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2시부터 공정거래위원회 접견실에서 있었던 이남기 위원장과 본지 김익현 편집장의 대담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 편집자-
-그간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의 소신이 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업적과 평가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요?
아직 위원장으로 재임한 기간이 1년 반정도 밖에 되지 않아 공과를 논하기에는 빠른 감이 없지 않은가 합니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취임 이후 보다 손에 잡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노력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산업별 시장개선대책에서는 과거 사건별·단편적 접근에서 산업별·종합적 접근으로 방법론을 개선하고,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 부문에서는 일방적 법 집행보다 기업과 함께 하는 자율적 법 준수를 유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국민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공정거래정책을 추진하고자 노력하였으며, 실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비자 후생' 증가라는 경쟁정책의 혜택을 국민들이 보다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책으로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에 따른 진행상황을 보면 교복가격 카르텔 적발·시정으로 교복가격 40%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으며, 신용카드 수수료율 유지행위 시정을 권고하여 카드수수료율 2∼3% 포인트 인하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주유소 가격담합 조사를 실시하여 휘발유가격 리터당 42원 인하 효과를 불러왔고, 영세사업자 보호를 위해 가맹사업법 제정을 추진했으며 소비자 신문고, 일괄구제시스템 등 다양한 소비자보호장치 도입한 것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언론개혁(신문고시 등)에 관련, 언론에 자주 등장했는데 그에 대해 한 말씀
지난해, 법위반 빈도가 높고 소비자 불만이 많은 6개 업종을 종합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산업별 시장개선대책을 추진한 바가 있었습니다. 신문·방송업 시장도 이 산업별 시장개선대책의 6개 업종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일환으로 조사를 했던 겁니다.
신문·방송업도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는 측면에서는, 일반기업의 영업활동과 성격이 다를 바 없기 때문에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기사내용이나 편집권에 대해서 제기된 '언론의 자유'와는 이 부분이 무관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신문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이해를 하고 더 나아가 공정위와 협력하여 신문시장의 공정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위원장님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혹 호남 출신으로 어떤 어려움은 없었는지?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어려움을 겪은 적도 이득을 본 적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디 출신'이냐가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 적도 없었으며, 이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과거 호남출신이라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게 아닌가 의심스러웠던 적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길게 볼 때는 결국 제자리를 찾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 역시 살아오면서 어려움과 좌절을 겪을 때가 있었지만, 외부환경을 탓하기보다는 내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고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세라고 생각하며 반드시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주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고향에 자주 내려오고 있다는데 주기와 목적은? 아울러 주로 만나는 인물은? 혹 2년후의 국회의원 출마설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요?
8년전 아버님이 작고하셨을 때 홀로 계셔야 할 어머님을 위해 제 스스로 약속했던 것을 지키기 위해서 였습니다.
사실 매주 내려오고 싶었지만 업무 때문에 작년 말까지 고향에 계신 칠순 노모를 뵙기 위해 2주에 한번씩은 꼭 고향을 찾는 것을 원칙으로 정해놓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던 거지요.
그러나, 작년 10월 모친께서 돌아가신 이후로는 김제에 좀처럼 내려가지 않고 있으며 지난 연말, 범 정부차원으로 실시된 불우이웃시설 방문행사 관계로 한 차례 김제를 방문한 적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 어머님이 고향에 계시지 않으니 생전에 좀더 자주 찾아 뵙고 살펴 드렸어야 했다는 후회가 듭니다.
아울러 국회의원 출마설에 대해서는 현재 공정거래위원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어 업무 이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단지 주어진 임기 동안 시장경제시스템의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약속했기 때문에 한 분야에 주력하겠습니다. 설사 공직에서 은퇴를 한다고 해도 관료출신은 전문가로서 남아야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제 성격상 정치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저는 학교나 연구소 등에서 저의 공정거래지식을 전할 '평생연구' 만을 생각하겠습니다.
-김제시가 이농현상으로 인구가 감소되고 있습니다. 김제에 비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김제를 둘러싼 대내 외의 도전이 거센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계속적인 인구감소, WTO 뉴라운드 협상 시작과 쌀값 하락 등 악재가 계속 쌓이지만, 김제는 이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벽골제, 금산사 등 장구한 역사와 풍부한 문화유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전국 으뜸 농산물대상을 차지한 김제 지평선쌀이 태어날 수 있는 비옥한 토지, 그리고 중국시장의 개방과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이 주는 경제잠재력을 현실화하여 서해안 시대의 중심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과거의 틀에서 벗어난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또한 다양한 관광 아이템 발굴을 통한 문화·관광서비스업의 발전으로 만경평야의 황금물결 등 자연생태관광과 소설 '아리랑'의 배경 기행, 드라마 '태조 왕건'으로 유명한 금산사(견훤 유폐지) 등 '김제'를 각인시킬수 있는 테마관광을 활성화 시켜야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의 좌우명이 있습니까?
제 딸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서투른 붓글씨로 써준 글귀가 저의 생각과 행동의 좌우중심을 잡아 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每事盡善)' 입니다.
어려운 여건에 처했을 때 이를 한탄만 하거나 불평만 해 보았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여건을 상수(常數)로 받아들이면서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자 대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는 20년 이상 공정위에 몸담아오면서 본인의 신념과 철학으로 여기고 있는 '시장경제원칙'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김제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내 고장 김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시길 당부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유구한 문화유산, 풍성한 들판만큼이나 넉넉한 인심 등 김제는 살기 좋은 고장, 살맛 나는 고장이기 때문입니다. 김제 시민 스스로 김제를 자랑스러워하지 않는다면 김제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김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김제 역사의 새 장을 열어 가는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가지시길 부탁드립니다. 특히 올해는 월드컵, 선거 등 중요한 행사가 많은 해이므로 자칫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여 이리저리 끌려만 다니다 보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연초부터 차분히 올 한해를 설계하고 준비하여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속·정확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통로가 되어주길 바랍니다. 시민들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동시에, 주민의 소리를 전달하고 진정한 의미의 '주민을 위한 지방자치' 실현에 선두주자가 되길 바랍니다.
아울러 출향인과 고향에 계신 재향인과의 의사소통에 지역신문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수도권 인근 7만 향우들의 활동도 김제에 알리는,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또한, 지역경제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발전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김제가 명실상부한 서해안 시대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언론으로서의 노력을 다하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담 김익현 편집장 desk@kimjenews.co.kr
정리 오병환 서울주재기자 obh@kimjenews.co.kr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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