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지역신문의 전망



김 영 호(우석대학교 언론홍보심리학부 교수, 김제시민의신문 자문교수)



[뉴욕트리뷴](NewYork Tribune)의 창간자인 그릴리(H.Greeley)가 소규모 지역신문의 기자들에게 행한 "보통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제는 그 자신에 관한 것이며, 그 다음은 바로 자신의 이웃에 관한 것"이라는 충고는 지역신문의 성격과 지향해야할 바를 한마디로 압축시켜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역신문이라는 다소 생소한 신문이 우리 사회에 첫 선을 보인 것이 충남 홍성의 「홍성신문」이 창간되었던 1988년 말로 본다면 불과 채 12년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에 지역신문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대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보다는 미래에 그 가능성이 더욱 기대되는 성장주라고 생각된다.



미국은 약 6,000여개, 영국은 1,200개의 주간 지역신문이 발행되고 있을 만큼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지역신문은 양적인 측면이나 그 역할 면에서 피라미드형 언론구조의 기반부(基盤部)에 해당하는 초석으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듯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은 대략 5백여개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 중에는 생활정보지 성격의 주간지 등이 혼재해 있어 정확한 지역신문의 숫자는 유동적이다.



88년 이전에 존재하였던 지역신문으로는 1957년부터 1967년까지 서울 동대문구 일원을 대상으로 발행되었던 '高麗時報', 그리고 전남 해남군에서 1960년 3월부터 발행되다가 5.16으로 1년여만에 폐간된 '南鄕時報'가 있었으며, 근래에는 1983년 2월 서울 강남의 아파트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발행된 '리빙뉴스', 대구매일신문의 자매지로서 같은 해 8월에 발행된 '매일생활정보'가 있으나 이들은 주로 생활정보, 쇼핑안내, 광고지 성격의 신문으로 본격적인 순수 지역신문과는 거리가 좀 멀다고 할 수 있다.

지역신문은 미국에서는 [community paper] 또는 [town paper]로 불리며, 그 외에 [Shopping Guide], [Advertiser], [Penny Shopper], [Free Sheet] 등 다양한 명칭을 가지고 있는데, 후자의 명칭들은 쇼핑안내, 광고신문, 무료신문 등의 의미가 강하므로 순수 지역신문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일본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신문들을 [小新聞]또는 [매스컴]에 대칭하는 용어로서 [미니컴]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상에서 용어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듯이 지역신문이란 "읍.면.군.중소도시, 대도시의 구(區)등 소규모 지역사회의 주민을 대상으로 해당 지역의 뉴스나 생활정보 등을 전달하는 유가(有價) 또는 무가(無價)의 신문"이라고 그 개념을 정의할 수 있다.



지난 1988년 이후 지역신문이 한 두 개씩 나타날 때만 해도 일간신문 중심의 언론 풍토에 익숙해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지역신문이란 생소한 매체였을 뿐 아니라 과연 저런 신문이 얼마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12년이라는 연륜을 쌓으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역신문은 이제는 생소한 신문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없어서는 안될 신문, 가장 기다려지는 신문으로 그 위상을 굳건히 하고 있음을 볼 때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 헌신해온 전국의 수많은 지역신문의 선구적 역할과 그간의 노고에 대해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여년간 국가적으로도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권이 세 번이나 바뀌고, 91년도부터 시작된 반쪽 지방자치제는 95년도부터는 단체장까지 선출하는 완성된 지방자치제로 정착하였으며, 97년말에는 사상 유례없는 경제적 위기를 맞아 IMF라는 이름조차 낯선 기구에 의해 경제 통치를 당해야 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WTO체제의 출범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 급속한 시장 개방으로 특히 농촌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입혀 급격한 이농현상과 폐농현상이 초래되어 농업기반의 붕괴, 농촌 사회의 공동화라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야기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치의 민주화와 사회 각 분야의 정보화 진전은 실로 괄목할만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며 21세기의 희망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중대한 세기적 전환점에서 지역신문의 미래가 어떠한 모습일지를 전망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으나 반드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미리 결론부터 말한다면 21세기라고 해서 지역신문 본연의 역할 자체에 변화가 있을 수는 없으며, 단지 변화해야 할 것이 있다면 신문의 형식과 변화하는 독자의 의식을 수렴할 수 있는 의지와 자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코 변할 수 없는 지역신문의 몇 가지 역할을 열거한다면 우선 지방자치제의 정착과 성패 여부는 지역신문이 그 역할을 얼마나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신문은 각종 지방선거에서 올바른 지도자가 선출될 수 있도록 선거 과정에 있어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감시하는 파수견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아울러 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당 및 후보들간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비교 검증 및 실현가능성 여부 등을 분석, 제시해야 하며, 지역주민들이 선거라는 이슈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여론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지역신문은 자치행정의 감시. 비판자의 역할에 보다 엄격해야 한다.

