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어제는 우리에게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청산'의 목적으로 족벌언론을 비판하고 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그렇지만은 않다. 그들의 과거는 고스란히 현재로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우리는 조선일보의 오늘날 보도 행태를 주목하면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가늠해 보아야 한다.

조선일보의 IMF 환란 책임-IMF 이틀 전까지
"외환위기 없다" 되풀이 호언!

한국의 외환위기에 있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집단 중 하나가 바로 조선일보이다. 그들은 사태가 발생하기 이틀 전까지도 외환위기는 없다고 호언장담을 했던 신문이었다. 그래놓고선, 나중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뒤 모든 책임을 자신 외의 사람들에게 돌려버렸다. 우리의 외환위기는 97년 초부터 이미 감지되기 시작했다.

1월 7일 현대그룹 산하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이 "한국의 경제상황이 94년 외환위기를 겪은 멕시코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음에도 언론들은 그리 큰 문제를 삼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97년 3월 8일과 9월 18일자 지면에서도 "한국경제 위기 아니다" "한국경제 위기 아니다 - 캉드쉬 IMF총재 조선일보와 회견"이라는 글을 내보냈었다. 어처구니없게도 8월 22일자 1면에서는 "한국성장률 더 높아진다"라는 기사도 내보냈다.

결정적으로 11월 3일자 블룸버그통신은 한국의 '외환위기'를 '긴급기사'로 전 세계에 타전했는데도, 조선일보는 11월 8일자 지면에서 "근거없는 추측보다"로 맞대응을 했다. 11월 10일자 사설에서는 "외국의 한국경제 때리기"라는 글도 내보냈었다. 조선일보가 경제청문회에 서게 될 날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언론사 세무조사, 조선일보의 추함이 드러나다

2001년 6월 20일 오전, 국세청 기자실은 꽉 들어찼다. 막 뿌려진 보도자료를 받아본 기자들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23개 언론사의 탈루소득액은 1조3594억원. 그렇다. 드디어 불법의 성역이던 언론시장의 부조리가 국민들 앞에 추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조선·동아·중앙일보는 바로 역공을 가하기 시작했다. 일단 그들은 그 배경과 절차에 의혹을 부풀리면서 언론사 세무조사를 규탄하는 한나라당의 반응을 크게 키웠다. 동아일보는 23일자 '이것이 뜨겁다'에서 99년 10월 정형근 의원이 폭로한 여권의 '언론장악문건'과 현재 언론사 조사진행 상황이 똑같이 진행되고 있다는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주장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그 문건이 여권에서 나왔다는 명확한 근거도 없이 말이다.

미운 털 박힌 놈 죽이기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독과점적 언론들이, 특히 조선일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낼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견돼왔다. 노 후보는 91년 주간 조선 보도를 놓고 조선일보와 소송을 벌이는가 하면 지난해 세무조사 정국 당시 "언론과의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아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힌 것으로 알려져 왔었다.

실제 드러난 보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조선과 동아일보 등은 연일 여러 면에 걸쳐 노 후보의 위험한 언론관과 말 바꾸기 등을 문제삼고 나섰다. 동아는 사설에서 드러내 놓고 노 후보를 '대통령 부적격자'로 낙인찍는가 하면 언론학자와 시민단체, 그리고 국회에서까지 공론화된 신문의 소유지분 제한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문가 의견만으로 채우는 편파성을 발휘했다.

"조선일보 '편파성' 압도적 1위"-언론인 여론조사(2002년 7월말)

"이회창 유리보도" 93%
"노무현 불리보도" 91%

우리나라 기자 10명 가운데 8명은 대선 관련 보도가 특정후보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이뤄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편향은 특히 <조선일보>에서 심하게 나타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기자협회보>가 기자협회 창립 38돌을 맞아 여론조사 기관인 한길리서치와 함께 지난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전국의 신문, 방송 기자 4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전화여론 조사에서 나타났다.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9%)

나는 비판해도 너는 비판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라면 누구든 비판의 성역이 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엔 이러한 상식을 거부하는 세력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집단이 바로 조선일보다. 특히 그들은 비판을 업으로 삼고 사는 이른바 언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은 결코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98년 3월 MBC PD수첩에서 '위기의 한국 신문개혁은 오는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그리 화끈하지 않은 매우 온건한 비판이었다. 그런데도 이 프로그램을 가지고 강한 반격을 걸어온 신문이 있었으니 바로 조선일보였다. '논지'를 통해 대항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MBC 프로그램 홍보 기사를 아예 거부하기까지 이르렀다. 요컨대, "우리를 건드리면 다친다"는 강한 경고였던 것이다.

자료출처: 조선일보없는아름다운세상을만드는시민모임(조아세·www.joa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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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desk@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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