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농업발전을 목적으로 시작된 농업협동조합(이하 농협).

하지만 엄청난 규모의 외형적 성장과는 달리 실제로는 단위조합이 적자로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충격적 현실이다.

이 말은 곧 실제 농협이 농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결과적으로 농민들의 돈으로 재벌에 대한 대부사업, 단위조합장들의 비리 등 부패의 온상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얼마 전 ㅂ 농협 조합장의 자살사건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농협의 구조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개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기로 한다.

△인사교류 원칙 안 지켜져 개혁 걸림돌

농협 직원과 간부진들이 같은 농협에 10년 이상 근무하는 등의 인사정체로 인해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여론이 있어 농협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관내 ㄱ농협의 경우 각 농협 상무와 과장들은 10년에서 많게는 20여 년 동안 근무한 이들이 태반이어서 전문성이 상실되고 농협이 정체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 동안 농협 안팎에서 제기돼 왔다.

특히 승진시험 등에서 합격하고도 인사정체로 인해 인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농협 내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는 한 요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농협인사 적체가 극심한 것은 조합장 전원 만장일치로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인사이동에 대해 조합장들이 자기사람 키우기와 지역주의 등 자신들의 이해를 반영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일선 농협에서는 대부분 전무는 4년, 상무는 7년, 일반직원들은 10년 이상 근무할 경우 인사이동을 한다는 원칙에 합의하고 각서까지 썼지만 지금껏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농협간부, 직원들 또한 자신의 능력개발과 농협의 발전을 위해서 인사이동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부 조합은 새로 당선된 조합장들이 사업 인수인계를 받을 수 있도록 정체가 심한 상무와 과장 등 중간간부에 대한 인사이동을 단행한 뒤 다음해쯤에나 전무들에 대한 인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장들의 자기사람 키우기와 직선제로 인한 표를 의식한 행동, 만장일치로 결의돼야만 집행이 되는 인사제도로 미루어볼 때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직원 연간 상여금 900%, 농민조합 현실 무시

현재 관내 농협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경우 400%에서 많게는 950% 정도까지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농협의 경영위기와 농민조합원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서 조합이야 어찌됐든 직원만 먹고살면 된다는 '직원을 위한 협동조합'임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말하고 있다.

최근 워크아웃 과정에 있는 일반기업들은 임직원들이 임금동결은 물론 상여금까지 반납한 채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현재 농협중앙회가 내려주는 직원들의 상여금에 대한 지침이 일선에서 철저하게 직원들 편의 위주로 악용되고 있어 회원조합의 경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각 등급별 상여금 지급 한도를 전체적으로 하향 조정해야 하며, 특히 경영위기에 접어든 2등급 이하 조합들의 경우 경영정상화를 달성할 때까지 특별상여금 지급을 중단시키는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본잠식 또는 부실채권 과다조합과 합병한 조합을 2등급 상향조정하고 합병하면 무조건 1등급 상향조정하도록 한 '회원조합경영평가준칙'은 합병유인책으로서 합병조합의 경영개선 여부와 상관없이 등급만 상향조정돼 결국 부실조합의 인건비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합병조합의 경우도 등급평가에 있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준칙을 변경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따라서 고액연봉을 받고 있는 일선 농협의 전·상무 등 간부직원의 생산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3년 임기제를 도입하고 임기 후 근무업적을 평가하여 재 임용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협개혁의 해결과제

농협개혁의 해결책은 농민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지역 농민들이나 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농협개혁을 위해서는 단위조합만이 아니라 복합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들은 현재 농협의 인력구조는 피라미드형이 아닌 중간부분이 볼록한 항아리형의 '저효율 고비용 구조'로 되어 있어 과감한 인력감축을 단행해 효율적 구조로 개편해야 하며 특히 정년을 앞두고 있는 고액연봉직원들을 정리하여 실질적인 인건비 감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일선 회원조합이 경쟁적으로 시작한 가공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화되면서 일선조합의 무더기 적자사태의 원인이 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긴급진단과 대책수립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규모화 되고 있는 일선 회원조합의 올바른 경영을 위해 조합장 및 이·감사의 경영능력 개발을 위한 연수를 의무화해야 하며, 조합원이 조합경영과 협동조합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여 참여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밖에 최근 준 조합원이 급증하고 비 조합원의 사업이용이 증가하면서 지역농협의 탈 농업화와 농업협동조합으로서의 정체성 상실이 제기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실태파악과 대책수립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재수  kjs@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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