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인사모 회원 김동호씨-

-22일 부산 출발해 진주 광주 대전 거쳐 서울까지-


3개월 동안 전국을 걸어다니며 '뻔뻔스런 <조선일보>와 부당한 언론의 개혁'을 주장하고 나선 청년이 있다. 올해 27살의 김동호씨가 그 주인공으로, 지난 10월 22일 부산민주공원을 출발해 마산을 거쳐 25일 진주 언저리에 도착했다.


김씨의 '당찬 발걸음'은 최근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인터뷰와 기고 거부를 중심 내용으로 하는 '조선일보 반대 지식인 선언'과 '조선일보의 친일 행각과 편파/왜곡보도 전시회' '황석영씨의 동인문학상 거부' 등이 계기가 되었다.


그는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내는 월간 <인물과 사상> 독자들의 모임인 '인물과 사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사모)'의 부산지역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뜻있는 사람들과 논의 끝에 '<조선일보>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전국도보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다. '인사모' 부산지역(담당 이재삼)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김씨의 전국도보를 진행시키고 있다.


"언론 개혁 없이 희망없다"고 외치면 전국도보를 시작하는 첫 출발은 지난 22일 오전 11시30분에 있었다. 부산사람들의 민주정신이 깃들어 있는 민주공원에서 30여명이 모였다. 그동안 '인사모' 홈페이지에 가명으로 글을 올려 갖가지 주장을 펼치던 사람들까지 모여들었다. 이들은 <조선일보>를 반대한다는 글자가 새겨진 어깨띠를 두르고 간단하면서, '역사적인' 출정식을 가졌다.


김동호씨가 밝힌 출정의 변은 비장함이 깃들어 있다. "혼자의 힘만으로 모순 덩어리의 사회를, 역사를 바꿀 수 없다는 걸 나는 잘 알지만 걷지 않을 수 없는 내 심정을 밝히고자 한다"면서, '역사적인 문제'와 '현실적인 문제' '언론개혁의 문제'를 위해 나선다고 밝혔다. 역사적인 문제는 "조선일보는 일제시대에는 친일행각으로 반민족적 행태를 자행했으며, 독재정권시대에는 그 권력이 아부를 하며 민주화의 길을 방해했고 80년 광주민주화항쟁을 폭도들의 난동으로 왜곡 보도함으로써 언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라고 제시했다.


또 현실적인 문제는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도 최장집 교수 사건처럼 사상검증이라는 반민주적인 작태를 조선일보는 보여주고 있으며, 4/13 총선에서는 국민의 여망을 품은 총선연대의 활동에 근거없는 음모론을 퍼뜨렸고, 지금도 남북화해와 통일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라고 주장햇다.


마지막으로 밝힌 '언론 개혁의 문제'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이 도리어 더 부패한 현실이 일부 유력 언론들의 모습이다. 자칭 1등 신문이라 하는 조선일보에게 제 몫을 찾아 줌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언론개혁으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개혁과 조선일보문제는 민주시민 모두의 몫'이라면서, "민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출정식에 나온 한 인사가 밝힌 환송사의 한 대목을 들어 보면 운동의 의미를 더 이해할 수 있다. "개중에는 다른 언론들도 문제가 많은데 왜 조선일보만 그러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여타 언론과는 달리 '합리적 보수'조차도 되지 못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없는 사실도 만들어 내는 후안무치함과 편파/왜곡보도를 하는 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라고.


그의 전국도보 소식이 알려지자 '인사모' 홈페이지에는 격려의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나이도 울 땐 울어야조'라는 감정적인 말부터 '한 걸음 한 걸음 너무나 소중하다' '화이팅' 등이다. 어떤 네티즌은 충북 옥천에서 <조선일보> 반대 운동이 활발하다는 소식을 듣고, 옥천에도 들릴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김씨의 소식을 대학에 대자보로 부치겠다고 나설 정도다.


김동호씨의 전국도보 일주는 '역사적'이다. 부산 민주공원을 출발해 장장 3개월 동안 1400킬로미터를 걸을 예정이다. 마산-진주-하동-순천(11월 3일 예정)-여수-승주-화순-광주(11월 13일 예정)-담양-순창-전주(11월 21일 예정)-익산-논산-대전-천안-평택-오산-수원(12월 9일 예정)-인천을 거쳐 서울에 12월 16일 닿을 예정이다. 부산에서 출발해 경남과 전라도 충청-인천을 거쳐 서울까지 올라가는 길이 1차 계획이다. 2차는 서울서 출발해 양평-원주-충주-문경-상주-김천-구미-대구-경주-울산을 거쳐 부산으로 돌아 오는 길이다.


김씨의 도보일주가 예정대로 진행될 지는 의문이다. 부산에서 시작해 진주까지 오는 동안 예정보다 이틀이 지체되었다. 24일 진주 도착 예정이었으나 26일 당도한 것이다. 중간에 발이 부러트는 바람에 많이 쉬어 시간이 걸렸다. 진주에 도착해서는 한의사의 도움을 받아 침을 맞기도 했다. 그의 도보 소식을 듣고 여기저기서 도움을 손길을 보내고 있다.


그가 닿은 곳이면 서로 '모셔가서'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설 정도다. 마산에서는 경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강창덕 대표를 비롯한 회원들이 그를 맞았고, 진주에 도착했던 25일 저녁에는 진주 이반성면농민회 간부가 그를 맞았다.


베낭을 메고, <조선일보 반대>라는 작은 깃발을 든 그의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거나 시간적 여유가 되면 그의 걷기에 대해 설명을 하기도 한다.


김씨는 걷기에 나서면서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여관이나 호텔에서 자지 않고, 운동에 동참하는 시민이나 <인물과 사상> 독자들을 찾아 숙식을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운동에 대해 이야기 하고, <인물과 사상> 독자배가와 활성화의 힘을 모은다는 것이다.


김씨는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운동도 있지만, 조선일보 제몫 찾아주기를 하고 있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내는 월간 <인물과 사상>의 독자를 늘리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언론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생계까지 뿌리치고 나선 한 청년의 시도는 우리나라 언론개혁운동 차원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경남민언련 강창덕 대표는 "조선일보 반대운동은 시민운동이고, 기존 언론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시민 개인이 나서서라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며, "역대 한 언론의 잘못을 알리기 위해 맨몸으로 나서서 전국을 걷는 일은 전례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김동호씨는 어떤 사람인가. '대단한' 지식인도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이 그의 마지막 학력이다. 그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에 부산 '인사모' 이재삼씨는 별로 '내세울 게 없는 청년'이라고 말했다. 올해 4월 <인물과 사상>의 독자투고에 글이 한 편 실리기도 했다. <조선일보>에 기웃거리는 몇몇 지식인들이 이 청년의 '용감한 행동'에 대해 어떻게 말할 지 궁금하다.


*김동호 후원 계좌 = 국민은행 113-21-0848-379(예금주 이미예) / 연락처 = 017-553-5007(이재삼, 부산 인사모 총무)


제공 = 진주신문(윤성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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