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겨울비가 뿌려지는 금만의 거리에, 귀익은 선율이 어둠을 타고 스며들기 시작했다.

제법 본토성의 영어발음과 음계에 대한 소화력이 평범치 않은 탓에 눈길을 돌려 시선을 고정시키자, 그곳에는 낯설음과 익숙함이 동시에 교차되는 풍경이 있었다.

낯설음이라 함은 그 노래의 주인공들이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랬고, 이면의 익숙함이라 함은 지금의 3·40대가 즐겨부르던 팝송과 포크송이 우리들 마음, 빈 번지에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랬다. 흔하지 않은 라이브문화를 뜻하지 않게 접하면서 그간 쉽게도 져버렸던 감성에 대한 기억들을 들추어 낼수 있는 잠시의 발걸음 멈춤이랄까? 살아감에 바빴던 사람들의 일상에서 잠시 주저앉힐 수 있는 어떤 마력이 되어 노래들은 시간 흘러감을 정지시키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내일에 대한 희망의 대안으로서 지친 군상들을 위한 재충전의 모티브가 될것처럼 보여지면서 말이다.

라이브문화에 허기져하는 김제시민에게 단비처럼 내리기 시작한 금만사거리 모스플러스(대표 김호성 ·전화542-1131)는, 지난 해부터 시작된 라이브공연이 시민들로부터 갈채를 받고 있었다.

지난 가을, 제 1세대 싱어들로 불리우는 3인조 벨로루쉬 팀들이 러시아권 문화를 던져두고 갔다면 이번 혼성 2인조 필리핀싱어들은 잊었던 감미로움을 전하면서 폭넓은 반응이 점쳐지고 있다.

일단 그들은 순발력이라 칭하는 애드립이 강하다. 정해진 선곡들 사이사이 손님들이 청하는 왕년(?)의 팝송들을 거의 소화해 낼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알레그로에서 아다지오에 이르는 음악속도의 적절한 순서배치로 인해, 흥겨웠다가 느려지는 등 고객들의 다양한 감성욕구를 목소리로 무장해제 시키면서 40평 남짓한 홀테이블에는 박수가 끊이질 않는 풍경이 연신 연출해진다.

쟈스민과 에델은 필리핀인 부부이다. 그런만큼 그들의 혼성 하모니는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한 '적절한 어우러짐'이 어필되면서 대중성을 인정받고 있다.

짐짓 물푸레나무같은 인상을 주는 쟈스민(여·26세)은 스웨덴의 인기 부부그룹이었던 아바의 아그네사를 연상해 주려는 듯, 아바의 <댄싱퀸>과 <치키키타>를 연이어 불러주었고 에델(남·38세)은 프레디 아길라의 <아낙>을 예전의 리듬으로 완벽한 음악적 복원을 해내는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제 어슴프레한 일몰을 뒤로 하고 퇴근길 가벼운 한잔을 생각한다면 그들을 만나 올드팝의 리듬에 한번쯤 흔들려 보자.

잊혀졌던 음악도 신청해보고, 잠시 그들과 얼굴 맞대보아 '되는 영어, 안되는 영어'일망정 대화를 던져도 보고, 명세기 '글로벌 시대' 에 살면서사람과 사람의 어설픈 '눈맞춤' 이나마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되묻는, 하루저녁 우화도 필요하리라.

그래서 채 천년을 살지 못하는 인생살이에 이런 식의 '생각뉘임' 을 잠시 지녀보는 것도 참으로 현명한 일이라 생각되는 이 '우화' 에 대하여, 한번쯤 진지해져 볼 일이다.
<포토갤러리>

오병환  obh@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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