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 가이 피어스
캐리 앤 모스
조 판톨리아노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각본 : 크리스토퍼 놀란
*촬영 : 월리 파이스터
*편집 : 도디 돈
*미술 : 패티 파디스타
*음악 : 데이빗 줄리언
독립영화 감독이었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놀란]이라는 이름처럼 이 영화를 만들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으며, 또 [논란]을 야기시키기도 하는 양 싶다. 이 한편의 영화로 일약 천재 감독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혜성처럼 나타난 감독이다.
동생이 쓴 시나리오를 들고 다니며 많은 영화사를 전전하며 문전박대를 당하였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만든 영화가 미국내 11개 상영관에서 초라하게 상영을 시작했으나, 입소문으로 퍼진 관객들의 성원으로 결국 500여개의 영화관에서 상영을 하게 된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레너드는 아내가 강간 살해된 후 그 충격으로 인해 기억손실증이란 병에 걸린다. 단 10분간만 과거가 기억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병을 지닌 채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아 나선다. 단편적인 10분간의 기억만으로 말이다.
물론 이러한 복수는 현실적으로 별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순간 순간 단 10분간만의 과거 기억만으로는 자기 정체성마저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하튼 영화 속 레너드는 기억손실증을 만회하기 위하여 메모와 폴라로이드 사진 그리고 자기 몸의 문신을 이용하고, 복수를 하기 위하여 범인을 찾아 나선다.
영화를 다 보고난 다음에 나는, 과연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하여 복수를 한 것인지도 헷갈렸다. 그런데, 영화 속 주인공 레너드도 마찬가지이다. 자기가 복수를 하였는지 시간이 지나면 그것마저도 알 지 못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레너드가 느끼는 혼란과 모호함을 감정이입하여 느끼게 된다. 퍼즐 맞추기 처럼 누가 범인인가에 촛점을 맞추어 영화를 보아 나가다가 종국에는 더욱 혼란만 가중되고 급기야는 자기가 영화를 잘못 보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아마 이 영화는 범인 찾기나 복수극을 보여주려는 의도는 별로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러한 형식을 빌어와 관객들에게 혼란을 더 부채질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처럼 사건 전개 마저도 시간이 거꾸로 흐르게 하면서 말이다.
[기억의 한계성]
이 영화의 주제는 모호함과 혼란이다. 우리가 살면서 항상 저장하고 꺼내어 보는 [기억]이라는 것이 도데체 얼마나 정확한 것인가? 똑같은 객관적 사실을 경험하고도 사람들은 아마 각자 자기가 편리한대로 기억을 저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라는 것이 얼마만한 수명을 가지고 있을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억이라는 것은 너무도 많이 훼손된다.
기억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의 주관적인 해석으로 항상 덪칠될 수도 있다.
[메모의 한계성]
인간은 기억의 한계를 의식한 후 문자를 발명하여 글로 자기의 기억을 남긴다. 그러나, 이러한 문자화도 그리 믿을 것이 되지 못한다. 문자에 대한 맹신은 위험하다. 왜냐하면, 잘못된 기억으로 또는 불분명한 기억으로 기록되었을 수도 있으므로...
여기서 등장하는 폴라로이드 사진도 마찬가지이다. 사진은 영상만을 보여줄 뿐 아무런 해석도 내려주지 않는다. 역시 불확실한 기억을 기준으로 자기가 판단내려야 한다. 이 영화에서도 이러한 장면이 종종 나온다. 도데체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이란 말인가?
[모호함과 혼란성]
이 영화가 복잡한 퍼즐 찾기라는 평자들의 말이 있지만, 나는 퍼즐찾기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도록 감독이 만들어 놓고는, 사실 그 배후에서 교묘히 퍼즐찾기 자체를 무위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나도 처음에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도데체 퍼즐을 정확히 맞출 수 없어서 매우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내가 확신하건데, 이 영화를 몇 번 더 본다고 해도 100% 퍼즐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복수심에 불타는 레너드를 앞세워 이 세상 사람들이 맹렬히 열중하는 일에 대한 모호성과 혼란함, 방향상실 등을 암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연 이 복잡다기한 세상에 확실한 것이 얼마나 되며, 그 확실성에 대한 보증은 과연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살도록 부추기는 현대사회에서 한 개인이 느끼는 모호함과 혼란성을 미스테리와 쓰릴러 물의 형식을 빌어 은유한 것은 아닌 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들 만난다면 물어보고 싶다.
송기삼 (김제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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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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