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 신협의 설립 32년만에 처음으로 7명의 전형위원이 추천한 이사장 외에 새로운 입후보자가 등장하면서 이사장 선거는 경선이 예상됐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신협의 내부 조율로 1명의 입후보자가 출마를 포기함에 따라 이사장 선거는 투표 없이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김제 신협의 이사장을 비롯해 감사, 이사 선거는 32년 동안 한번도 경선 투표를 해 본적이 없다. 그래서 이번 신협 이사장 선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당초 신협은 다른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7명의 전형위원이 추천한 김 아무개(전 상무)씨가 이사장으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조합원의 추천을 받은 왕 아무개(전 전무)씨가 후보등록을 함으로써 '경선'이라는 새로운 판도를 양상을 보였다.

이 두 후보는 제각기 별도의 선거사무실을 마련하고 조합원을 상대로 운동을 펼쳤다. 그러자 몇몇 신협 관계자들이 나서 후보간의 조율에 나섰으며, 급기야 왕씨가 후보를 사퇴함으로써 선거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대해 많은 시민들은 지난해부터 올 2월말까지 치러지고 있는 관내 농협과 축협, 원협 조합장 선거의 치열한 선거전과는 달리 신협은 7천7백여명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단 한번의 선거가 없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쉽게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신협의 임원 선거는 정관의 폐쇄적인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신협 정관 임원선거 규약에 의하면 이사회에서 임명한 전형위원회에서 먼저 각 임원에 출마할 후보자를 당선시켜야할 임원 수만큼 추천을 하기 때문이다. 즉 전형위원들이 미리 판을 다 짜놓고 결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협의 한 관계자는 "경쟁하며 선거를 치르면 갈등이 심해져 조합원간에 분열이 생기고 경비도 많이 든다. 신협은 농협과 다르다. 정부 지원 한푼 없이 우리끼리 자주적으로 운영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금융환경 악화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때 우리가 분열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한다.

관계자의 말대로 '분열이 우려돼서 선거를 치르면 안된다'는 것은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근다'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주민 스스로 조직해 자주적으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협동조합인 신협은 원래 출자 금액에 상관없이 1인1표의 평등한 표결권으로 비영리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근본 정신으로 만들어진 자주조합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또 경쟁과 시끄러운 잡음도 수반되게 마련이며, 반복되는 과정에서 참여자들의 성숙도에 의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김재수  kjs@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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