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 만경제재소 대표


빠르게 발전하는 문화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세태를 반영하듯 요즘 우리네 주거환경도 참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생활하기 편리하게 지어진 양옥들과 아파트들 사이에서 그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초가집 지난날 한국 주거의 대표적 표본이었던 초가는 선조들의 얼과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지만 이제는 민속촌이나 문화재로 지정된 곳이 아니면 그 흔적을 찾아 볼 수도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초가란 흙과 돌을 이용하여 사방을 토담으로 둘러 쌓은 토담집과 측면과 뒷면을 흙담으로 쌓아 전퇴를 내어 통나무 또는 대패질을 한 사각기둥을 세워 서까래를 걸쳐 산자를 엮어 알매를 얹은 후 볏짚이나 새풀, 억새풀, 띠풀, 갈대등으로 지붕을 덮은 집들을 통틀어 초가라 부르는데 원시시대 움집을 거치고 신석기 시대에 지상주거 공간이 생겨나면서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초기의 국가 사회가 형성된 철기시대부터 농경생활이 정착되면서부터 서민들의 주거공간으로 자리잡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벼농사의 부산물인 볏짚을 이용하여 지붕을 이고 흙과 돌을 이용하여 벽을 쌓아서 단열과 보온을 유지하며 그 형태를 가췄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초가 지붕은 짚이 지닌 성질 때문에 따스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며 한해에 한번씩 이엉을 엮어 덧덮어 주므로 매년 새집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공간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구조가 간편하고 경제적 부담이 없으며 집짓기가 편안해서 거의 가난한 사람들이 특별한 기술이나 연장이 없이도 그들의 환경이나 풍습에 맞게 지어 살아왔을 거라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여름이면 어머니의 젖내음과도 같은 흙냄새와 초가 지붕위에 시원스럽게 넝쿨처진 호박잎, 앞마당에 흩뿌려진 듯한 채송화·봉숭아·맨드라미·사루비아 꽃들의 향연, 그리고 멍석위나 평상위 그것도 모자라 뒤뜰 장독대 위에 얹어진 채반위까지 빨갛게 널려진 고추들이 생각나고 또 겨울이면 초가 지붕위에 수북히 쌓여 세상을 온통 은빛으로 보이게 하던 눈, 군것질거리도 없고 가지고 놀 장난감도 변변치 않던 시절에 그 눈이 녹아 처마밑에 고드름이 열리면 하나씩 따서 지금의 얼음과자처럼 오독오독 씹어먹기도 하고 칼인양 손에 쥐고 시린손 비벼가며 칼싸움하던 어린아이들, 저녁이면 뜨뜻한 아랫목에 앉아 화롯불에 밤이며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던 모습들이 초가집이 사라져감과 동시에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는 고향이라는 단어를 생각나게 하는 초가집의 정겹고도 포근한 그 따스함을 이젠 어디에서 맛보아야 할까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저작권자 © 김제시민의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