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김제시민단체들은 오는 5월 17일 광주항쟁 22돌을 맞아 김제출신의 이세종 열사와 조성만 열사의 추모 기념식을 갖기로 결정했다.

이 행사는 작년에 결성된 김제통일연대(준)(준비위원장 이현승 전교조 김제 지회장)에서 정식으로 단체를 발족시킨 뒤 추진하기로 했다.

김제농민회·김제시민센터 등 김제의 17개 단체가 참여하기로 한 김제통일연대는 이 행사에 대해 "이 땅 김제의 민주통일의 기수인 이세종, 조성만 열사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언 22년과 14년이 지났지만 그들을 다시금 부활케 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화두를 던지며 "열사들이 세상을 사랑했던 열정과 사랑 때문에 우리들의 열사로 기억되고 부활되어 지난 시절, 불의한 세력에 의해 진실이 감춰지고 호도된 이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는 세상이 되기 위해 열사를 기억하는 제 단체와 인자가 모여 열사의 정신계승을 위한 작은 마당을 펼치고자 한다"고 선언한다.

이 행사는 오는 5월 17일, 오후 6시부터 시청 소극장과 박약국 사거리 등 시내 일원에서 통일굿 한마당, 진혼무, 횃불대행진 등 길거리 행사와 5.18민중항쟁 테잎방영, 사진전, 초청가수 공연 등 무대행사를 가질 계획이다.

민주열사 이세종씨와 통일열사 조성만씨의 추모사업은 본지가 몇 년전부터 기획 보도해왔던 문제로 이 행사가 기념탑 건립 등 보다 김제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뜻을 모으고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세종 열사, 그는 누구인가

'5.18의 첫 희생자' 고 이세종 열사

매년 5월 17일 전북대학교 민주광장에서는 5.18 광주민중항쟁 기념식과 고 이세종 열사 추모식이 열린다.

광주 망월동에 있는 고 이세종의 묘비(묘비번호 4-11)에는“어머니 그날! 새날이 올 때까지 두손에 횃불을 들고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복판에서 우리불꽃으로 활활 타오릅니다”라고 쓰여 있다.

그는 생가근처인 김제시 연정동에 쓸쓸히 개인 묘에 안치되었다가 무려 19년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역사적 평가를 받아 지난 99년 4월5일 공식적으로 5.18관련자로 인정돼 광주망월동 신묘역에 안치됐었다.

80년 당시 전남·북 대학 연합체인 `호남대학총연합회' 연락책임자였던 이세종은 5월17일 밤 전북대 제1학생회관에서 농성을 벌이다 건물에 진주한 7공수 부대원들에 쫓겨 옥상으로 올라간 뒤, 18일 새벽 1시에 땅바닥에서 온 몸이 멍들고 피투성이인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인은 단순 추락사로 발표됐었다.

59년 7월16일 김제군 월촌면 연정리에서 출생한 이세종은 월촌초등, 김제중앙중, 전라고를 졸업하고 80년 5월 당시엔 평범한 전북대학 농학과 2학년생이었다.

지난 85년에 전북대 학생회관 옆에 그의 비가 세워지고 그곳은 '이세종광장'으로 이름지어졌고, 95년에는 대학의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또한 98년 10월 광주민주화 관련 보상심의회에서는 논란 끝에 그는 5.18 사망자로 인정돼 명예회복과 함께 보상을 받았다. 계엄확대조치와 그 일환으로 진행된 각종 체포와 구금이 바로 5.18의 서막이라고 볼 때 이세종의 죽음은 5.18과 관련한 첫 희생자라고 볼 수 있다.

조성만 열사, 그는 누구인가

민주화 불꽃으로 산화한 김제의 혼

그의 모교 전주해성고 교내에 세워진 추모비에는 그를 '부활하는 한반도의 넋'으로 추앙하고 있다.

5월 광주민중항쟁 8주기를 맞아 민가협 등 재야민주단체 주최로 열린 '양심수 전원 석방 및 수배 해제 촉구 결의대회'의 열기가 뜨겁던 1988년 5월 15일 오후 3시 40분경의 서울 명동성당 교육관 4층 옥상에서 한 젊은이의 피맺힌 절규가 들려왔다. '양심수 가둬놓고 민주화가 웬 말이냐', '공동올림픽 개최하여 평화통일 앞당기자' 등의 목소리가 핸드마이크를 타고 약 1분간 외쳐졌고, 이어 흰색 농민복을 입은 청년 조성만은 손에 쥐고 있던 칼을 자신의 배에 내리꽂고 5장의 유서를 뿌리며 몸을 날렸다. 이내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조성만은 즉시 백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그날 저녁 7시, 그의 스물네해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5월 19일 낮 서울시청 앞에서 치러진 조성만의 장례식 노제에 30만명에 달하는 인파가 운집했다. 1년전 시민항쟁 당시의 열기가 느껴지는 군중모임으로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이룬 당시 야당의 김대중 평민당 총재와 김영삼 민주당 총재도 참가했다. 조성만이 중고등학교를 다닌 전주 도심을 지날 때와 망월동 묘역으로 떠나기 전 광주 도청 앞에서 노제를 지낼 때도 수만명의 시민들이 장례행렬을 뒤따랐다.

1964년 12월 김제시 용지면 용암리 모산마을에서 공무원인 부친 조찬배씨와 김복성여사와의 사이에서 4남 중 둘째로 태어난 조성만 열사는 초등학교(용암초등)를 마치고 전주서중과 전주해성고를 거쳐 1984년 서울대 자연대 화학과에 입학하면서 민주화 투쟁과 한반도 통일문제에 눈을 뜨게 된다.

그는 민주화 운동에서 통일논의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그는 지금도 '통일열사'로 추앙 받는다.

김익현  desk@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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