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시 월성동에 소재 하는 월산 장병구 옹(86) 저택 앞 동쪽 언덕에는 효의문이 세워져 있다.

그 정자 왼쪽에는 「인동장공위한중효행비」(仁同張公瑋漢仲孝行碑)가 서있고 오른쪽에는「인산장공위성수의적비」(仁山張公瑋性秀義蹟碑)가 있다.

왼쪽 비는 월산 옹의 조부 장한중씨를 기리고, 오른쪽 비는 그의 부친 독립운동가 인산(仁山) 장성수(張性秀)씨를 기리는 기념비다.

월산옹의 조부 한중씨는 인근에 이름난 효자였다. 한중씨가 일곱살때 아버지가 중병 끝에 숨을 거두려하자 대성통곡하면서 단지혈을 아버지의 입에 흘러내리니 금세 숨이 이어져 7일 동안 연명을 시킨 '효성의 기적'을 낳기도 하였다 한다. 뿐만 아니라 청상의 어머니를 마음 평안히 봉양하고 효성을 다함에 인근의 유림들이 크게 감동하여 한중씨를 뛰어난 효자로 성균관에 추대하여「효자정문」의 교시를 받기에 이르렀다. 과연 "효자가 난 가문에 충신난다"고 하였다.

효자 정한중씨의 독자 인산 장성수씨는 3대 독자로 1890년에 태어났다. 이때는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기 4년전의 일이다.

인산은 인물이 준수하고 총명한 자질에 성품은 강직하였다. 인산은 7세부터 13세까지 독서당에서 한학을 수학하고 20세까지 용두리에 있는 서당을 다녔다.

1905년의 을사조약에 이어 1910년에는 일제에 국권을 강탈당했다. 혈기왕성한 인산은 망국의 울분을 참을 길이 없었다. 인산은 서당동문들과 조국광복을 위해 몸바칠 것을 굳게 다짐하였다.

인산 장성수-김제경찰서 폭파 모의(1912년)
아들 장병구 옹-월성초교에 백범상 세워(1993년)

한편으로는 조선조말기 8대 의병대장 중의 한 사람인 임실 출신 이석용 장군과 사귀면서 일편단심 조국의 독립을 위한 기회를 노리는데 정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1912년 국권이 일제에 찬탈된 지 2년째가 되었다. 인산의 나이 23세 되던 해다.

그 무렵 악랄한 일본지주들은 자기호신을 위하고 조선농민들을 위협하고 협박하기 위하여 집집마다 엽총과 탄약은 물론 일본도를 상비하고 있었다.

인산은 독립투쟁을 위해서는 일본지주들의 무기를 대량으로 약탈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많은 동지들을 일본인 지주 밑에 고용인으로 침투시켜 이 고장의 농토를 점유한 일본인지주들의 동태를 살피게 하였다.

드디어 그해 늦가을 이른 새벽에 하평에 있는 일본인 지주 집에 고용인으로 침투한 동지 이몽술이 인산을 찾아왔다.

이몽술은 "오늘 김제에 거주하는 일본인지주 15명이 춘창에 사냥하러 갔다가 밤에는 상평 일본인 지주 집에서 밤새워 주연을 베풀기로 했다"고 말하자 인산은 "무기를 대량 약탈하는데 절호의 기회다!"하고 몹시 기뻐하며 거사를 준비했다.

인산은 동지 한경식(용두리)·이경래(오정리)와 10여 동지를 규합하여 "오늘밤 하평 일본지주들을 급습하여 그들을 도살하고 총과 탄환을 대량 약탈하여 그 무기로 완전무장하고 김제경찰서를 폭파할 것을 모의하자"며 해가 저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수십 명의 왜경들의 급습을 받았다. 누군가가 경찰에 밀고한 것이다. 한경식과 이경래는 현장에서 붙들리고 인산은 날쌔게 탄환의 빗발을 뚫고 도망쳐 나왔다.

한경식과 이경래 두동지는 경찰서에 끌려가 혹독한 고문 끝에 치사 당했다. 인산은 거사의 실패를 통탄하고 두 동지의 주검을 통곡하면서 도망자생활을 계속하였다. 인산은 옥구군 수산면 오실리에서 변장을 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며 근근히 연명하여 오다가 13년만에 왜경에 붙들려 무서운 고문으로 육체가 파괴된 채 3개월만에 석방되었다.

그후 인산은 해방 후 향리 월성리에서 서당을 열어 후학을 가르치다가 1966년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하직했다.

이분들의 피를 이은 직계후손이 바로 월산 장병구 옹이다.

1993년 7월27일 월산 장병구 옹은 사재 1300여만원을 들여 백범 김구선생 석상을 월성초등학교 교정에 세웠다.

장병구 옹은 "후손들과 후학들에게 백범 김구선생의 정신을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써 당연한 일이다"고 말했다.

일제의 잔재인 친일파를 가려내는 일이 57년이 걸린 이 나라에서 정체성이 모호했던 지난날에 '역사바로세우기'를 실천했던 월산 장병구 옹은 김제의 큰 어른이 아닐 수 없다.

김익현  desk@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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