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문규현 신부와 수경수님은 예정대로 서울을 향해 삼보일배를 계속해왔고, 삼보일배 13일째인 4월 9일, 그동안 함께했던 개신교의 이희운 목사와 원불교의 김경일 교무는 따로 익산을 거쳐 전주까지 13일간을 전북권 순례를 마쳤다.
이들은 다시 4월 23일 충남 홍성에서 합류하여 서울을 향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이 삼보일배를 떠난 지 한달. 인간의 한계를 넘어 이들은 새만금갯벌이 살아야한다는 일념으로 목숨을 건 투쟁을 하고 있다.
이들의 신념은 무엇인가. 새만금의 한복판에 있는 김제시민들에게 주는 이들의 메시지가 시민들에게 냉소적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는 '새만금'이 전북에 주는 보랏빛 희망에 도취해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4월15일에는 문화일보 <도올기자가 만난 사람>에서 도올 김용옥 기자가 노무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새만금을 살려달라"고 읍소했다.
도올은 "새만금문제는 거대한 생명파괴입니다. 계속 지체하시면 저는 어느날 새만금 방조제공사하는 포크레인 밑에 드러누워서 농성할 생각입니다. 포크레인으로 날 찍어 죽여도 저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절 죽여서까지 그 일을 강행하실 것입니까?"라고 노 대통령에게 항변했다.
이렇듯 우리시대의 양심인들은 새만금을 살리자고 목숨까지 담보하고 있는 터에 우리는, 새만금 중심에 있는 김제시는 그 정체를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새만금은 어디서 나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새만금의 시작
새만금은 말 그대로 '만경'과 '김제'를 말한다. 즉, 금만-금만평야에서 나온 말이다. '새로운 금만'-새금만, 어감이 안 좋아 금만을 뒤집어 '만금'-'새만금'이라 이름지어졌다. 이름대로 보아도 김제가 중심인 것을 알 수 있다.
새만금종합개발사업은 군산과 김제, 그리고 부안간 33km를 방조제로 연결해 4만100ha의 바다를 땅과 담수호로 만드는 일이다.
총 1억2030여만평이라는 거대한 개발면적 중 8490만평의 농지와 3540만평의 담수호가 조성되며 당초 사업 예산만도 8200억원. 그러나 총사업비 규모는 3조4백89억원. 방조제 축조에는 1조7천3백37억원이, 내부개발에는 1조3천1백52억원이 각각 투입되어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얼마나 새만금에 쏟아부어야 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새만금 사업의 뿌리는 옥서지구 농업개발계획에서 시작된다. 정부는 75년에 서남해안 일대 132개지구 40만5000ha의 간척 가능지역을 조사 후 59개지구 6354ha를 개발 대상지로 선정, 이어 옥서지구 농업개발계획 1단계 기본 설계를 마무리하고 81년에 2단계 사업인 만경, 동진강 유역 농업종합개발사업 기본 조사를 실시하여 84년에 조사를 완료한다.
옥서지구 2단계 사업인 김제지구 간척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무렵 농림수산부는 서남해안 간척사업 전반에 대한 장기개발계획을 세우기 시작해 개별지구 단위로 진행되는 농업 목적의 간척 사업을 종합개발사업으로 전환하고, 부안, 김제, 옥서 등 3개 지구를 1개 사업단으로 통합시켜 '부안지구 복지농어도'를 추진한다.
당시 농림수산부 장관은 82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군산 외항의 오식도∼고군산군도∼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 이르는 34km의 방조제를 축조하여 총 4만2000ha의 간척지를 조성한다는 '서해안 간척사업'이라는 이름이 붙은 오늘의 '새만금 간척사업의 추진 계획'이 1987년 5월 전격 발표됐다.
정치의 산물
그러나 국내 최대의 농업간척사업인 새만금 사업, 관계당국에서 사업성을 검토하다 재원조달의 어려움과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추진불가'로 결론난 이 사업은 13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엿새 앞두고 당시 민정당의 노태우 대통령후보가 전주유세에서 전격 발표한 선심성 선거공약으로 탄생된 것이다.
이처럼 단군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이라는 새만금사업은 6월항쟁과 12월 대선으로 이어지는 긴박한 당시의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새만금 사업은 91년 기공식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9km의 물막이 공사가 완료됐다. 환경오염논란이 일자 99년 4월 새만금 민관공동조사단이 활동을 개시한 이후 지난 2001년 5월 사업재개 방침이 확정되기까지는 사실상 사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방조제 공사는 당초 2004년까지 완공키로 했으나 그동안 공사가 지연돼 1∼2년 늦어질 것으로 보이며, 방조제가 완공되면 내부간척지 개발이 시작되어 내부간척지 개발은 2008∼2011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새만금사업이 완공되면 4만100ha 국토가 개발되는데 이중 2만8300ha는 농경지로, 1만1800ha는 담수호로 조성하여 활용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절반을 지나온 것을 기념하며 가진 '새만금갯벌 생명파괴 참회의 날' 행사(2003년 4월 24일(목), 삼보일배 28일째)
박남준 시인이 자작시 '해창바다에서 광화문까지'를 낭송한 다음에는 모두 손잡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노래했습니다. 새만금생명학회 고철환 회장님의 입장 발표가 있은 다음 발언에 나선 이부영·전재희·오세훈 세 국회의원은 새만금 간척사업을 중단시키고 전북지역의 새로운 발전대안을 찾도록 다른 국회의원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다짐하셨습니다.
해창바다에서 광화문까지
박남준
나 아주 어려 벌거숭이의 몸을 내맡겼었다
뻘밭 가득 뛰어 놀던 짱뚱이 같은 아이들과
게걸음치며 달려가던 농게 같은 아이들과
온몸에 갯뻘을 바르며 뻘 싸움을 하고
미끄럼틀을 만들어 놀이터가 되어주었던
푸른 것들이 찬란한 것들이 치솟고 일렁이던
뻘밭의 바다
백합들이 바지락들이 갯지렁이들이
햇살처럼 뛰어 놀던 갯뻘의 바다
내게 만약 끔찍한 저주가 있다면
그 뻘밭을 막아 없애려는 무리에게 쏟아내야겠네
내게 만약 죽음보다 더 지독한 증오가 있다면
그 뻘밭을 팔아 배 부르려는 무리에게 퍼부어야겠네
싱싱한 것들로 온통 반짝이는 생명으로 꿈틀거리는
소중한 선물의 뻘밭
살아서 아름답게 흘러온 것들 흐르는 대로 두어야 하듯
밀물과 썰물로 들고나는 뻘밭의 바닷길을 막아서는 아니되네
이 땅에 내린 축복의 뻘밭 우리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하네
그 뻘밭의 바다에 순결한 입맞추며
엎어지고 자빠지며 내달리게 해야 하네
이제 우리 해창바다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로 나아가네
사랑으로 나아가네 뉘우침으로, 참회로 나아가네
그 길 한걸음 한걸음에 전쟁반대와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그 길 무릎꿇고 엎드린 자리 자리마다에
새만금의 갯뻘에 생명과 평화를 소원하는 마음으로
간절함으로 나아가네
해창바다에서 광화문까지 삼보일배로 나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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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보일배 28일째(4월24일), 시를 낭송하는 박남준 시인
박남준
1957년 전남 법성포에서 태어났고, 1984년 『시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집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등과 산문집 『작고 가벼워질 때까지』 『별의 안부를 묻는다』 등이 있다.
김익현 desk@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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