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백련지로 널리 알려진 청하면 대청리 소재 청운사의 도원스님(53·지방무형문화재 27호 탱화장)은 16세부터 전주 승암사에서 김만응 스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험난한 예술의 길로 접어들어 지금까지 평생을 탱화와 함께 걸어오고 있다.
이러한 노력 끝에 올해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탱화장으로 인간문화재 지정을 받았다.
예로부터 전라도에는 불교가 융성해 사찰이 많이 분포하고 있으며 불사가 많아서 사찰에서는 자체적으로 탱화를 그리는 금어(金魚)를 뽑아 교육을 시켰다.
도원스님은 1949년 김제 청하에서 태어나 줄곧 청운사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금어다.
도원스님은 16세 때인 1965년 출가해 전주 승암사에서 김만응 스님으로부터 불화를 공부했다.
그후 19세인 1968년 전주 보문사 탱화불사에 참여했으며, 1969년 완주 송광사 괘불과 부안 내소사 천수천안 탱화 작업에 참여했다. 이후 금산사 지장탱화와 고창 선운사, 김제 귀신사, 망해사 탱화 등 30여년동안 전국의 각 사찰에 200여점의 불화를 제작해 만은문성-만총-만응정진으로 이어진 불화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도원스님의 탱화는 화면구성, 도상(圖上)배치, 선묘, 색채 등 모두 전통 불화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또한 필선이 유려하고 안정적이고 구성과 비례가 적절하며, 채색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양선색과 석채(石彩)를 사용해 전통불화의 맥을 충실히 이어오고 있다.
도원스님은 탱화 뿐만 아니라 서예 등 다방면에 재능을 보유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 한명의 금어라 할 수 있다. 스님의 그림은 깨끗한 물처럼 맑고 투명하다.
불보살이 짓는 미소도 여느 불화에서는 보기 힘든 자애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차분하고 온화하면서도 힘찬 기운이 서려 있고, 선 또한 처음과 끝이 그대로 내려 그어진 채 흔들림이 없다. 탱화의 세필 작업이 중요하게 차지하고 있는 만큼 도원스님에게는 손 떨림이 전혀 없다.
도원스님은 앞으로도 탱화작업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어느 곳에도 머물지 않고,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자신에 대한 확인작업을 계속해 가며 열심히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말한다.
'3명의 전수자 불화 수학'
탱화를 그리려면 먼저 버드나무 숯으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반드시 버드나무 숯으로 그려야 먹선을 입히고 나서 숯 자국을 떨어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석채를 아교에 섞어서 그리는 채색작업에 들어가는 것이다.
탱화 한 축에 최소 4개월이 소요되는데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을 나온 사람들을 비롯하여 배우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만 일차 관문을 통과하는 사람은 적다고 한다.
4000장의 밑그림을 그려야만이 채색을 알 수 있지만 제대로 채색을 배우기 위해서는 보통 4-5년이 걸린다고 하니 탱화 배우는 일이 어지간한 불심으로는 감당해 낼 수 없는 엄청난 고통임을 말해준다.
현재 도원스님으로부터 사사를 받고 있는 전수자는 정강미, 효림, 진공 등 3명으로 불화를 수학하고 있다.
"탱화는 한해 두해 가지고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불화작업도 중요하지만 십 수년 동안의 자기 인내와 자기 수행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도원스님은 정통성 자체가 변화가 느린 것이기 때문에 전통성을 고수하고 고집하기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응용하고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어 중에 금어 도원스님'
한번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몇 시간이고 그림 그리는 일을 계속해도 지칠 줄 모르는 도원스님은 요즘 들어 무척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공양을 비롯해, 주지스님의 역할, 그리고 법사, 불교행사, 강의 등 1인 다역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으로 차오는 법열이 스님의 손끝을 타고 나와 불 보살의 세계를 표현하는 그림이 된 때문인지 도원스님이 머물고 있는 내면의 세계는 말로는 들을 수 없었지만 얼굴 모습에서, 그리고 그림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세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도원스님은 조선시대 전통 금어의 맥을 오늘에까지 잇고 있는 금어 중에 큰 금어다.
김재수 kjs@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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