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962년에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기억은 과연 어땠을까? 유엔가입 180여국중 우리나라는 인도의 일인당 GNP 70달러에 이어, 87달러의 빈약한 경제약소국가였다. 그것도 꼴찌에서 두 번째였다니 60년대의 궁핍함은 말로 이룰 수 없었을 것이다.
당시 대한민국 개발연대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장본인이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이 근대화의 길로 떠나게 되는 역사의 시발점으로서 개발연대의 역사에 한가운데 서있던 백영훈 박사(사진,72)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독일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6·25전장의 포화 속에서 고려대에 입학한 그는, 우여곡절의 군생활을 지나치면서 지난 1954년, 독일유학의 길을 떠난다. 그후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토개발 제1차5개년계획에 참가하게 되고 당시 상공부장관이던 정래혁씨와 독일에 5번을 오가며 빌려온 차관으로 개발연대의 역사를 쓰게 되는 것이다.
"하버드대의 와그너 교수가 당시 지적한 '조선의 몰락이유'가 지금 귀에 생생합니다. 첫째로 지식계급인 양반층의 타락과 둘째로 외부문명을 터부시했으며 세번째 이유로는 잦은 당파싸움으로 인한 국론분열을 들었었죠" 백영훈 박사는 짐짓 과거를 회상하면서 개발연대가 갖는 당위성의 배경을 설명한다.
"고향 분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당시로서는 서울과 부산을 잇는 국토종축으로서 경제발전의 동맥계획을 수립했었습니다. 물론 박대통령의 출신지와 무관하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한국 제2의 도시인 부산권과 수심이 깊은 포항권, 그리고 비금속제조에 따르는 오염물질배출에 다소 용이한 바닷가 있는 온산권, 그리고 방위산업에 절대적인 조건으로서 적합한 구미·창원권 등을 우선 개발하기로 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산업혁명의 진원지라 불리우는 유럽 쪽에서 150년에 걸쳐 이루었던 탈공업화를 저희 한국은 30년만에 이루어내게 된 것이지요" 아직도 백영훈 박사의 눈가에는 당시의 경제입안자로서 희망을 꿈꾸는 불꽃이 보이고 있었다.
"이제 한국도 21세기 들어 자본의 비율이 '탈공업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4.7%의 농업자본과 22%의 공업자본, 그리고 정보산업이 나머지인 75%의 자본점유를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소 희망적인 것은 21세기의 새로운 경제축은 '서해안'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제 고향 김제가 그 서해안에 있고 그중에서도 가장 발전잠재력이 많은 군산권의 인접도시로서 비전이 풍부하다는 것입니다" 21세기 대중국권 물류산업의 중심에 군산과 김제가 있다는 그의 지론은 차츰 '이유 있는 설득력'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어 그는, "서해권발전의 임팩트로서 김제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과 공항건설, 그리고 범전주권 관광개발로서 확고부동한 물류도시로 거듭나야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새만금의 건설로 금융, 무역, 물류가 중심인 '신군산'의 탄생이 주는 기대효과도 저버리지 말라"하면서 "기회가 있을 때 성장하는 김제의 모습을 보여달라"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월촌면 봉월리가 고향인 백영훈 박사는 고향을 회고하면서 "봉월리교회에 다니시던 어머님 생각이 먼저 나지요.. 365일을 새벽예배 드리면서 어머니가 기도했던 것이 무엇이었겠습니까? 그 땀에 절은 삼베적삼을 입고 보리밭에서 하루종일 일하고도 '자식하나'만을 위해서 당신의 삶을 온통 땅에 묻은 기억이 제 고향에 대한 전부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고희의 나이에 접어들은 백 박사는 '김제에 줄 선물'에 대하여 고심하고 있다.
먼저 '잘살고 풍요로운 푸른 김제'와 '문화가 살아있는 김제거리', 그리고 출향인사를 중심으로한 '김제만의 문화이벤트'이다.
아울러 수도권에 있는 김제사람과 고향을 지키는 김제사람이 함께 어우려져 '가칭 21세기 김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는 일종의 '포럼'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25만명을 자랑하던 '김제사람'이 이제 시구성의 턱걸이인 '10만명'을 유지하는 현실에서 "돌아오세요 김제가 좋습니다"라고 외친들 그것은 허공에 메아리치는 '공허함'일뿐일 것이다.
그래서 백영훈 박사의 말처럼 일단 '준비'를 해놓고 서로 힘을 합쳐 '일구어 놓은'다음 자연스레 그들이 되돌아오는 자연스런 순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곰곰이 되씹어 본다.
<백영훈 박사 프로필 >
1953 고려대학교 상과대학 졸업
1995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대학원 졸업(경제학석사)
1955 서독 퀼른 대학 유학
1957 서독 에르랑겐 대학 (경영학 박사)
1658-1974 중앙대학교 상과대학 교수
1957-1963 상공부장관 경제고문
1965-현재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자문위원
1976-1979 제9대, 제10대 국회의원
1970-현재 재단법인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원장
<주요저서>
공업화과정의 이론(1959)
현대경제정책의 이론(1965)
국토, 미래의 설계(1980)
마지막 선택(1991)
아우토반에 뿌린 눈물(1997)
자본주의 제3의 혁명(2000)
한강에 흐르는 라인강의 기적(2001)
오병환 ob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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