지방자치제의 시행으로 중앙정부가 쥐고있던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되어 있는 만큼 집행부와 의회의 결탁에 의한 권력행사나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전시행정, 지역 이기주의에 의해 지역과 지역간 또는 국가 정책과 마찰과 갈등을 빚는 파행적 행정 등에 제동을 걸고 주민여론을 반영하여 시정을 촉구하는 역할을 지역신문은 해야만 한다.



다음으로 지역신문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 지역주민들을 자극하고 발전과정에의 참여를 촉진시켜야 하며, 발전과정에서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과 역기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사전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분석, 경고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신문은 발전의 결과에 따른 혜택의 분배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갈등에 대한 조정자의 역할까지도 담당해야 한다.



또한 지역신문은 지역 고유의 문화를 발굴, 보존, 계승,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 지역사회와 지역주민들이 문화적 동질성을 지키면서도 개방성과 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신문은 지역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하고도 풍부한 생활밀착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지역신문 스스로가 정보화라는 변화를 적극 수용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홈페이지 구축, 지역정보의 데이터베이스화 사업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하여 변화하는 지역주민의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지역신문 본연의 역할과 발전을 가로막고 있던 법률이 개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작은 매체를 차별하는 불필요한 규제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의 철폐와 개정운동을 펼치는 것도 새로운 시대 변화에 따른 당연한 요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신문은 지역주민의 사랑과 신뢰라는 거름을 먹고 성장하는 나무이다.그렇게 성장한 나무는 지역주민이 힘들고 어려울 때 쉬어갈 수 있는 시원한 그늘과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야 하며, 그 열매는 지역발전이라는 결실로 수확되어 모든 주민들이 고루 맛볼 수 있도록 보답을 해야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역신문에 대한 인식이 불충분한 상태에서 경영상의 영세함과 종사자의 전문성 부족 및 사명감의 결여 등 미비한 내외적인 여건에 의해 그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지역신문이 발전하자면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사회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한편, 내용과 경영 양 측면에서 굳건한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역신문의 장래와 관련하여 정치의 민주화와 지역분권화라는 시대적 추세가 진전될수록 지역신문의 역할과 위상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그 형식에 있어서는 현재의 인쇄신문 위주에서 인터넷신문 등으로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능동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글을 맺는다.



# 윗 글은 김영호 교수께서 <김제시민의신문> 3주년을 맞이하여 특별히 보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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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호 교수 프로필>



학 력

1969 대전중학교 졸업

1972 서울고등학교 졸업

1977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1981 연세대학교 대학원 졸업(석사)

1992 한양대학교 대학원 졸업(언론학박사)



경 력

1983. 3; 우석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전임강사

1990. 3; 우석대학교 지역언론연구소 소장

1994. 4; 호남언론학회 회장

2000. 2월 현재; 우석대학교 언론홍보심리학부 교수

우석대학교 입학처장(2000. 2 이후)

지역언론연구회 회장(1999. 11 이후)

중앙일보 독자위원회 위원장(2000. 3 이후)



논 문

"지역감정 문제에 대한 영호남 언론인간의 相互定向에 관한 연구"(1992) 박사학위논문

"14대 대통령 선거와 지역감정"(1993)

"지방자치와 지역언론-지방선거에서 매체간의 역할분담을 중심으로-"(1999) 외 다수



저 서

< 현대사회와 지역언론>, 나남, 1995 외 공저 5권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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