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지난 1989년 원평장터에서 일어난 3·1운동을 기념하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애국충혼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원평장터기미년독립만세운동기념비'비문에 적힌 일부분이다.
지난 1919년 3월 전국에서 일제에 항거하는 만세운동이 벌여진 가운데 위리 김제에서도 예외없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 3월 20일 원평장터에서 발생한 만세운동은 도회지의 지식인이 아닌 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중심이 되었고, 일제에 항거하여 독립을 외치는 민족의 마음이 논밭을 빼앗기며 당해 온 고통과 울분을 지닌 농민들에게까지 폭발이 이어진 것이다.
더구나 거사이전 이미 정보가 누설돼 일본헌병 1개중대 100여명을 원평장터에 투입되어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조국의 독립을 원하는 마음은 원평장터에 모인 농부들과 장사꾼들 모두 한마음이어서 일본헌병들조차 이들에게 기세를 꺽일 수 밖에 없었다.
"순사들을 밀어붙여 버리자 시위대를 방해하는 것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시위대는 맘껏 만세를 불러대며 길이란 길을 다 휩쓸었다. 김제는 만세소리 그대로 그야말로 독립된 땅이었다"란 대목은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에서 당시 김제에서 일어난 만세운동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만세운동이 약화되고, 일본군의 추가투입으로 인해 만세운동에 참여한 대중들이 흩어진가운데 일본군은 주동자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어유마을의 이웃사랑정신
일본군의 만세운동 주동자 체포에 가장 많은 피해를 본 마을은 금산면 어유동마을이었다.
이 날 만세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된 9명가운데 8명이 이 마을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한 마을에 살았다는 이유보다 마을 주민이 보여준 행동은 이기주의가 팽배한 지금의 모습에 귀감이 되고 있다.
40호가 천수답을 지으며 살고있는 가난한 농촌마을인 어유마을. 하지만 주민들 대부분이 동학농민혁명의 후손들로서 민족애가 남다르며, 배세동을 제외한 8명이 한 가족처럼 마을에 살고있었지만 만세운동혐의로 모두 체포되어 적게는 6개월 또는 1년형의 수감생활을 하는동안 가족들은 일제의 억압과 핍박을 피할 수 없었고, 가장의 부재는 이들의 생활을 궁핍의 일로에 서게 했다.
그러나 이웃주민들은 일제의 감시를 피해 식량을 제공하거나 농사를 대신 지어주는 등 서로 도와가면서 가장이 돌아오기만 기다렸던 것이다.
당시 일제의 핍박이 두려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행동을 어유마을 주민들이 실행하면서 일제의 만행에 대해 또다른 방법으로 항거를 했던 것이다.
역사적 기록속에라도
그러나 민족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이들과 어유마을의 이웃사랑정신에 대한 기억은 83년이 지난 지금 사그러져가고 있고 이들의 후손조차 대부분 사망해서 역사속에 사라져가는 슬픔을 안고 있다.
최순식씨(70·향토사학가)는 "어느 독립운동가든지 대부분 후손들의 생활은 궁핍하고, 당시 독립운동가라는 이유로 일제시대에 받았던 핍박으로 인해 후손들조차 원망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더구나 지금은 후손들조차 대부분 사망해서 독립운동에 대한 자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생존하고 있는 후손가운데 이병섭(당시 24세·어유마을)씨의 장손인 이종대씨(63·정읍태인)는 "할아버지가 독립운동을 하신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지만,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일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억이 없을 것이다. 어떠한 보상보다는 우리할아버지를 비롯한 다른 분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고 전했다.
김태영 kimty@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행감특위, 2024 행정사무감사 돌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