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순 (순천향대 신방과 교수·바지연 자문교수)


<바른지역언론연대>(이하 바지연)는 지역적으로 고립되어 활동하는 지역신문들로 하여금 서로 교류하고 연대함으로써 지역신문의 역량을 늘리고, 대외적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다. 바지연소속 지역신문사들은 사실상 눈과 귀가 막혀 있던 지역주민들에게 성실히 지역뉴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민주화와 지역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해 왔다. 그 결과 사이비 언론으로 치부되던 지역신문을 풀뿌리 지역언론으로서 지방자치의 필수적인 수단, 언론개혁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정받게 했다.


지금까지 대내적 활동에 치중해 왔던 바지연이 적극적으로 대외활동을 추진함으로써 한국 지역신문의 제2의 도약기를 예고하고 있다. 바지연 회원사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지역신문 전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기대된다. 바지연이 한국 풀뿌리 지역신문의 내실을 기하고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당면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


지역신문은 장기적으로 지역신문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를 위해서 인재양성 및 인재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지역언론 지망생들을 배출하고, 지역언론인들에게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지역언론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일단 지역언론에 뜻이 있는 사명감을 가진 젊은이들을 전문언론인으로서 갈고 다듬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바지연 내부에서 보다 조직적인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신입사원은 최소한 2주일이상 수습기자 교육을 받아야 하고, 기존기자들도 1주일 이상은 체계적인 재교육을 통해 언론인으로서의 자질을 높이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지방대학이나 한국언론재단 혹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등과 같은 시민단체와 연계하여 체계적이고 정기적인 지역언론인 교육-훈련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건실한 자본 유치-


지역 여론주도 수단이나 정보제공수단으로서 확고한 위상을 확립한 지역신문은 많지 않다. 대부분 새로운 지역 신문이나 정보제공업체가 지역사회에 진입할 경우 쉽게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상태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적, 기술적 자원의 축적에 필요한 자본의 조달이 이루어져야 한다. 영세 자본으로 지역사회 뉴스시장을 공급하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지금처럼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지역신문의 경영-자본 구조로는 정보화시대에 적응하기 힘들다. 지역신문은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신문제작에 필요한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 시민주 혹은 군민주가 실질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 불건전한 자본의 유입은 막아야겠지만, 지역신문의 활로 개척을 위해서는 건강한 투자자를 유치해, 지역신문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지역신문간 연대 및 교류의 활성화-


지역신문이 정보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뉴스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신문은 심각한 내적 정체에 빠져 있다. 정보화사회에 부응할 만한 진취적이고 참신한 신문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주의 신문이 지난주의 신문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물론 기사들은 다르지만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은 이미 고정된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주된 원인은 기자들이 좁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반복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신문 제작에 필수적인 신선한 감각, 다양한 관점을 상실하게 된다.


10명 내외의 적은 인원으로 제작하는 지역신문에서는 직원의 부서 이동을 통해 내부조직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러한 지역신문의 한계는 지역신문간의 연대와 교류를 활성화함으로써 부분적이나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출입 기자제도 도입-


지난 총선에서 대부분의 지역신문들은 후보자들에게 대해서 아주 상세히 보도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일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예상 밖으로 크게 성공한데에는 지역신문의 역할이 매우 컸다. 그러나 선거 후에도 국회의원에 대한 감시와 비판기능을 지속적으로 발휘하는 지역신문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지역신문이 군수나 시장, 군의원과 시의원에 대해서는 소상히 활동을 소개하면서,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거의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신문사가 개별적으로 국회에 취재인력을 보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회의원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국회의 무능과 파행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비록 각 신문사별로 국회에 출입기자를 파견할 수 없겠지만, 바지연차원에서 공동으로 파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한 기자가 10개 정도의 지역을 맡아 취재한다면 지역신문은 매주 그 지역출신 국회의원의 활동상을 자세히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지역신문의 국회출입기자제도는 지역신문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정치개혁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문변호사 제도의 활성화-


