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근 편집국장 hong@gjtimes.co.kr

  내년예산안을 보면 우리시 자체수입은 973억원으로 재정자립도는 10.07%에 불과하다. 반면 공무원 인건비는 1096억원이다. 자체수입으로는 공무원 월급 주기도 한참 모자란(123억원) 처지다. 게다가 정부는 긴축예산을 편성하고 있으므로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침체로 상인들도 울상이고, 우리시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농민들의 쌀값은 하향곡선만을 긋고 있어 암울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급여는 매년 일정부분 인상되고 있고, 풍족하진 않겠지만 노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므로 그래도 시민들보다는 걱정이 덜한 편이다.

  이러한 상황에 개혁을 기대했던 정성주시장이 취임하고 1년반이 돼가는데도 내년도 우리시예산안을 보면 어김없이 공무원들에 대한 선심성 예산이 즐비하다.

  공무원노조관련 예산은 가짓수도 해마다 늘고있고 예산도 갈수록 태산이다. △해외 선진노조 견학- 8250만원, △도연맹 해외 합동연수- 2천만원, △공무직노동조합 선진지견학- 900만원, △우수직원 베낭연수- 3천만원, △직원이용 펜션 임차- 3500만원, △청원 극기훈련지원- 1600만원, △청원한마음 화합행사- 4500만원, △공무원 노사화합 한마당행사- 2천만원, △청원동호회 행사지원- 2700만원, △전북 공무직 한마음대회- 5200만원, △전북 청원경찰 체육대회- 600만원, △전북연맹 노사 한마음 대회(공무직 포함)- 1800만원, △공무원 노사문화정착 워크숍- 2천만원, △공무직노동조합 노사화합의밤- 1천만원에 달한다. 관광성 해외연수비용이 1억4150만원, 행사비용은 2억1400만원으로 무려 3억5550만원에 달하며, 이 돈은 공무원노동조합 회비로 쓰는게 아니고 모두 시민의 혈세인 시비로 충당한다. 가난한 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혈세로, 먹고 살만한 공무원노조의 해외여행비와 각종 행사비를 내주고 있는 형국이다.

  이 뿐 아니다. 공무원 퇴임관련 예산도 여전하다. △퇴직예정 공무원 해외연수(공무직 청원경찰 포함-  2억500만원(1인당 500만원), △핵심·중견리더과정 해외연수- 8400만원(1인당 700만원) △직원 퇴임행사- 2850만원, △공로연수 및 퇴직예정 공무원 간담- 285만원이며, △20년이상 근속 공무원 국내연수 비용도 5600만원(1인당 70만원)을 책정했다. △직원자녀 민간보육료 지원- 2억75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총무과의 예산일 뿐 각 실과소에도 많은 공무원 해외여행 예산이 포진돼 있다.

  4년전 박준배시장 당시에 '장기근속 및 퇴직예정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연수에 가족을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있어 본지가 크게 반발하며 시의회에 일침을 가해 관련조례 개정이 무산된 바 있었다. 공무원들이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다보니, '고양이에서 생선을 맡긴 꼴'이 될 뻔 했었다.

  국민권익위는 지난 2019년 퇴직공무원들의 무분별한 해외여행에 대해 각 지자체에 자제할 것을 권고했고, 행안부도 같은해에 '지자체 예산편성 운영기준'에 지침을 포함시킨 바 있다. 해당 운영기준은 포상금부분으로 '객관적 공적심의 절차 없이 장기근속·퇴직(예정) 공무원에 대한 단순 일률적 지원 목적의 예산편성은 불가'하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우리시의 상급기관인 전북도청은 코로나 이후 퇴직예정 공무원 해외연수를 전면 폐지하고 예산을 세우지 않았다. 우리시보다 예산이 많은 정읍시는 퇴직예정 공무원의 국내연수비로 1인당 120만원만 책정했고, 남원시도 국내연수로 1인당 150만원을 세웠다.

  우리시만 유독 국민권익위의 권고를 무시하고, 행안부의 지침조차 피해가며 포상금이 아닌 국제화 여비에 편성하는 치밀함까지 갖춘 채 악습을 지속하려하고 있다.

  퇴직공무원 해외연수는 옛날옛날 공무원들이 '면서기니, 쥐꼬리 월급이니'하면서 대접을 받지 못할 때, 변변히 해외여행 한번 가지 못한 공무원을 위해 시작됐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공무원의 지위도 향상되고 급여도 우리시 수준에서는 상류층에 해당할 만큼 많이 나아졌다. 반면 시민들의 실생활은 어떤가?

  퇴직예정 공무원 해외연수의 필요성으로 시는 '공직에 헌신한 공무원에 대해 국외연수를 통해 행정·관광 등 선진국가 벤치마킹 및 후생복지 증진'을 내세우고 있다. 근무가 한참남은 공무원도 아니고 퇴직공무원에게 '선진국가 벤치마킹'이 무슨 소용이며, 해외여행 아니어도 후생복지는 이미 잘되어 있지 않은가? 

  국어사전에서 '헌신'이란 단어도 찾아봤다. '어떤 일이나 남을 위해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함'이라고 나온다.

  물론 공직에서 30여년 동안 진정 헌신했다면 까짓 한사람당 500만원의 혈세를 기꺼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제시의 방식은 행안부가 하지 말라는 '단순 일률적 지원'이라는게 문제다. 헌신했든 놀고 먹었든 무조건 보내주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공무원 조차 도매금으로 매도할 생각은 없지만, 철밥통 공무원조직에서 놀고 먹은 공무원이 부지기수다.

  시민들과 고통분담은 못할지라도 시민정서를 고려해서 그만 좀 하자. 

  이 예산을 심사할 시의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홍성근 기자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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