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악산에는 정상이 없다. 원래 없었던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폐쇄된 상태에 있다. 산행의 꽃인 정상고지를 밟고 탁트인 경관을 바라보는 재미가 모악산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거꾸로 모악산 정상에는 KBS송신소라는 거대한 구조물이 버티고서 자연을 벗하며 산행을 즐기는 산사람들을 위압하는 형세다.
오래전부터 모악산은 민족의 영산으로 불리우며 김제시민뿐 아니라 전북도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까닭으로 모악산 정상을 복원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헌신과 노력이 전개돼왔다. 그 결과 토지소유자인 금산사와 공영방송사인 KBS가 5년전, 송신소 이전과 정상부 원상복구를 골자로 재계약을 체결했다.
금산사와 KBS가 체결한 재계약 내용을 보면 방송시설 이설과 관련해 '전북도민의 정서와 모악산 살리기운동에 인식을 같이하며 송신소 전면 20m지점에 청사를 재건축 한다'고 적고 있다. 또, 자연환경 원상복구에 대해서는 '기존 방송시설을 2001년 12월 31일까지 재건축한 청사로 이설하고 기존청사는 2002년 12월 31일까지 완전히 철거하고 원상을 복구'하기로 정하였다.
그런데 현재까지 KBS의 이전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전할 청사나 부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이미 JTV전주방송이 금산사, KBS와 합의하에 정상부 송신소 이전을 원칙으로 정상부를 비켜선 20m 아래쪽에 청사를 신축하고 운영중에 있다. 바로 이 곳이 KBS송신소가 이전할 예정지였으며 이전을 전제로 새로운 송신소 청사가 신축되어 현재 모악산에는 두 개의 송신소 시설이 존재하게 된 것이다.
산정상부를 차지했던 이러한 시설물이 이전이나 철거된 전례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계룡산 천왕봉 정상의 송신탑이 철거된 바 있으며 무등산 정상의 송신시설 역시 이전을 추진중에 있다. 그러나 모악산 정상 송신소 시설의 이전이 좀체로 진척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KBS는 공영방송사다. 방송은 국민의 알권리 충족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잘잘못을 가리어 국민을 바른 길로 안내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한 방송사가 재계약서에 명시한 바와 같이 전북도민들의 여망을 뒤로한 채 약속을 이행하고자 노력하지 않는 것은 꾸지람받아 마땅하다.
KBS는 김제시민과 전북도민들의 눈과 귀가 살아있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이라도 김제시민과 전북도민의 여망을 쫓아 공영방송사의 무게에 걸맞는 결단을 내려 모악산 정상의 송신소 이전과 정상복원을 해야하고, 그 시기 또한 재계약서에 명시된 대로 이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분명 모악산 정상복원을 바라고 바라던 많은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행감특위, 2024 행정사무감사 돌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