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선일보의 과오들과 현재에도 계속되는 죄악들을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한걸음 더 내딛어 내일을 보자. 우리는 어떤 내일로 가야 하는가. 조선일보를 극복한 세상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 것인가?

해방 후 한국의 반민특위 활동과 비교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프랑스의 나치협력자 단죄다. 반민특위는 무참한 실패로 끝났지만 프랑스의 과거청산은 투명하고 가차없이 진행돼 민족반역자들을 뿌리뽑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다.

1944년 8월 파리 해방 직후 귀국한 드골은 '정의의 법정'을 세우고 즉각 나치 부역자 단죄 작업을 개시했다. "국가가 애국자에게는 상을 주고 배반자나 범죄자에게는 벌을 주어야만 비로소 국민을 단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 드골의 신념이었다. 대숙청의 오랏줄에 묶여 99만여 명의 나치협력자가 투옥됐고, 6763명에게 사형, 2777명에게 종신강제 노동형, 3만6700여 명에게 유기징역형, 4만8400여 명에게 부역죄형이 선고됐다. 그러나 즉결처분과 인민재판까지 합하면 사망자는 1만∼10만 명(추정치)에 이르렀다.

한국은 프랑스와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드골은 지식인, 특히 언론인에 대한 재판과 처벌을 했다. 파리 해방 직후 나치 협력 언론인을 최고 재판소의 첫 심판대 위에 올렸다. 재판소는 신념에 따라 '히틀러의 나팔수'를 자임했던 언론인보다 독일이 강자로 등장하자 나치 선전원으로 전락한 '매춘 언론인'을 더욱 가혹하게 다스렸다. 드골은 뒷날 회고록에서 "언론인은 도덕의 상징이기 때문에 제일 먼저 죄를 물었다"고 밝혔다. 언론인과 함께 나치에 "간과 쓸개를 내놓았던" 언론사도 모두 문을 닫아야 했다. 9백여 개 신문, 잡지 가운데 6백49개가 폐간되거나 재산을 몰수당했다.

드골이 이처럼 반역세력과 단호하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좌파에서 우파까지 저항 지식인들의 전폭적인 뒷받침 덕이었다.

한국은 프랑스와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경찰을 동원해 반민특위를 해산시켜 버림으로써 친일세력에 대한 응징을 좌절시켰을 뿐만 아니라 민족 반역자들을 독립국가의 지배세력으로 또 다시 복귀시켜 주는 천추의 한을 남겼다.

언론의 수준은 국가와 국민의 수준이다

'뉴욕 타임즈'니 '워싱턴 포스트'니 하는 미국 언론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좀 더 관심있는 분들은 프랑스의 '르몽드'나 독일의 '슈피겔' 같은 유력 매체를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들 언론들은 서구 선진사회와 민주주의를 쌓아 올리는 기중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오류와 모순투성이의 언론사가 한국 언론을 좌지우지한다니 통탄할 일이 아닌가? 한국인들은 조선, 중앙, 동아의 언론 시장점유율이 70%를 상회한다는 걸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어떤 기업인은 한국은 '국민은 1류, 기업은 2류, 관리는 3류, 정치는 4류'라고 했다. 이제 초보적으로나마 민주화된 정치가 4류라는 걸 보면, 아직까지 왜곡과 곡필을 일삼는 언론은 5류쯤 되는가 보다. 어째 이상하지 않는가. 1류 국민이 보는 신문이 5류라니.

반칙하지 않는 세상을 위하여

조선일보는 왜 이리 나쁜 짓을 저지를까? 조선일보에 관해 궁금해하고 그 나쁜 짓들에 대해 분개하는 사람들은, 한편으로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하지?'라는 의문을 갖는다. 그런데 우리가 그 답을 복잡한 데서 찾을 필요는 없다.

용기가 없는 자는 책임을 질 수도 없다. 조선일보는 과거 자신들의 죄상을 그대로 넘어갔다. 사실이 밝혀져 궁지에 몰려도 합리화와 침묵으로 비켜갔던 것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조선일보가 사과 한마디 잘 했어도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살다보면 다음과 같은 찝찝한 경험을 가지게 된다.

요컨대 이런 것이다. 거짓말을 한다. 들통이 나면 적당히 감춘다. 거짓말을 위해 또 거짓말을 한다. 어떤 부분은 '이럴 수밖에 없었다'라고 합리화한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고 또 낳고, 결국 그 자신은 자신의 거짓말을 신뢰하게 된다. 그리고 강력히 자신의 옳음을 계속하여 주장한다. 조선일보의 참담한 꼴은 딱 그 꼴이다.

그들은 이제 죄의식조차 없다. 자신들이 항일민족지였으며, 한국사회의 근대화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사회 문제가 나오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고, '조선일보가 나쁩니다'라고 얘기 드리면 눈살을 찌푸리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굳이 문제를 헝클어뜨리지 않아도 된다. 사람 마음속의 비겁함이 겪는 일들과 조선일보의 역사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반칙하는 사회가 오면,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들만 손해를 본다. 적어도 이 세상에 깨끗하고, 또 정직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면, 반칙을 해대는 세력은 청산되어야 한다.

자료출처: 조선일보없는아름다운세상을만드는시민모임(조아세·www.joas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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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desk@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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