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쁜 남자]는 김기덕 식의 충격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마음과 머리를 뒤흔든다.
한기는 잔혹하고 강인한 깡패다. 선화는 서울 중류 가정의 행복해 보이는 여대생. 이들은 같은 시대 같은 곳에서 살아가지만 마치 서로 다른 카스트에 속한 사람처럼 서로 다르다.
이 자유스러운 나라에 서로 넘보지 못할 계급이 실질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누가 부인하겠는가? 다른 계급의 이성을 사랑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것이야 자유로운 세상이지만...
사창가 깡패 한기와 아름답고 청순해 보이는 여대생 선화, 평생 서로 부딪힐 일 없을 것 같은 이 둘은 충격적인 방법으로 관계를 시작한다.
한기는 아름다운 공원 벤취에서 애인을 기다리는 선화를 본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조심스레 그 곁에 앉는다. 그러한 한기를 선화는 마치 바퀴벌레 보는 듯한 시선을 던진다.
다른 벤취로 피하는 선화. 애인을 만나 즐거워 하는 선화... 그 모습을 본 한기는 갑자기 그 녀에게 다가가서 강제로 키스를 한다. 선화의 애인이 두들겨도 소용이 없다. 마침 길거리를 지나가던 3 명의 해병대 복장의 군인들이 그를 두들겨 팬다.
그리고는 강제로 선화에게 사과하라고 시킨다. 선화는 한기의 얼굴에 침을 밷으며 경멸의 말을 쏟아 붓는다.
한기의 세계와 선화의 세계는 서로를 볼 수는 있지만, 가로 막혀
있다. 마치 유리로 닫혀 있는 것과도 같다. 이들의 소통은 원래 불가능하다. 그러나 서로를 볼 수는 있으니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고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소통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서로가 관계를 맺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선화가 한기에게 보이는 경멸과 한기가 선화에게 보이는 애모의 순간적인 꿈은, 경멸과 꿈이라는 단어만큼 서로 판이하다.
사랑의 방식은 철저히 깡패 한기 식이다. 비열함과 냉혹함이 담겨 있다. 그녀에게 암수를 써서 사창가에 팔리게 만든다.
멀쩡하던 여대생이 하루 아침에 깡패에게 봉변을 당하고는 곧바로 사창가에 팔려가 매춘부가 된다는 설정이 충격적이다.
더구나 매춘부가 된 선화가 서서히 매춘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결국에는 한기를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 전개는 충격적이다 못해 좀 억지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 영화 마지막 장면은 두 번이나 충격을 받은 관객들에게 이보다 더한 충격을 던져준다.
김기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인간의 [운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운명이라는 것이 우리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닌 불가항력의 힘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말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밭두렁의 얼굴에 떱떠릅한 기색이 역력하다. "영화가 좀 불편하지?" 나는 말했다.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중에서 남자가 더 불편할까 여자가 더 불편할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나는 밭두렁에게 아마 남자가 더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왜 이 영화는 남자들을 더 불편하게 만들까?
이 영화의 제목은 나쁜 [남자]이다. 우리들은 나이가 들면 대부분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게 된다. 그렇게 남녀가 같이 살아간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는 언제나 정상적이던 비정상적이던 성(sex)이 범람한다.
남성 위주의 성적 사회, 그리고 폭력적 남녀관계 문제는 수 천 년
동안 거의 제 자리 걸음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항상 몽환적인 사랑을 꿈꾼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나쁜 남자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도처에
널려 있다. 여자를 인격체로 대하기보다는 성적 객체로 여기며 사는 나쁜 [남자]들의 범주에서 우리 중 누가 얼마나 자유로울까?
이러한 상황에서도 나쁜 [남자]를 만난 예쁜 [여자]들의 많은 수가 사랑을 꿈꾸고 또 이루어 가며 운명처럼 살아가기도 할 것이다.
김기덕의 영화는 좀 불편하다. 멀뚱히 있는 사람을 자극하고 혼란과 당혹감을 던져주며 생각할 것을 강요한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보는 일은 불편하다.
그러나 항상 편안함을 추구하는 우리의 일상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이러한 영화보기가 즐겁다.
송기삼(김제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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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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