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와 타협으로 화합 이끈다'-


고소·고발·진정이 유난히 증가하는 가운데 시법원(시법원장 박범계)에서는 상호간의 적절한 양보로 타협을 이끌어내어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인 '조정'이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에 의한 분쟁의 해결은 집행도 어려울 뿐 아니라 당사자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감정의 앙금을 남게 하는 약점이 있으나, 조정은 당사자간의 임의적이고 자발적인 변제를 가능케하여 그 집행이 오히려 신속하고 서로간에게 화해의 길을 열 수 있는 훌륭한 분쟁 해결방법이다.



실예로 지난 27일 조정된 사례를 보면, 횟집주인과 인수자간에 작성한 매매계약서로 인해 판결로 가면 원고가 승소해 1500만원을 지급해야 하나, 여러가지 사정을 참작한 조정위원회의 조정으로 300만원만을 지급하기로 하고 분쟁을 종결시키기도 했다.



시법원 조정위원회의는 김제시에 거주하거나 사무실을 두고 있는 각계 각층의 식견 있고 지역사회에서 덕망을 인정받은 유지 25명으로 구성하여 1개조 5명씩 5개조로 편성되어 있다.



조정위원회는 우리나라에서 시민에 의한 재판참여의 첫걸음이며, 시민참여의 좋은 본보기로 인정받고 있다.



시법원은 매월 1회 2천만원 이하의 소액청구사건(현재 약 300여건 정도가 계류중) 법정을 개정하고 있으며, 재판기일 오후 2시·3시·4시에 각 1개조씩 3개조 15명의 조정위원들이 법원에 출석해 따로 마련된 조정실에서 각조별로 1건씩을 재판장으로부터 회부 받아 조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조정위원들이 미리 사건 기록을 파악할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고, 법률 전문가가 아니어서 사건 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박범계 시법원장은 재판시 조정위원들과 함께 법정에 입정하여 조정위원들을 재판장의 옆에 나란히 앉힌 후 원고의 주장과 피고의 답변 및 법률적인 쟁점에 관하여 약 5분간 설명함으로써 조정위원들로 하여금 사건을 파악하게 하고, 이어 조정위원들은 법정경위의 안내를 받아 조정실로 당사자들과 함께 가 조정에 임하고 있다.



판사의 자리인 법대에 민간인이 앉는 것은 법정의 권위를 내세우는 일부판사들 사이에선 금기시하는 일로 박시법원장의 소신이 돋보이는 부분이라는 평이다.



한편 시법원에서는 지난 3월부터 9월말 현재까지 총 24건을 조정위원회에 회부한 결과, 15건이 조정 성립되어 62.5%의 높은 성공률을 올리고 있으며, 같은 기간 동안 총 470건의 판결이 선고되어 그 중 6건만이 항소되어 항소율이 1.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이는 치열하게 다투는 사건의 상당부분이 위와 같이 조정에 의하여 해결되는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시법원의 경우 매년 재판장이 바뀌고 있는 실정이어서 다음 재판장이 과연 조정에 대해 어떠한 시각을 갖는냐도 향후의 중요한 과제이며, 조정위원들의 구성 또한 다양하지 못한 관계로 세무·회계·교육·건축 등의 전문가들로 조정위원을 보강해 전문적이고 복잡한 사건의 해결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성근 기자 hong@kimj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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