점점 더 많은 지역신문들이 지역유지나 정치인들과 법적 분쟁을 겪고 있다.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제기되는 소송은 지역신문에게 상당한 위협이고 부담이다. 설사 소송에서 승소한다 하더라도 많은 비용과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나아가 기자들로 하여금 소송의 두려움으로 인해 정론직필을 회피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역신문을 대상으로 제기되는 소송은 해당 기자나 신문사가 개별적으로 처리하기보다는 바지연에서 법률구조를 맡아 자문변호사가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운동의 활성화-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총선연대 활동이 보여주었듯이, 지역사회운동이 활성화되지 못한다면 한국사회의 개혁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풀뿌리 지역운동은 아직 그 토대가 튼튼하지 못하다. 지역내 풀뿌리 사회 운동을 키우는 것은 지역신문의 중점과제가 되어야 한다.


지역운동이 활발해져야 지역사회문제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그럴수록 그들이 지역신문을 찾는 횟수가 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지역운동이 보다 활성화되고, 다양한 지역운동 조직이 생겨날 수 있도록 지역신문의 관심도가 높아져야 한다. 지역행정이나 지역정치에 대한 기사만큼이나 지역운동에 대한 가사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야 한다.


-타 언론 매체와의 연대 및 제휴-


최근 한국사회에는 지역신문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말지와 같은 진보적 월간지에서부터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언론까지 지역신문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신문은 아직 지역적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지역언론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지렛대로 이용해 효과적인 역량강화를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주된 원인은 지역신문이 다른 매체와의 제휴나 연대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얻으려는 적극적인 사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뉴스의 자급자족, 혹은 독점공급은 정보화시대의 뉴스환경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경쟁매체이던, 비경쟁 매체이던 관계없이 필요에 따라 서로 주고받는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지역신문 경영전략이 필요하다. 지역신문은 중앙일간지를 비롯해 다양한 대안매체들과 폭넓게 연대해야 한다. 인권하루소식, 오마이 뉴스 등과 같은 인터넷 뉴스매체나, 월간 말지 등과 같은 진보적 언론매체들과의 뉴스교류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뉴스량을 늘리고 질적 수준을 높일 수도 있다.


-전국규모 시민단체와의 연대-


지역신문은 진보적 시민단체나 이익단체들과도 긴밀한 연대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경실련이나 참여연대, 민주노총이나 전국농민회, 전교조 등 전국규모의 단체들의 경우 자신들의 메시지를 지역주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일간지나 텔레비젼 등 중앙언론사들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나 편집방향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선택적으로 전달해 줄뿐이다. 중앙언론이 지역주민의 관점에서 필요한 시민단체의 정보를 제공하지는 않는 것이다.


바지연은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단체들의 다양한 활동을 지역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창구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과 제휴해 각종 시민단체의 활동을 고정란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신문의 정책적 지원-


바지연은 지역신문에 대한 정책적 차별에 대해서 강력히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다. 선거법 등 현재 지역언론의 활동을 제약하고 있는 각종 법률을 개정하고, 자치단체의 광고, 우편료 등에 있어서 일간지에 비해 차별을 받지 않도록 법률과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이러한 지역신문의 불이익은 전체 지역신문을 대표하는 대표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이다. 바지연은 대국회, 대정부 활동을 통해 지역신문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제거할 뿐만 아니라 중앙언론 중심으로, 일간지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언론지원 혜택이 지역신문에게도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발행하는 홍보 신문들의 제작을 즉각 중지하고, 그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역언론에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지원은 소위 계도지와 같이 언론사에게 부여하는 특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대신 정부는 지역언론인들의 교육-연수 등을 지원해 지역언론인들의 자질이 향상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지역신문이 자립기반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지역신문의 연대-


지역신문이 당면한 문제들은 결코 각 지역신문사가 개별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러나 지역신문들끼리 서로 연대를 긴밀히 한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물론 지역신문간의 연대는 지역신문의 이익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주민의 알권리 충족, 지역사회의 민주화라는 명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바지연의 건강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연대활동은 무의미해진다. 각 회원사가 언론으로서의 공익적 기능을 발휘하고, 윤리적 책임을 다할 때 바지연의 대내외적 역량이 강화될 수 있는 것이다.

디지털 김제시대  gimje@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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