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까지 두번의 지평선축제가 대채로 성공적이라는 긍적적 평가를 얻고 있다.

축제명인 '지평선'이라는 용어 설정 배경에는 조정래씨의 대하소설 아리랑이 중요한 단초가 되었고, '하늘과 땅이 만나는 오직 한 곳'을 주장할 수 있는 당위성이 되고 있다.

대하소설 아리랑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역사적·민족적 가치를 차치하고라도, 우리 김제시민에게 있어서는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메김할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본지는 아리랑을 요약해 지난 2개월간 4회에 걸쳐 연재했고, 연재를 마치면서 작가 조정래씨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작가 조정래씨는 아리랑을 집필하기 위해 중국 2회, 미국 3회, 동남아 3회, 러시아 2회, 일본 3회 등 지구를 세바퀴 반이나 돌았다고 한다. 그리고 취재여행 중 우리민족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작가는 암담했던 식민사의 재조명을 통해 민족분단의 결과를 깨닫고 바른 역사관의 정립을 강조하고 있다.

한시간 동안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한다.

<편집자>

아리랑의 배경을 김제로 택한 이유

한일합방은 1910년이지만 김제는 한참 이전인 1902년부터 수난을 당하기 시작했다. 이때 이미 일본인들은 일본자본을 투자해 농토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당시의 땅값은 일본땅값의 절반에 불과했다.

당시는 땅이 생존의 80%를 유지할 만큼 쌀을 중심으로 한 농업비중이 높았고 그 중에서도 김제가 또 80%를 책임진 것이 김제땅이다.

이러한 김제땅이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절반이 동양척식회사로 넘어갔다. 즉 총독부가 조선 최대의 지주가 돼 버린 것이다. 따라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 김제를 중심으로 한 호남평야 사람들이다.

이 결과 1930년에 들어와 강제이주시 김제·정읍의 많은 사람들이 만주로 끌려갔고, 바로 이들이 독립투쟁을 하는 기초세력이 된 것이다.

함경도나 경상도 사람들에 비해 평야지대에서 농토를 빼앗긴 사람들이 가장 길고 처절하게 수난을 당한 사람들이고, 만주에서 독립군을 키우면서 논을 개간했다. 만주의 논 전부는 이들이 개간한 것이다. 그리고 농사짓는 방법을 가르쳐 준 사람들이 바로 김제사람들인 것이다.

아리랑을 쓰게 된 동기와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민족정기의 회복과 역사의 필연성 때문이다. 이등박문이 주장한 것이 "300만명을 이주시키면 한반도는 영원히 일본땅이 된다"였다고 한다. 이 숫자를 채우기 위해 일본인 이주를 시작했는데 결국 80만의 일본인이 현해탄을 건너왔다.

당시 친일파가 끔찍하게도 이 수의 2배인 160만이었다. 이땅이 일본에게 36년간이나 지배를 받게된 비극은 바로 이 160만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다시는 이런 역사를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식민지 역사가 모두 뭍혀 버려 우리는 식민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고의적으로 암장시켜버린 식민지 역사를 바로 알게하기 위해 아리랑을 쓴 것이다.

현대를 보면서 아위운 점이 있다면

군산은 김제의 쌀을 실어내기 위한 부속무대다. 그런 가운데 신작로를 개설하고 전국최초의 아스팔트도로인 전군도로가 생겨났다. 쌀을 실어내기 위해 만든 끔찍한 도로다. 즉 수탈의 도로인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전군도로를 달리면서 눈물을 흘려야 한다. 수탈이 이뤄진 피눈물나는 도로이며, 일본인들이 일본을 상징하는 사쿠라(벚꽃)를 심지 않았는가? 벚꽃축제를 단순히 축제로만 즐겨서는 안된다.

소설의 처음과 끝이 김제라고 하는데

만주에 가면 아직도 김제·정읍 사람들이 모여사는 마을이 있다. 이들을 직접가서 만나봤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바로 김제사람들이 사는 모습이다. 해방이 되고나서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다시 쫏겨간다. 왜냐면 일본인이 집단농장을 만들어 중국인의 농토를 빼앗은 것이었다. 그런데 중국인들은 도망친 일본인에게 분풀이를 하지 못하고 한국사람을 '일본인의 주구다'며 처참하게 살해한다. 처음시작이 김제이면서 끝도 김제인 것이다.

소설의 끝을 보면 "그들은 그날 이후 오늘날까지 그때를 <해방>이라 부르지 않고 <그 사변>이나 <그때 사변>이라 부르며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말 눈물겨운 장면이다. 대부분의 일제시대를 다룬 소설이 마지막에 '독립 만만세!'로 끝나고 있으나, 나는 아니다.

우리의 분단은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벽골제에 문학비 건립과 함께 우리시의 명예시민이 되셨는데

자치단체가 생존작가의 문학비를 세운 것은 최초로 생각된다. 아리랑을 쓸때는 이런 기대나 예상을 전혀 못했는데 작가로서 무한한 영광이다.

앞으로도 작가 생활을 생이 다 할 때까지 잘 해야한다. 문학비는 영광이면서 족쇄다. 올바르게 살라는 충고로 받아들이겠다. 또한 김제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이 지역의 고구마·포도·배 등 다 먹어봤지만 맛이 최고였다. 서울 대형마트에서도 지평선쌀이 최고가로 팔리는 걸 목격했다.

이 지역은 땅이 좋아 생산물이 좋다. 땅은 무한한 생산력을 가지고 있다. 애착과 긍지를 가지면 도시와 차별없는 삶을 살 수 있다. 땅에 대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

=대담·정리 홍성근 기자

홍성근  hong@gj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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