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동에 위치한 ㅇ업장에서 벌어진 장애인에 대한 노동력착취 의혹과 더불어 수급자 혜택 편취사건을 놓고 시민사회가 술렁이고 있는 중이다.
  앞서 본지는 지난해 11월 당사 홈페이지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노동력 착취 의혹... 수급자 혜택까지?'라는 제하의 기사를 발빠르게 보도 한 바 있다.
  본지의 보도와 함께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추가로 집중조명되자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으로, 해당 장애인의 추후 거취문제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중이다.
  이와 함께 위험으로부터 대상자를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는 시 담당부서 및 직원들은 당초 '수사권의 부존재'와 '장애인인권옹호기관의 주도적 조사활동' 및 '당사자의 의견' 등의 핑계로 최초 사건을 인지한 후 한달 가까이 해당 장애인을 현장에 방치하는 등 소극행정에 대한 문제도 함께 도마위에 올려졌지만 최근 시에서는 해당 장애여성을 '중점사례관리대상'으로 정하고 대상자와의 신뢰관계 형성을 위해 조심스레 접근하는 등 장애인인권옹호기관과의 업무협조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답보상태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사건을 직면하는 모양새다.
  그러는 사이 본지는 보충취재를 위해 장애여성이 최초 ㅇ업장에 발을 들여놓기 전 한 공간에서 거주했다던 보호자(조모)와 장애여성 당사자를 만났고, "오해가 있던 부분을 해명하겠다"던 보호자와 2시간여 대화를 이어갔다.
  결론부터 밝히자면 장애여성에 대한 노동력 착취 '의혹'은 서로 엊갈리는 진술 속에서 특정부분 일치하는 점을 대조해보니 의혹은 더욱 강한 '의심'으로 변했고, 이 자리에서 장애여성은 기자에게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ㅇ업소를 나와 장애인보호시설로 거주지를 이동하기를 원했다.

"저에게도 꿈이 있어요"

  최초 보도가 있고 몇일 후 장애여성의 할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는 많이 격앙된 목소리로 "만나자, 만나서 이야기하자. 오해한 것이 있다면 해명하고 싶다"고 전했고, 취재를 함에 있어 반론의 기회는 언제든 보장받아야 하기에 검산동에 위치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물건(?)으로 치자면 내가 ㅇ업소에 손녀를 맡겨 놓은 것이다" 할머니라는 사람의 첫마디이다.
  그 뒤 한참동안 반론을 듣기 위해 노력했지만 반론이라기 보다는 보도에 대한 항의와 기자의 답변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문득 장애여성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던 장애여성은 보호자와 함께여서 그런지 예전의 모습과는 달라보였고, 기자는 이 기회를 놓치기 싫어 최대한 눈 높이를 맞추며 장애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발달장애인과 대화시 신뢰관계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취재도중 어깨넘어 배운 것이 있어 시시콜콜한 질문으로 공감대 형성을 위한 대화의 포문을 열자 장애여성의 표정이 한층 더 밝아졌고, 마침내 그녀의 '결혼과 출산', '미래'와 '꿈'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가 다다르자 그간 숨겨왔던 감정이 폭발한 듯 "지금은 잠시 접어두고 있지만, 저에게도 꿈이 있어요. 반드시 (꿈을)이룰거에요"라며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웠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좋은 환경에서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으며 미래를 색칠해 가는 것이 어떨까요? 살아가면서 난관에 부딪히거나 힘든일이 있으면 언제든 제가 도와드릴께요. 저는 00씨의 꿈을 응원하고 싶어요" 그녀의 미소를 보자마자 갑작스레 입 밖으로 튀어나온 기자의 진심이였다.

잦은 심경변화 속 분리조치가 우선돼야

  이날 대화의 끝에 장애여성은 거처를 옮겨갈 수 있도록 기자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새로운 둥지는 왠만하면 익산이 좋겠다고까지 했다.

  다음날 기자는 곧바로 시 담당부서에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누군가의 새로운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설레였다. 

  몇일이 지난 뒤 아직도 이 여성이 ㅇ업장에서 거주하고 있다는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 관계자는 "본인이 또 다시 입장을 선회해 ㅇ업소에 남겠다"며, "현재로서는 강제할 수 없다. 장애여성과의 깊은 신뢰관계 형성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북장애인인권연대 최창현 대표는 "잦은 심경변화와 주장의 번복은 발달장애인에게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면서, "더욱이 이 여성의 경우 ㅇ업소에 계속 있는 한 진솔한 속내를 듣기는 힘들 것이다. 하루 빨리 분리조치해 심신을 안정시킨 뒤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들어난 문제점,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

  본지 보도 후 장애여성을 둘러싸고 있는 의혹 중 많은 사실관계가 확인됐다. 그중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은 ▲노동력 착취 의혹 ▲(장애인 명의)임대아파트 불법 계약 여부 ▲(장애인 명의)바우처카드 부정사용 의혹으로 행정에서는 ㅇ업장의 A사장의 다수 불법행위를 확인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이에 상응하는 조치는 커녕 이제는 보복범죄 위험에 노출된 장애여성을 사건 발생 후 3달 가까이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는 미명하에 현장에 방치하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당초 전북도 산하 장애인인권옹호기관과 연대하기로 한 시가 이들과 달리 독자노선을 걷기로 하면서 많은 시간이 소비됐다.

  현재 시는 '가스라이팅이 의심되니 신속히 해당 장애인을 분리조치 해야한다'는 의견에 일관되게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다. 시간을 갖고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답변이다.

  가스라이팅을 넘어 이제는 보복범죄 위험에까지 노출된 발달장애여성, 어찌됐든 그녀는 허름한 폐공간에서 기거하며 허드렛일이나 도와주며 인생을 허비하도록 방치하기에는 그녀가 가진 작지만 소중한 '꿈'이 내뿜은 빛은 밝고 희망차다.

  어쩌면 그녀의 이러한 행동이 이 곳에서 나를 구출해 달라는 절규일 수도 있기에 신속한 분리조치가 시급하다.

남성훈 기자  nam3055@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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