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근 편집국장 hong@gjtimes.co.kr

정직과 청렴을 기치로 내건 박준배시장이 취임한지도 70여일이 지났다. 전임 시장의 말로가 좋지않아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정직'과 '청렴'이라는 단어가 유권자들의 마음에 더욱 크게 작용했을 수 있다.

  10년전 국가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각종의혹이 있었지만 '경제를 살린다'는 한가지에만 메몰되어 정의는 도외시한 채 한나라당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병박을 대통령으로 뽑은 적도 있다.

  우리지역이야 선거 때마다 바람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선거에는 늘 시대상황을 대변하는 이슈가 있고, 유권자들은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거나, 경제를 살려야 한다거나 등으로 전임자에 대한 반대의 선택을 하게된다.

  전임 시장은 3선기간 동안 많은 업적을 남기기도 했지만, 임기 내내 선거를 의식한 선심행정이 많았다. 장기적인 교통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이곳저곳에 땜질식 주차장을 만들었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궁도장을 신축하고도 당초 목적은 상실했다. 많은 부채를 안으면서 시내 3개동사무소를 신축했으며, 보훈회관,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 장애인체육관, 우수저류시설, 전통시장주차장 부실조성, 쓸모 없어진 농업인교육관, 각종 경로당과 모정 등 참으로 많은 건물을 지었고, 그때마다 테이프커팅을 하며 치적으로 홍보했었다.

  얼핏 생각하면 각계각층 시민의 편의를 위해 참 많은 일을 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우리의 경제여건과 현실을 감안하면 과연 분수에 맞는 일인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건물은 건축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시민의 혈세로 투입되는 유지보수와 운영비, 그리고 신규 투입인원의 인건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직'과 '청렴'을 강조한 박준배 시장이 취임하고 많은 시민들은 전과는 크게 달라질 김제시를 기대하고 있다. 말로만 잘사는 김제시가 아닌,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김제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 취임 이후의 행적을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불필요한 삽질을 계속하려 하고있어 우려가 크다.

  특혜성 시비가 계속되고 있는 서울장학숙 설립도 계속 추진중이다. 건물에 따라 46억까지 투입돼야 하며 시비가 들어가야 할 향후 운영비도 걱정이다. 다음달 준공예정인 야구전용구장에 이미 시비 37억이 투입됐는데, 또 시비 28억이 투입되는 하키 전용구장을 추진중이다.

  장애인복지관 주차장도 당초 수요를 고려하지 않아 전액 시비로 8억5천을 추가로 써야하며, 지평선산단 내에도 시비 27억을 들여 지상 2층의 관리사를 신축해 상주인력을 근무시키면서 입주기업에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보건소와 같이 있어야 할 치매안심센터도 동떨어진 곳에 땅을 구입하더니 끝내 이곳에 22억2900만원을 투입해 건물 신축을 강행하려하고 있다. 이 사업비도 절반 이상인 13억2600만원이 시비다.

  불과 5년전 농업기술센터는 부지내에 27억원을 들여 농업인교육관(상록관) 준공했음에도 다시 41억원을 넘게 투입해 농업인교육문화지원센터를 짓겠다고 한다. 이 사업도 시비가 24억원이 넘게 투입돼야하고 이미 부지 매입 및 설계비 7억원을 썼다. 이번 추경에 시비 17억을 편성해 시의회에 승인 요구한 상태다.

  특정인을 위한 벽골제창작스튜디오 신축도 많은 지적을 무시한 채 강행중이다. 6억원이 투입돼야하는 사업이지만 공무원들은 내돈이 아니니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차라리 개인에게 줘 버리면 이후 유지나 운영비가 들어가지 않지만, 건물이 존재하는 한 전기세와 물세까지 시민의 세금으로 대신 내줘야 할 판이다.

  역시 강행중인 농악전통체험관도 문제투성이다. 농악관련단체들이 사분오열되어 제각기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사용주체가 불분명하다. 농악전수관 추진 보다는 농악관련단체의 화합과 단일화가 선결과제다. 이곳도 총사업비 30억의 60%인 18억이 시비다.

  향교 인근에 44억을 투입해 석정 이정직기념관을 건축하겠다고 계획하더니 난데없이 새로운 서예문화 부흥의 계기를 마련한답시고 또 50억을 들여 서예문화관도 추가로 짓겠다고 한다.

 예문화관은 강암 송성용 선생을 염두에 둔 건물이며, 두건물에 투입될 시비는 42억이 넘게 계획돼 있다.

  우리 김제는 송재 송일중 선생을 필두로 석정 이정직 선생, 해학 이기 선생, 유재 송기면 선생, 강암 송성용 선생 등 시대를 대표하는 서예대가가 배출됐다는게 시가 주장하는 건물 신축의 당위성이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또 50억을 들여 해학 이기 선생 기념관도 짓고, 까짓 50억 쯤 또 써서 유재 송기면 선생 문화관도 지을 기세다.

  각 기념관이나 문화관을 제각기 신축하게되면 엄청난 건축비도 문제지만 선심성으로 건축한 각종 건물들의 유지·보수비와 운영비는 시민들이 고스란히 평생 짐으로 떠안아야 한다. 유지보수비와 공과금, 여직원이나 문화해설사를 고려하지 않고 청원경찰 2명의 인건비만해도 연간 1억여원에 해당한다.

  우리시는 시내 중심 상권이 무너지고 도심공동화가 가속되며 재정자립도가 10%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살기 어렵고 못 사는 도시인줄 알았더니, 반대로 시청의 금고에는 돈이 차고 넘쳐 썩어나기까지 하나보다.

  대체 생각이 있는지, 김제의 미래는 고려하지 않고 언제까지 이 사람 저사람 입맛에 맛는 건물들만 즐비하게 신축하려 하는지... 김제시민들이 모두 떠나버리고 덩그러니 건물들만 남은 폐허로 만들려는 것인지... 한심하다 못해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민선7기 출범과 함께 박준배 시장이 내세운 시정지표는 '경제도약, 정의로운 김제'이다. 부질없이 건물만 새로 짓고 운영비에 막대한 혈세가 썩어나는데, 무슨 돈으로 경제를 도약 시킬 것이며, 떠나는 김제를 정의로운 김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불필요한 삽질을 당장 중단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며, 시급한 현안이 무엇인지 살피자. 그게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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