책임도 진다.


각종 사업은 교육·지원, 경제, 신용, 공제, 복지후생 등 다양하다.

그러나 IMF 위기 이후 인기가 약간 시들해진 면도 없지 않다. 일부 단위조합은 경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지난해 쌀값하락 등이 겹치면서 예전 같지 않다는 게 현직 조합장들의 푸념이다. 지난 12월 농민단체로 부터 경영부실로 사퇴압력을 받아 온 부량농협 조합장 자살이 그것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하지만 조합장 자리는 지방의원과 함께 농촌에서 단연 유력한 감투자리로 꼽히고 있다. 또 도의원이나 시의원으로 진출하기도 하며, 거꾸로 시의원 출신들이 다시 조합장 자리를 넘보는 경우도 있다.


경영성적 따라 희비 엇갈려


지난 12일 현재까지 선거를 완료한 7개 조합을 분석해 보면 김제, 백구, 백산, 황산, 진봉 등 5개 조합에서 현직 조합장이 다시 선출됐다.


반면 조합장이 사망한 부량농협과 불출마를 선언한 공덕농협을 제외한 곳에서 모두 현직 조합장이 당선의 영예를 안았으며, 이중 백산농협과 부량농협 조합장은 무투표 당선됐다.


특히, 진봉농협의 경우 민선으로 바뀐 이후 5선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재미있는 현상은 재선이상 조합은 대개 경영이 건실한 편이며, 초선이 당선된 곳은 현직이 불출마했거나 경영이 부실한 편이라는 점이다.


선거공영 관리제 검토해야


단위농협의 조합장 선거는 정관에 따라 선거를 치르도록 하고 있어 탈법이 저질러질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편이다.


조합장 선거는 농협법 50조와 51조가 준거기준이다. 50조에는 선거인에게 금전 물품 향응 등을 제공할 수 없으며, 조합원 집을 방문하거나 특정장소에 모이게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정관이 정하는 선전벽보의 부착, 선거공보, 소형인쇄물의 배부 및 합동연설회 또는 공개토론회 개최 외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이들 중 상당부분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 후보자의 면면이나 정책 등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없지 않다.


이와 함께 선거관리위원회는 조합원과 선거에 관한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7인 이상 위촉토록 하고 있지만 비전문인의 구성으로 공정성 여부 등이 문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경남 창녕이나 충북 진천 등은 시군선관위 지도계장 등을 선관위원 중 1명으로 위촉, 선거가 원만히 치러졌다는 평이다.


이들 외에 선거 기간 중 사전선거운동의 제한이 명확하지 않고 호별방문 금지의 경우도 선거 목적인지 아닌지의 판단기준도 뚜렷하지 않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 관계자는 "선거공영관리제를 도입해 공정선거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재수 기자 kjs@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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