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근 편집국장 hong@gjtimes.co.kr

  새만금사업은 1991년 11월 기공식 이후, 15년만인 2006년 4월 새만금방조제 끝물막이 공사가 완료됐고, 아득했던 새만금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리시와 군산시, 부안군의 영토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15년 10월 행안부 '지방자치단체 중앙분쟁조정위원회'는 1호 방조제 구간(4.7 km)은 부안군으로, 2호 방조제 구간(9.9 km)은 우리시 관할로 귀속할 것을 심의·의결했다.

  이 결정에 군산과 부안이 반발해 '새만금 1·2호 방조제 귀속 지방자치단체 결정 취소소송'을 대법원에 제기했고, 군산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도 제기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20년 9월 군산시의 관할권 권한쟁의심판을 각하했고, 지난해 1월 대법원도 군산시와 부안군이 제기한 결정 취소 요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기자가 한정된 지면에 새만금사업의 시작과 분쟁의 과정 및 판결을 열거한 것은 3개 시군이 충분히 싸울만큼 싸웠고,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더 이상 싸을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한 답을 내주었다고 말하고 싶어서이다.

  답은 나와있으니 이제는 법관들이 제시한 답대로 하는게, 정치권이 그토록 염원하는 새만금사업의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2호방조제 관할이 김제시쪽으로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이되자 군산시의 뜻에 따라 갑자기 새만금권역 행정구역 통합문제가 대두됐다. 대통령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위원회(위원장 강현욱)에서 군산시에 일방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군산·김제·부안·충남 서천의 이른바 3+1 새만금권 통합건의안을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시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면서 통합이 무산된 바 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심포항과 2호 방조제를 잇는 새만금동서도로에 대해 우리시 관할로 해달라고 전북도에 행정구역 결정신청서를 제출했었다. 그러자 군산시가 반대의견서를 전북도에 제출하면서 딴지를 걸었다.

  독도가 우리땅인데 일본이 독도를 한국령으로 정하지 말라는 논리와 다를 바 없음에도,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군산시의 눈치를 살피면서 새만금사업법을 개정하려는 꼼수까지 드러냈다. 대법원에서 정한 기준조차 무시하고 새만금사업 완료 시까지 새만금 내부매립지를 특정 자치단체로 귀속시키지 않고 관할권을 전북도가 가지며, 사무처리를 위한 출장소를 설치하려는 시도였다.

  우리시의 반발로 다행히 새만금사업법 개정은 무산됐지만, 이번에는 또 하나의 꼼수가 등장하고 있다.

  군산·김제·부안이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립한다는 것이다. 군산출신 김관영 전북도지사와 강임준 군산시장, 정성주 김제시장, 권익현 부안군수가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특별지방자치단체란 2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별도의 지방자치단체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발맞춰 시는 지난달 24일 '새만금지역의 합리적 행정관리체계 연구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장시간에 걸쳐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을 옹호하는 듯한 발표를 이어갔다. 현장에 있었던 기자는 발언권을 얻어 "전북도가 발주한 용역도 아니고, 김제시에서 발주한 용역에서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했었다.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의도는 관할권 싸움은 추후로 미루고 속도감 있는 새만금 개발을 위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맞는 말일 것 같지만, 이 안에는 엄청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

  3개 시군이 협의해서 새만금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안부가 굳이 신속하게 동서도로나 새만금신항의 관할권을 정할 필요도 없고, 향후 애매모호한 김제·군산·부안 통합의 전초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왜 정성주시장이 시민들에 대한 동의나, 시의회의 의견수렴도 없이 이 찜찜한 흐름에 어정쩡하게 끌려가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새만금동서도로와 새만금신항의 관할권을 확보해두면 김제시의 상품가치가 높기 때문에 독자노선을 걸울 수 있고, 군산이든, 전주이든 통합의 유리한 선택권은 우리 손에 쥐어지는 것이다. 지금은 관할권 확보가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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